[이코노믹리뷰=정다희 기자] 30대는 인생의 격변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혼과 육아, 내 집 마련 등 이른바 ‘빅 이벤트’들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돈 들어갈 곳 ‘투성’이란 뜻이다. 그러나 신한은행이 발간한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2019’에 따르면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갈 때 소득 증가 폭은 가장 큰 반면, 저축 비중은 20대(33.5%) 보다 30대(26.4%)에서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혹은 30대 초반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청년이라면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하기 전 종잣돈 만들기가 우선이지만 평균취업연령이 높아지면서 30대 초반에 들어서야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어 종잣돈 마련 시기도 함께 늦춰지는 추세다. 취업, 빠르면 승진 등으로 소득이 늘면서 씀씀이가 더 커진 탓도 있다. 부모님께 용돈을 받거나 아르바이트비로 근근이 생활하던 때를 지나 소득수준이 개선되면 소비가 쉽게 늘어난다. 불안정한 미래보다 현재의 즐거움을 더 큰 효용으로 느끼는 사회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

종잣돈 모으기 5계명… 재테크 기본은 ‘저축’이다

아직 종잣돈을 마련하지 못한 30대라면 ‘안 쓰고 모으기’가 최선이지만 타이밍이 그리 좋진 않다. 최근 한국은행이 1.75%에서 1.5%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시중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일제히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낮은 이자율에 절망할 필요는 없다. 저축은 재테크의 기본이다. 투자로 돈을 불리는 것은 그 다음 문제다. 일단은 어느 정도 돈을 모아야 한다는 말이다.

향후 경제생활의 밑바탕이 돼줄 종잣돈 모으기의 중요성은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입이 아프게 설명하고 있다. 문제는 어떻게 모아야 빨리, 잘 모을 수 있을까다. 첫째, 저축을 먼저하고 남은 돈으로 소비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꾸준히 돈을 모으는 습관을 가지기 위해 월 소득 중 저금할 부분을 먼저 떼어 놓고 남은 돈을 생활비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돈 쓰는 재미가 얼마나 큰가. 씀씀이는 보통 커지긴 쉽지만 줄이긴 어렵다. 월급통장에 찍힌 숫자만 보고 돈을 쓰다간 저축은 커녕 보릿고개를 겪게 될지도 모른다. 둘째, 신용카드보단 체크카드를 사용하자. 과거엔 신용도 올리기에 도움이 되고 소득공제율도 높다며 신용카드를 장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신용카드는 곧 빚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에게 없는 돈을 신용을 담보로 쓰는 것이기 때문에 소득보다 더 많은 돈을 쓸 확률이 높아진다. 나의 여력만큼 소비하는 습관은 모으는 습관만큼이나 중요하다.

셋째, 통신비, 교통비, 대출이자 등 고정비를 줄여라. 매월 꼭 지출해야하는 고정비가 절감되면 매월 저축할 수 있는 여력도 늘어나게 된다. 지하철을 주로 이용하는 경우 체크카드의 후불교통카드 기능 대신 정기권을 이용하거나, 스마트폰 이용의 대부분이 전화통화라면 데이터양을 줄인 더 저렴한 요금제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넷째, 대출이 있다면 먼저 갚아라. 이 또한 익숙한 내용이다. 보통 대출금리는 적금이나 예금 금리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대출을 먼저 갚고 나서 돈을 모으는 것이 종잣돈 모으기에 훨씬 유리하다. 다섯째, ‘적금 풍차돌리기’ 등 강제로 적금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적금 풍차돌리기는 이득이냐 아니냐를 두고 인터넷 상에서 논쟁이 있었지만, 결국 저축을 강제한다는 면에서 돈 모으는 습관 만들기에 유리한 방법이다. 다만 무리한 금액으로 풍차돌리기를 시작하는 경우 중간에 해지할 가능성도 크니 반드시 본인이 납입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금액으로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외에 일명 ‘짠테크’도 고려해볼 수 있다. 짠테크는 ‘짜다’와 ‘재테크’가 합쳐져 만들어진 신조어로 불필요한 낭비를 하지 않고 아껴서 돈을 모으는 활동을 의미한다. 최근 유행처럼 번진 ‘냉장고 파먹기’, ‘무(無)지출일 만들기’ 등도 짠테크의 한 방법이다. 냉장고 파먹기는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만으로 음식을 만들어 식비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방법이다. 괴상한 음식이 탄생할 수도 있지만 식비를 줄이는 동시에 냉장고도 정리하면서 음식물 쓰레기도 줄일 수 있어 일석삼조다. 인터넷에 소개된 조금은 과해 보이는 짠테크 노하우들을 보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생각이 들 수 있지만 푼돈이 통장에 차곡차곡 쌓이는 재미도 챙기면서 가까운 미래에 목돈을 만지게 될 확률도 높일 수 있다.

목돈 만들기의 큰 장애물… 대출이자 줄이려면?

