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1일이 정확히 50년 전 인간이 최초로 달을 밟은 날이었습니다.

현재까지 내 개인의 인생사에서 가장 놀랍고, 충격적이고, 감동을 주었던 일을 꼽으라면

지금도 50년 전 인간의 달 착륙 장면을 말하게 됩니다.

너무 고전적인가요?

물론 때에 따라 지금 아내를 만난 것, 아이들의 아빠가 된 것 등으로

‘개인 인생사에 가장 놀라움을 주었던 사건’은 변주되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변함없이 인간의 달 착륙 장면의 감동과 놀라움은 생생하게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뭐랄까요? 시골 초등생이라는 당시 내 어린 삶에서 최초로 지구인, 지구공동체라는 생각을

희미하게나마 가지며 벅차했었습니다. 더구나 한참 냉전으로 반공 같은 이분법적 구도에

익숙해있었던 어린 마음에 우리가 이겼다(?)는 생각도 가졌던 것 같습니다.

나만 이렇게 거한 생각을 한 게 아니었다는 걸 훗날 알게 되었습니다.

일단 50년 전인 69년 7월21일 2시56분이라는 시각에

인류 최초로 달을 밟은 암스트롱은 멋진 말을 남겼습니다.

‘이는 한 인간의 작은 발걸음에 불과하지만, 인류 전체에 있어서는 위대한 도약입니다‘

당시 같이 아폴로 11호를 타고 갔지만, 달 주변을 도는 사령선을 조종하는 임무로

달 표면을 밟지 못한 콜린스가 남긴 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착륙선이 떠나고, 홀로 사령선인 이글 호에 남아 달 뒤편을 돌 때

지구와 48분간 무선 통신이 끊어졌던 당시의 심정을 표현한 말이었습니다.

‘최초의 인간인 아담 이후로 그 어떤 인류도 겪어보지 못한 고독을 느꼈다’

또 콜린스가 암스트롱과 올드린이 탄 착륙선이 사령선으로 귀환하는 순간,

그러니까 달과 그 너머 지구를 함께 포착한 사진을 찍습니다.

이 사진은 우주 탐사 역사상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사진인데,

‘카메라 뒤의 콜린스를 제외하고, 모든 인류를 포착했다’는 찬사를 들었다고 합니다.

요즘 기준인 셀카로 찍을 수 없었음이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달 착륙이 있기 7개월 전인 1968년 크리스마스이브에 아폴로 8호의 우주비행사

월리엄 앤더스가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장면으로 남을 사진을 찍습니다.

달 주위를 돌던 우주선에서 푸른 지구별이 모습을 드러내자 찍은 푸른 지구 모습입니다.

그때 이 사진은 모든 지구인에게 충격과 모험심을 준 사진으로 평가되었다고 합니다.

사진이 배포되기 시작한 날, 시인 아치볼드 매클리시는 뉴욕 타임즈에 소회를 실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지구, 영원한 침묵 속에서 떠도는 작고, 푸르고, 아름다운 지구를 보자니,

우리는 모두 지구에 함께 탄 사람들이요,

영원한 추위 속 눈부시게 아름다운 지구위의 형제란 걸 알겠다..‘

이렇게 다들 거한 얘기, 생각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지구위에 형제’란 말이 여전히 연대감을 갖게 하며, 그 시절 그 감동을 돌아보게 합니다.

한편 우리나라 광고에서 한 동안 1등만 기억되는 세상이라는 얘기를 했는데, 달 착륙 50주년 행사장에 아폴로 11호의 3인 중, 아무도 기억하지 않던 3등인 콜린스가 유일하게 참석해

최고 영웅으로 찬사를 받더군요. 꼭 그게 인생 같았습니다.

아무도 모를 인생 여정이니, 지금을 잘 살아야하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