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의 전형적인 벌집 아파트.  출처= The Atlantic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홍콩의 아파트는 크기는 뉴욕, 런던, 샌프란시스코 아파트의 절반도 안되는데 임대료는 더 비싸다. 홍콩의 시간당 최저 임금은 4.82달러에 불과하고 다섯 명 중 한 명은 가난하게 살고 있다.

올 여름에 대규모 시위로 흔들리고 있는 인구 740만 명의 반자율도시 홍콩은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곳일 것이다. (중국 정부의 지명자가 아닌) 자체적으로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는 열망과 더불어 일상 생활에까지 중국 본토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것에 대한 시민의 분노가 홍콩 시민의 시위를 더욱 불붙게 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정치적 분노 이면에는 자신들의 경제적 운명에 대한 깊은 불안과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숨어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학 교육을 받은 55세의 시위자 케네스 렁은 "우리는 더 나은 교육을 받으면, 더 나은 수입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1997년) 지난 20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대학 교육을 받았지만 더 많은 돈을 벌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렁은 홍콩이 범죄 용의자들을 중국 본토로 인도하려는 계획에 반대하는 시위에 동참했는데, 중국에서는 공산당이 법원까지 장악해 강제 자백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 말고도 그는 자신의 상황에 대해 무척 화가 나 있다. 그는 하루에 12시간, 일주일에 6일을 보안 요원으로 일하며 시간당 5.75달러를 번다.

그는 수 천 채에 달하는 이 도시의 (기존 아파트를 불법으로 작게 분할한) 벌집 아파트에 살고 있는 21만 명의 홍콩 주민 중 하나다. 어떤 벌집 아파트는 너무 작아서 새장 또는 관이라고 불린다.

그래도 그의 아파트는 100평방피트(2.8평)로 자고, 요리하고, 생활하는 데 비교적 넓은 공간이다.  먹고 사는 생활비와 함께 512달러의 월세를 지불하려면 그는 쉬지 않고 일해야 한다.

홍콩의 빈부격차는 거의 반세기 만에 가장 크게 벌어져 세계에서 가장 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홍콩의 근로 시간은 세계에서 가장 길고 임대료는 세계에서 가장 높다. 같은 기간 동안 임금 상승은 임대료 상승의 4분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홍콩의 집값은 지난 10년간 3배 이상 올랐다.

홍콩의 주택 중간 가격은 가구의 연간 중간 소득의 20배가 넘는다.

오늘날 시위대는, 홍콩 정부가 보류하긴 했지만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은 범죄 용의자 송환 법안과 중국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한 직선제 추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들은, 영국 식민지였던 홍콩이 형식적으로는 자치법에 따라 운영되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중국 정부가 선택한 지도자들이 본토 정부, 본토 부동산 개발업자, 본토 대기업을 위해 일한다고 주장한다.

주택은 많은 좌절의 근원이다. 많은 사람들이 (집을 살 엄두를 내지 못해) 주택시장에서 밀려나 있어서 부모나 가족으로부터 독립한 젊은이들을 보기가 거의 어렵다.

▲ 심수보구(深水埗区)의 벌집 아파트에 사는 케네스 룽은 ‘이 곳에서의 삶이 끔찍하다’고 말한다.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스

공공병원의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27세의 필립 챈은 "많은 홍콩 사람들은 심각한 재정적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돈을 벌 수 없습니다. 미래를 볼 수 없으니 좌절하게 됩니다.”

섬과 산지가 많은 홍콩은 이미 택지로 쓸 공간이 거의 없다. 비평가들은 부동산 개발업자들에게만 유리한 홍콩 당국의 정책이 이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당국은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토지를 매각해 수익을 챙기고 저렴한 주택보다는 고급 주택 개발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홍콩의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시 관리들에게 골프장을 택지로 전환할 것을 요청했다. 홍콩의 콘크리트 도미노 속에 자리잡은 54홀의 골프장은 겨우 2600여 명의 회원이 즐기는 곳이지만 이곳에 아파트를 지으면 3만 7000여 명이 입주할 수 있다. 결국 정부는 골프장의 5분의 1도 안 되는 땅만 택지로 지정하기로 결정했다.

존스홉킨스대학교 호풍흥 정치경제학 교수는 "홍콩의 많은 젊은이들이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출구가 없다고 보고 있으며, 그것이 현 상황에 대한 절박함과 분노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임금도 생활비만큼 빨리 오르지 않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은 더욱 그렇다. 홍콩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4.82 달러에 불과하며 홍콩 정부가 2년마다 갱신한다. 영국의 비영리 자선단체 옥스팜(Oxfam)은 평균 가계비를 기준으로 도시에서 살기 위해 필요한 최저 임금을 7달러로 계산했다. 이에 따라 홍콩의 비영리단체들도 홍콩 정부에 최저임금을 7달러로 올려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홍콩의 국회의원들은 올해 초 최저임금 인상이 홍콩이 법정 최저임금제를 시행한 이후 가장 큰 인상폭이었다고 주장하며, 외국 기업들을 위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더 이상의 인상은 어렵다고 맞섰다. 홍콩 법인세는 세계 주요 도시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시위자들은 직접 선거로 지도자를 뽑으면 이런 중요한 경제 문제에 있어서 그들에게 더 많은 발언권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비재 영업사원인 52세의 로저 청은 지난 7월 1일 평화롭게 행진하고 있었는데, 그 때 인근의 또 다른 단체가 쇠막대로 국회의 유리문을 깨는 것을 보았다.

"우리는 평화적인 시위 방식을 선호하지만, 홍콩 정부가 전혀 응하지 않기 때문에 급진적인 방식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