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가 인간계 최고 바둑강자인 이세돌 9단에게 승리한 후, 이제 인공지능(AI)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자체가 빠르게 상용화단계에 접어드는 분위기도 연출되고 있다. 누구나 가슴속에 삼천원...아니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담긴 디바이스를 가지고 다니는 시대가 아닌가. 이제는 안방의 클로바에 “짱구야”라고 불렀다가는 거실의 카카오미니가 왠지 짜증을 내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을 받는 인공지능 퍼스트 시대다.

문제는 인공지능을 모르는 사람은 없어도, 도통 인공지능을 어떻게 제대로 쓰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고작 ‘오늘 미세먼지가 어떻냐’고 물을 용도로만 인공지능 스피커를 사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그렇다면 인공지능의 복잡다변한 기술적 이론들은 과학자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이제 ‘WHAT’보다는 ‘HOW’에 집중해보자. 여기까지 왔다면 당신이 반드시 집어들어야 할 책이 있다. 바로 ‘인공지능 비즈니스 트렌드(테크니들 지음/와이즈맵 펴냄)’이다.

▲ 인공지능 비즈니스 트렌드. 출처=와이즈맵

인공지능 비즈니스 트렌드는 인공지능 기술이 어떤 원리이며, 어떻게 가동되는지 말해주지 않는다. 단지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으며 실제 생활에서 어떻게 응용할 수 있는지 말해준다. 파도의 원리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파도는 이미 존재하니 대충 그렇 것이 있다고 생각하고, 서퍼들이 어떻게 파도를 타고 재미있게 놀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말해주는 책이다.

물론 인공지능이 무엇인지에 대한 개괄적인 소개는 들어가 있다. 초반 다트머스 회의와 튜링 테스트 등 인공지능 역사에서 의미있는 이정표를 소개하는 한편 인공지능 산업의 최신 트렌드와 함께 머신러닝과 딥러닝 등이 무엇인지는 설명해준다. 다만 책은 인공지능의 정체를 밝히는 것보다 각 영역에 인공지능이 어떻게 적용되고 응용되는지에 지면을 주로 할애한다. 의학 및 교육, 산업 등 다양한 영역의 사례를 들어 인공지능의 현란한 댄스를 조목조목 짚어내고 이를 따라가다 보면 “아, 인공지능은 이렇게 써먹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중반으로 넘어갈수록 조금씩 복잡해지기도 한다. 단순한 트렌드를 짚어내는 것을 넘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는 한편 다양한 기술 발전과의 시너지에 주목한다. 인공지능 마케팅을 비롯해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ICT 기업의 인공지능 로드맵도 설명해주고 이로 파생될 수 있는 업계 전체를 훑는다.

재미있는 점은 빛과 그림자에 집중하며 후자에도 그 비중을 든든히 잡아낸 점이다. “데이터는 과연 옳을까?” “인공지능 마케팅은 성공할까?”라는 질문을 던진 상태에서 아름다운 미래에 가려진 냉엄한 현실도 분석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인공지능은 무서워” 수준이 아니라 왜 무서운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세밀하게 거론해준다.

인공지능 비즈니스 트렌드는 인공지능이 궁금한 기술학도에게는 필요없는 책이다. 다만 기술학도 측면에서 다른 영역의 사람들이 인공지능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알고 싶다면 추천할 수 있다.

그 외 인공지능과 특별한 관련이 없는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필독서에 가깝다. 세상은 변하고 있으며 세상의 변화에 어떤 대응에 나서야 하는지는 선생님부터 마케터, 기자, 정부 정책 입안자 등 모두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괜히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서재에 인공지능 서적이 비치된 것이 아니다.

책은 쉽게 술술 읽히며 편안하다. 중간중간 데이터도 충실하고 사례별 정리도 유익하다. 다만 옥의 티라면, 인공지능과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망라하다보니 책의 스펙트럼이 다소 얕아보이고 제목이 너무 심심하다. 인공지능 비즈니스 트렌드. 이 정도 정성이 들어간 책 제목 치고는 왠지 밍밍하다.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스프일 줄 알았는데 시골장터의 진한 사골국을 만나는 느낌이랄까. 다음 제목은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그러나 사골처럼 진한 인공지능 이야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