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년대 옥수수 과잉생산으로 고전하던 농장에서 시작한 POET는 현재 연간 8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세계 최대의 바이오 연료 생산 회사가 되었다.    출처= PEOT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대학을 갓 졸업한 지 6개월 만인 22살에 은행원이 된 제프 브로인에게 그의 가족이 도움을 청했다.

그의 아버지는 130년 동안 집안 대대로 이어온 미네소타 옥수수 농장을 살리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브로인과 그의 형제들이 자란 농장이었다.

"내가 10대였던 1980년대에 미국에서 농업 위기가 발생했지요. 그로 인해 옥수수 가격은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정부는 농부들에게 그들의 땅의 20%는 경작하지 말라고 권유하면서 보조금을 지불했습니다.”

브로인의 아버지는 남아도는 옥수수로 바이오 연료를 만들고 있는 몇몇 농장에 대한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아버지는 우리 농장에 작은 규모의 에탄올 공장을 지었습니다."

기왕에 지은 공장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브로인과 그의 아버지는 더 나은 장비를 찾아나섰다.

"당시에는 이 산업이 초기여서 기술 부족으로 폐업한 에탄올 공장이 꽤 있었지요. 우리는 그런 공장들의 경매에 가서 부품들을 매입했습니다.”

1987년, 그들은 사우스다코타주 스코틀랜드(Scotland)에 있는 압류된 에탄올 공장의 경매에 참석했다. 그런데 아버지는 이때 장비 부품만 산 게 아니라 1200 에이커에 달하는 가족 농장을 저당 잡히고 공장 전체를 7만 2000달러에 사들였다.

"거의 폐기 직전의 공장을 다시 가동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작업이 필요했지요. 하지만 나는 항상 큰 그림을 그리며 자랐고 거기에서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가족의 도움 요청을 받은 22살의 은행원 브로인은 결국 은행을 그만두고 그 공장을 수리하는 데 매달렸다.

"꼬박 8개월이 걸렸습니다. 그 동안 그 공장에서 살다시피 했지요. 1년이 채 안돼 공장을 다시 가동할 수 있었습니다."

이 허름한 공장은 몇 년 후 브로인 컴퍼니(Broin Companies)의 간판 공장이 되었다. 이 스코틀랜드 공장은 매년 백만 갤런의 에탄올을 생산하게 되었고 이후 3년 만에 공장을 3배로 늘렸다가 다시 3배로 늘리는 등 확장을 거듭했다. 공장 가동 7년 만에 생산량은 연 1000만 갤런으로 늘어났다.

▲ 다 쓰러져 가던 사우스다코타 스코틀랜드 공장은 이제 수십억 갤런의 에탄올을 생산하는 POET의 간판 공장이다.    출처= PEOT

2007년에 회사 이름을 POET로 바꿨다. 브로인은 눈에 띄고 기억에 남을 만한 특이한 이름을 고르고 싶었다고 말했다.

POET는 현재 연간 8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세계 최대의 바이오 연료 생산 회사다.

지금은 사우스다코타주 수폴스(Sioux Falls)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이 가족 회사는 7개 주에 걸쳐 28개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연간 20억 갤런 이상의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 POET의 CEO인 브로인은 "13명으로 시작했지만 이제 200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POET는 에탄올 외에 옥수수 기름 6억 파운드(2.7억 kg), 주정박(고단백질 가축 사료로 사용되는 에탄올 생산의 부산물)도 연간 100억 파운드(45억 kg)를 생산한다.

"나는 스코틀랜드의 첫 공장에서 성공에 대한 동기부여를 엄청나게 받았습니다. 그때 실패했더라면 우리는 가지고 있었던 옥수수 농장마저 잃었겠지요."

현재 브로인은 53세이고 그의 아버지는 여전히 옥수수 농장을 관리하고 있다.

