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게임과 학습은 병행될 수 있을까. 교육용 게임 개발 업체 에누마의 김형진 게임 디자이너가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화두를 던졌다. 스마트 기기가 보급되지 않은 탄자니아에 교육용 앱을 보급한 사례을 소개하며 게임이 학습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형진 게임 디자이너는 30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NYPC 토크콘서트에 참여해 자사의 교육용 게임앱 성공기를 밝혔다. 이날 토크콘서트에는 코딩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 600여명이 참석했다. 

▲ 에누마 김형진 게임 디자이너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전현수 기자

김형진 게임 디자이너는 “게임은 최고의 학습도구”라고 강조했다. 그는 울티마 온라인으로 유명한 라프코스터의 책을 인용했다. 이 책에 따르면 게임은 본질적으로 학습의 의미를 갖는다. 인간의 뇌는 학습을 하면 즐거움을 느끼도록 진화해왔고 그런 과정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게 게임이라는 설명이다. 

에누마는 지난 5월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에서 최종 우승했다. 이 대회는 탄자니아의 마을에 있는 아이들에게 1년 6개월 간 지속적으로 교육용 앱이 들어있는 나눠주고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한뒤 앱의 사용전후 성적을 가장 많이 올린 앱이 우승하는 형식이다. 따로 사용법을 알려주는 선생님이나 교육 지도자는 없었다. 아이들 스스로 재미를 느껴야 가능한 일이었다. 상금은 100억원을 웃돌았고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대표가 상금을 지원했다. 

에누마는 자사의 교육용 게임앱 킷킷스쿨을 가지고 대회에 참여했다. 이 앱은 언어, 수학 등을 게임을 통해 알려준다. 음악이나 그림그리기 같은 학습 툴도 있다. 김형진 게임 디자이너는 당시 무조건 1등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막상 현지에 테블릿을 보급해보니 예상하지 못한 문제들이 발생했다. 

탄자니아의 오른손 잡이 아이들은 무조건 화면의 오른쪽 버튼부터 눌렀다. 대다수의 나라에선 어려서부터 글 읽는 연습을 하는데, 글은 대부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는다. 그런데 탄자니아 아이들은 책을 볼 기회가 없기 때문에 화면 내용과 상관없이 화면의 오른쪽부터 눌러보는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운데 큼지막하게 있는 스타트 버튼을 누르지 않고 오른쪽 상단에 있는 작은 ‘설정’ 아이콘부터 눌렀다. 이에 대응해 설정 버튼을 지웠다. 

탄자니아 아이들은 게임의 설정 난이도를 결정하는 것에서도 일반적인 나라의 아이들과 달랐다. 예를 들어 1, 2, 3… 순으로 학습 레벨이 나열되어 있어도 1번부터 누르지 않고 4번, 8번 등을 먼저 눌렀다. 이럴 경우 아이들은 금방 어려움을 느끼고 게임을 포기했다. 에누마는 킷킷스쿨의 난이도를 임의로 설정하는 방법을 없애고 순서대로 열어주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바꿨다. 

게임에 등장하는 동물, 식물, 음식 등도 모두 바꿔야했다. 단적인 예로 당시 탄자니아 아이들은 사자를 본 적이 없었다. 책도, 비디오도 없는 환경에서 아이들은 성인이 될 때까지 자신이 사는 마을에서 밖으로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텔레비전 보급률도 6% 수준이다.

게임에 사자가 등장해도 아이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이에 킷킷스쿨에 등장하는 동식물, 사람 등을 탄자니아 아이들이 익숙한 것들로 채웠다. 탄자니아 사람이 등장하게 했고 그곳에 서식하는 벌레를 등장시켰다. 아이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에누마의 킷킷스쿨은 결국 이 대회에서 최종적으로 공동 우승을 차지했다. 

김형진 게임 디자이너는 “이 대회 결과를 통해 게임으로 공부를 시킬 수 있다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코딩을 통해 세상을 바꾼 하나의 사례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