30대에는 결혼자금이나 전세자금 등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다. 20대에 비해 30대의 저축 비중이 줄어든 반면, 부채상환비중이 더 늘어난 모습이다. 20대와 30대의 소비 비중이 같다는 점에서 30대는 대출이자 등 부채상환 때문에 20대보다 더 저축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종잣돈 만들기의 최대적 대출이자는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우선 대출금을 중도상환하는 방법이 있다. 사실 대출금을 중도상환하는 경우 중도상환에 따른 수수료가 발생하기 때문에 꺼리는 경우가 있으나 중도상환수수료로 내는 돈보다 이자가 절감되는 효과가 더 커 무조건 이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승진을 하는 등 상환 능력이 더 좋아진 경우에는 금리인하요구권을 활용해 이자를 내리거나, 이자가 더 낮은 다른 대출상품으로 갈아타는 방법도 있으니 적극적으로 고려해봐야 한다. 

적금에 ‘몰빵’하기보다 적립식 펀드-CMA로 분산해야

안전한 예·적금도 좋지만 전문가들은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성하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똑똑하게 고르면 안전하면서도 수익률은 예·적금보다 높은 상품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설명이다. 그 중에서도 적립식 펀드와 CMA통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면서 수익률도 높아 인기다.

월급을 받는 30대 직장인들에게 주로 추천되는 단골 상품이 바로 적립식 펀드다. 적립식 펀드는 매월 일정금액을 납입한다는 점에서 적금과 비슷하지만 주가동향에 따라서 매월 다른 가격으로 주식을 구매하기 때문에 한 번에 목돈을 넣어두는 거치식 펀드보다 위험 분산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경기가 안 좋을 때 가입하면 덕을 볼 수 있는 구조가 적립식 펀드다.

예를 들어, 거치식 펀드의 경우 시작하는 시점에서 매수한 주식(주당 1만원)이 다음 달 하락(주당 7000원)하고 이 후 약간 회복(주당 8000원)한다고 해도 여전히 수익률(-20%)에 손해를 입는 반면, 적립식 펀드의 경우 매달 매수하려는 주식의 변동에 따라 매수량이 달라져 매도시점에서 어느 정도 수익률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종목별로 수익률 차이는 클 수 있으니 꼼꼼히 알아보고 가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다른 선택지로는 CMA 통장이 있다. CMA는 쉽게 말해 증권사에서 만들어주는 예금통장이다.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CMA의 장점은 매일 붙는 이자에 있다. 하루만 돈을 맡기더라도 이자가 붙으니 재미있다. 별도로 다른 계좌를 만들 필요 없이 CMA통장으로 곧장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점도 이점이다. 게다가 예·적금처럼 원금보장도 되니 더욱 눈여겨볼 만하다. 종합금융회사에서 발행하는 CMA는 5000만원 한도로 예금자 보호가 된다. 

내 집 마련 '꿈' 이루려면 청약저축은 필수

30대가 가장 고민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내 집 마련'일 것이다. 하늘의 별따기처럼 여겨지는 내 집 마련의 첫걸음은 주택청약종합저축통장 가입이다. 일명 청약저축으로 불리는 해당 상품은 대부분의 새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한 필수조건이기 때문에 '무조건' 가입해야 한다. 청약 1순위 조건도 생각보다 금방 달성할 수 있다. 서울 중심지와 같은 투기과열지구 및 청약과열지역은 가입 후 2년이상, 24회 이상 납부를 마치면 청약 1순위로 올라설 수 있다. 그 외 수도권 지역은 1년 이상만, 비수도권 지역은 6개월만 가입을 유지하면 된다. 매월 2만원부터 가입할 수 있으니 30대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회초년생이라도 부담없이 가입할 수 있다. 

만 34세 이하 청년들을 위한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은 조건이 더 낫다.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은 원금 5000만원까지 최대 3.3%의 금리를 제공한다. 일반 청약저축의 금리는 최대 1.8%다. 2년 이상 가입이 유지되는 경우 이자소득의 최대 5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다만 직전년도 소득이 있는 경우, 연소득 3000만원 이하인 청년에 한해 가입이 제한된다. 

그러나 막상 청약을 넣을 때 문제가 생긴다. 청약가점제는 젊은 층에게 불리한 구조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청약가점제는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의 수, 청약통장에 가입한 기간을 기준으로 최대 84점까지 점수를 내는데 최대점을 받기 위해선 무주택 기간이 15년 이상인 동시에 부양가족은 6명 이상, 청약저축 기간도 15년 이상이어야 한다. 다만 30대 초반의 신혼부부들은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활용할 수 있다. 2018년 말 청약제도가 개편되면서 신혼부부의 청약 당첨 기회가 2배로 늘고 자격도 많이 완화됐다. 혼인신고를 기준으로 결혼 기간이 5년 이내에 자녀도 있어야 했지만 개편 이후 결혼 기간 7년 이내에 자녀가 없어도 해당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