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최근 샤오미의 브랜드인 마지아에서 이색적인 전기 스크류 드라이버를 출시했다. 일반적으로 전기 스크류 드라이버는 둔탁한 외형에 기능에만 충실하도록 외관이 꾸며지는 추세지만, 샤오미의 제품은 다르다. 토크는 5N.m으로 매우 뛰어난 사용자 경험을 자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검은색으로 칠해진 깔끔한 외관에 모던한 디자인으로 눈길을 끈다. 스치듯 보면 현장에서 사용하는 전기 스크류 드라이버가 아니라 디자인 소품처럼 생겼다.

▲ 샤오미의 전기 스크류 드라이버가 보인다. 출처=갈무리

하드웨어 생태계로 소프트웨어 창출

중국의 샤오미는 이색적인 회사다. 저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박리다매 전략을 구사해 생태계 저변을 넓히는 전략에 집중, 이 과정에서 닥치는 불안요소들을 모두 감내하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애플 카피캣이라는 오명에서는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나 이제는 샤오미만의 전략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샤오미는 유독 생태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이다. 레이 쥔 CEO가 샤오미 창업을 준비하며 미유아이 소프트웨어 경쟁력에 제일 집중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스마트폰은 이를 담아내는 그릇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실제로 레이 쥔 CEO는 첫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공식석상에서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이익을 내지 않으며, 스마트폰 기업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스마트폰이라는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미유아이라는 자체 소프트웨어 인프라를 확장시키는 한편, 이를 담아낼 다양한 그릇을 만들어 내는 일에도 집중하고 있다. 전기자전거부터 스마트 운동화, 공기청정기, 심지어 어댑터까지 제작하는 샤오미의 전략을 새롭게 봐야하는 이유다. 드론은 물론 스마트TV를 비롯해 전기 스크류 드라이버까지 만드는 샤오미의 큰 그림이다.

이러한 하드웨어 그릇들이 모두 ‘저가’ ‘가성비’라는 프레임에만 갇혀있는 것은 아니다. 샤오미는 미유아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저가 하드웨어 플랫폼에 담아내기 위해 저가 스마트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나, 드론 및 공기청정기 등 다양한 제품에 디자인이라는 색다른 사용자 경험을 불어넣는 일에도 열중한다. 애플의 전략을 일부 차용한 것으로 보이는 이러한 전략은 결국 소비자들이 샤오미의 하드웨어를 선택하고 자연스럽게 미유아이 생태계에 중독되도록 만드는 전략으로 완성된다.

스마트폰을 포함해 저가 하드웨어 플랫폼을 뿌리면서 미유아이 소프트웨어 인프라를 가동하면 다양한 기기의 연동성이 고객과 묶이게 된다. 그리고 고객은 ‘저가’와 ‘가성비’라는 프레임 외 깔끔한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사용자 경험까지 품으며 샤오미의 일원이 되어간다. 여기에는 미펀으로 통칭되는 샤오미 특유의 팬덤 전략도 가동되며 시너지를 일으킨다.

▲ 샤오미가 출시한 스마트 운동화. 출처=갈무리

확장일로 샤오미

22일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샤오미는 인도 스마트TV 시장에서 삼성전자 및 LG전자를 눌렀다. 샤오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인도 스마트TV 시장에서 샤오미는 점유율 39%를 차지해 1위에 올랐으며, 이는 현지 시장 진출 1년만에 거둔 놀라운 성과다. LG전자가 15%로 2위를 달렸고 소니와 삼성전자가 각각 14%. 12%를 차지했다. 지난해 2월에 55인치 'Mi LED TV 4 PRO'를 출시하면서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서는 한편 인도 업체인 '딕슨 테크놀로지스'와의 공동전선이 위력을 발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샤오미가 1위다. 삼성전자가 아슬아슬하게 2위를 달리는 가운데 최근에는 LG전자도 W 시리즈에 이어 M 시리즈 카드를 가동하는 등 추격하고 있으나, 샤오미의 전재감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평가다.

샤오미가 글로벌 전자시장에서 ‘기회의 땅’인 인도에서 고무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동력으로는 역시 저가 라인업이 꼽힌다. 최근 인도 경제의 전반적인 성장동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현지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저렴한 샤오미 제품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샤오미 특유의 저가 하드웨어 플랫폼 전략과, 현지 업체와의 시너지를 통한 디자인 사용자 경험 등이 총망라되어 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나아가 공기청정기 등 다양한 하드웨어 플랫폼을 다수 출시하며 미유아이 소프트웨어 전략을 가동하며 생태계를 하나로 묶는 전략도 주효하다는 평가다. 이는 일반적인 제조사들이 할 수 없는 소프트웨어 전략이다.

현재까지의 샤오미는 비록 부침은 있었으나 스마트폰이라는 저가 하드웨어 플랫폼을 중심으로 미유아이 소프트웨어 전략을 성공적으로 펼치고 있다는 평가다. 당장 샤오미의 스마트폰은 지난해 1억1870만대로 30% 가까이 성장하며 글로벌 시장 역성장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이는 샤오미의 잠재력이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에도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스마트폰 시장에 있어 특정 시장의 성숙도에 따라 저가 하드웨어 전략은 필연적으로 요동칠 수 밖에 없으며, 프리미엄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중저가 라인업 출시가 이어지는 대목은 불안요소다. 그 외 다양한 하드웨어 플랫폼도 각 영역 별 강자들이 샤오미와 비슷한 전략을 취하거나, 혹은 다른 ICT 기업과의 연합전선을 구축한다면 커다란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