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이 25일 서울 더 플라자 호텔에서 사업전략을 설명하는 모습. 출처= 홈플러스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홈플러스(사장 임일순)는 지난 3년간 매출액이 6조원대에 머물면서 인건비, 임대료 등 비용 상승으로 수익성은 감소했다. 홈플러스는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는 매출액을 늘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상품 경쟁력 제고에 주력하고 있다. 급선무인 매출 증대를 위해 꺼낸 카드는 다름 아닌 '글로벌 소싱'이다.

금융데이터 솔루션 딥서치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2016~2018년 회계연도 매출액은 6조 6067억원, 6조 6629억원, 6조 4101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등락을 보였지만 견조한 추세를 유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091억원, 2699억원, 1510억원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년 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수익성이 악화된 요인으로 비용을 거론했다. 급여, 잡급, 복리후생비 등 인력 관리를 위한 비용이 전년 대비 늘어났고 지급임차료도 3698억원으로 전년 대비 258억원 늘어났다.

이밖에 2017년 김해시와 부천시에 각각 위치한 점포 총 2개점을 폐점시켜 확보했던 유형자산처분이익의 기저효과가 지난해 나타난 점도 수익을 줄인 단발성 요인이다.

홈플러스, EMD·리앤펑 등 유력 유통사와 협업

홈플러스는 글로벌 소싱 제품을 적극 도입해 상품성을 강화함으로써 수익을 향상시켜나갈 방침이다. 이달 25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2019년 회계연도(2019년 3월~2020년 2월) 사업전략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서 글로벌소싱 전략을 성장 가속화를 위한 ‘무기’로 제시했다.

올해 1월 아시아 최초로 가입한 유럽 유통연합 ‘EMD’의 회원사들로부터 경쟁력 있는 상품을 직수입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계획이다. EMD는 1989년 설립된 뒤 현재 20개국 20개사로 구성된 조직이다. 제조사와 유통사 또는 유통사가 각각 서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거래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기록한 매출이 연 258조원 수준에 달한다.

홈플러스는 19개 회원사들과 제휴를 맺고 현지 매장에서 취급하고 있는 현지 상품들을 국내 시장에 소개해나갈 계획이다. EMD를 통해 유럽 상품을 본격적으로 수입하는데 방점을 두고 영국에 직영 사무소도 설립했다. 사무소는 영국계 출신으로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 유통 경력을 쌓아온 임원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직원들도 현지인으로 고용하는 등 사무소 기능을 우수한 수준으로 구축해 유럽 상품 소싱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수입 뿐 아니라 홈플러스가 국내에서 취급하는 상품을 유럽지역에 수출할 계획이다. 홈플러스 자체 브랜드(PB) 상품 뿐 아니라 국내 매장에서 판매하는 타 제조사 상품도 함께 수출할 수 있다. 다만 홈플러스는 현재 외국 상품을 수입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수출하기 위해선 회원사와의 제휴 과정에서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 등 별도 절차를 밟아야 한다. 홈플러스가 사업 초반부터 기존 직소싱을 꾸준히 진행해왔지만 PB 상품을 수출한 적은 없다. 관련 역량을 더욱 다져 후속 사업으로 도모할 계획이다.

EMD의 인프라를 통해 홈플러스 매장의 상품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홈플러스 법인이 아시아의 유통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도 예상되고 있다. 홈플러스는 EMD 회원사와 중국 등 아시아 시장 간 거래를 중개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단계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홈플러스는 이밖에 올해 상반기 협업한 글로벌 아웃소싱업체 리앤펑(Li&Fung), 베트남 유력 유통사 빈커머스(Vincommerce)를 통해 비식품상품에 대한 경쟁력도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홈플러스는 2년 뒤인 2021년 직소싱 상품으로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은 25일 간담회장에서 “홈플러스가 이번에 내놓은 글로벌소싱 전략은 상품 차별화 전략의 큰 축”이라며 “홈플러스 뿐 아니라 우리나라 중견기업, 중소기업들이 해외 판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유럽 유통연합 EMD 공식 사이트 첫 화면. 출처= EMD 공식 사이트 캡처

홈플러스 직소싱 성과가 매출 증대 관건

홈플러스가 해외 소싱 전략에 공들이는 이유는 4년 전 테스코 지분이 빠져나간 이후 직소싱 성과가 줄어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업계에서 보고 있다. 2009년부터 작년까지 최근 10년 간 홈플러스가 테스코의 직소싱 네트워크를 활용한 기간 중 가장 매출액이 높았던 시점은 2014년 회계연도다. 매출액 7조 3255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직소싱 상품 매출액은 2016년 회계연도를 기점으로 이전 시기에 통상 1조원 가량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작년까지 2년여 기간 동안 직소싱 매출액이 6000억원대로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을 기준으로 17%에서 10%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매출 증대에 직소싱 성과가 필요함을 방증하는 수치다.

홈플러스의 이번 글로벌 소싱 전략이 향후 유효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존 직소싱 역량을 다시 원상복구함으로써 상품 차별화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매출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강화한 상품성을 고객에 제공하기 위해 온·오프라인 유통 역량을 충분히 발전시켜야 하는 것은 선결 과제로 지목됐다.

김익성 한국유통학회 회장(동덕여대 독일어과 교수)는 “유가공식품, 냉동식품이 강점인 유럽 상품은 최근 우리나라 1인가구와 밀레니얼 세대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몰이 더욱 활성화하고 있는 유통업계에서 고객들이 제품을 직접 체험하고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능력이 업체에 요구되는 상황”이라며 “쇼핑몰과 오프라인 매장을 고객 니즈에 맞춰 최적화해 관리할 수 있는지 여부가 홈플러스 성공의 관건”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