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조영 옮김, 부키 펴냄.

이 책은 첫 장부터 공격적이다. 현대 의학은 증거에 기반하고 있는지, 예방 의학이 보장한다는 무병장수의 약속은 참인지부터 따진다. 거대 산업이 된 헬스케어와 웰니스 산업이 선전하는 ‘안티에이징 비법’에 의문부호를 달고, 바이오해킹과 ‘마음근육’ 단련으로 영생을 이루겠다는 꿈에 회의적 시선을 보낸다. 심지어 술·담배 끊고 자주 운동하며 정기적 건강검진과 마음 단련을 받으면 ‘성공적 노화’와 ‘무병 장수’가 보장된다는 확고한 믿음에 대해서도 검증된 적 없다고 못 박는다.

저자는 우리가 자신의 몸과 마음을 통제할 수 있다는 기본 전제부터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그러곤 독자에게 묻는다. “언제부터 생로병사가 이토록 부자연스럽고 불편한 일이 되어 버렸는가?” 현대 의학의 장밋빛 약속과 건강 열풍에 대한 격렬한 비판에 이어 책 후반부에는 자연스러운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다.

◇의학이 과학에 근거한다는 증거 있나=의료계는 자신들이 과학에 근거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의료 사업의 독점권을 획득했다. 하지만 오늘날의 검사 대부분이 ‘증거기반’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다. 유방 조영 검사 덕분에 유방암 발병률이 현저히 감소했다는 증거는 없다. 전립선암 검진에서도 사망률 감소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건강검진은 40여 년 전부터 ‘증거기반’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도덕적 의무가 된 피트니스=자신의 몸을 통제할 수 없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통제하는 데도 부적합한 사람이라는 편견이 널리 퍼져 있다. 피트니스를 ‘도덕적 의무’로 만든 것은 건강보험의 존재 때문이다. 아프거나 과체중이거나 건강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사람은 민폐를 끼치는 존재가 됐다.

◇몸과 마음 통제는 불가능=웰니스 산업은 몸과 마음을 통제하면 무병장수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몸과 마음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전체론(holism)’을 기본전제로 한다. 사실이 아니다. ‘대식세포’라고 불리는 면역세포는 미생물 침입자를 먹어 없애고 항체의 생성을 돕지만, 암세포의 증식도 지원한다. 암세포에 화학적 성장 인자를 제공하고, 종양이 자라는 데 필요한 새로운 혈관의 생성을 돕는다. 인접 혈관 세포에 구멍을 뚫어 암이 전이되도록 적극 나선다. 유방암세포는 뇌에 침입하기 위해 신경세포로 ‘위장’한다. 세포들은 마치 ‘자유 의지’를 지닌 것처럼 스스로 가야 할 방향과 다음 해야 할 일을 ‘결정’할 수 있다. 우리 자신은 ‘전체’가 아니라 미세한 생명체들의 연합 또는 일시적 동맹이다.

◇과잉진단·건강염려증=건강검진과 검사에 대한 현대인의 강박적 집착은 ‘이윤’에서 기인한다. 의사, 병원, 제약 회사는 건강한 사람들로부터 돈을 벌기 위해 충분히 많은 검사와 검진을 받게 만든다. ‘건강 염려증’에 걸린 일반 소비자들도 이를 부추긴다. 지난 20여 년간 ‘환자 권익 보호’ 단체들은 수십 가지 질병의 검진 필요성을 홍보했다. 미국질병예방서비스 태스크포스가 50세 미만 여성에 대한 정기 유방 조영 검사 권고를 철회하고, 전립선암 검사를 사실상 권고하지 않기로 했을 때, 이런 단체와 관련자들은 항의 성명을 내고 검사를 받게 해 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