남을 도와야 할 의무

현재 POET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이자 브로인의 오랜 친구인 제프 로트는 브로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브로인은 스코틀랜드 공장을 처음 시작할 때 그의 목표는 오직 가족을 먹여 살리는 것뿐이었다는 얘기를 즐겨 하곤 합니다. 그는 아직도 비전을 가지고 있지요. 이제 그의 임무는 세상을 구하는 것이랍니다.”

POET는 매년 경매를 개최한다. 경매 기간 동안 직원들은 미국의 프로미식축구팀 미네소타 바이킹스(Minnesota Vikings)의 경기나 인디애나폴리스 500(인디애나폴리스 자동차 경주장에서 열리는 자동차 경주 대회)의 티켓 같은 상품들을 입찰할 수 있다.

이 경매에 여러 차례 참여한 사우스 다코타 출신의 은퇴한 영업사원 짐 우스터는 "이 경매는 좋은 목적을 가진 재미있는 행사"라고 말한다.

경매의 수익금은 브로인이 매년 가족과 직원들과 함께 하는 아프리카 인도주의 여행에 사용된다.

이 여행은 브로인의 한 딸이 교회를 통한 선교 여행에 참석하면서 시작되었는데, 나중에 온 가족이 참여했고, 이후 직원들도 함께 참여하기 시작했다.

우스터는 "브로인은 성공한 사업가임에도 불구하고 그와 그의 가족에게는 심오한 영성이 있다."고 말했다.

"나는 그가 '우리는 복을 받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도울 의무가 있다'고 말하는 것을 여러 번들었습니다.'"

▲ 제프 브로인과 아버지 로웰 브로인. 아버지는 아직도 옥수수 농장을 관리하고 있다.    출처= PEOT

회사는 POET와 별도로 비영리법인 '변화의 씨앗'(Seeds of Change)도 운영한다. 이 단체는 아프리카 농부들에게 더 나은 농업 방법을 가르치고, 케냐에 혜택 받지 못한 소녀들을 위한 학교를 세우는 등 개발도상국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있다.

로트 COO는 "나이로비에서는 청각장애인 학교와 협력해 직원 주택을 짓고 있다"고 말했다. 변화의 씨앗이 하는 또 다른 프로젝트는 아직도 숯이나 나무 같은 연료를 사용함으로써 호흡기 질환과 연기 흡입 관련 사망이 높은 지역사회에 에탄올 조리용 스토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브로인에게 기후 변화는 자선사업만큼 중요하다.

"우리 모두는 우리의 아이들과 손자들을 위해 더 나은 삶을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에탄올과 같은 바이오 연료는 기후 변화를 크게 감소시키는 해답 중 하나이지요. 우리는 지구 땅 속에서 에너지를 얻는 행동을 지금 당장 멈춰야 합니다."

에탄올은 독성이 없는 생분해성 물질이다. 그러나 에탄올을 생산하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 있다. 에탄올 사용 증가가 이산화탄소 배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는 에탄올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미국 에너지 정보국(EIA)에 따르면, 에탄올을 옥수수나 사탕수수 같은 작물로 생산하는 경우 그 영향은 탄소 중립으로 간주한다. 그 작물들이 자라면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에탄올이 연소될 때 생성되는 가스를 상쇄한다고 간주하는 것이다.

EIA는 에너지원과 그 에너지원이 경제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독립적인 연구와 분석을 수행한다. EIA는 또, 바이오 연료 재배를 위해 사용되는 토지, 비료, 에너지가 차라리 식량을 재배하는 데 사용되어야 하지 않느냐는 논쟁도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로인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에탄올 연료의 연중 사용을 승인한 것을 유망한 발전 기회로 보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5월부터 9월까지는 에탄올을 15%까지 섞은 휘발유 판매를 허용했다.

"바이오연료 업계와 거대 정유업계라는 다윗과 골리앗 대결에서 다윗이 큰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세상이 끝나는 날, 우리는 우리가 발견했을 때보다 더 좋은 지구를 남겨둘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