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네이버가 12일 자사 클라우드 플랫폼 홈페이지에 '데이터센터 부지 제안 페이지'를 개설하며 춘천 데이터센터 각에 이은 두 번째 데이터센터 건립에 나섯다. 경기도 용인의 약 13만㎡ 부지에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지으려고 시도했으나 주민의 반대로 무산된 상태에서, 새로운 부지를 찾아 데이터 주권 확보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네이버는 제2 데이터센터 설립을 위해 내달 14일까지 최종 제안서를 접수한 부지를 대상으로 심사에 돌입하고 9월 내 우선 협상자를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별도의 홈페이지 안내를 통해 투명한 방식으로 공고를 냈다. 부지 면적이 10만제곱미터(㎡) 이상이어야 하며 지상층 연면적을 25만㎡ 이상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전력 공급 용량은 200메가볼트암페어(MVA) 이상이어야 한다. 하이퍼 스케일 수준의 데이터센터 건립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네이버가 이례적으로 별도의 안내를 통해 데이터센터 부지 선정에 나선 장면은 이색적이라는 평가다. 이는 용인 부지 선정 과정에서 전자파와 관련된 괴담에 가까운 이야기가 최종 선정을 무산시켰다는 아픈 기억에서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모든 내용을 공개하고 과정을 투명하게 밝혀 오해의 소지를 원천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네이버의 자신감도 엿보인다. 네이버가 용인에서 데이터센터 설립을 포기하자 많은 지자체들이 유치전에 뛰어들었으며, 심지어 용인시도 별도의 부지를 새롭게 건의하는 등 아쉬움을 보인 바 있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아쉬울 것 없는 상황이며, 공고를 통해 ‘줄을 세우는 것’이 가능하다는 내부 판단이 섰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 데이터센터 각이 보인다. 출처=네이버

네이버는 제2 데이터센터 건립을 통해 데이터 주권 강화에 나설 전망이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지난 5월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한국사회학회·한국경영학회 공동 심포지엄에서 데이터 주권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이 GIO는 “네이버는 삼별초”라면서 “네이버가 삼별초처럼 거인들에 저항해 버텨 살아남은 회사라는 말을 우선적으로 듣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클라우드 및 데이터 전략에 대입하면, 구글 등 글로벌 대기업과의 데이터 전쟁에서 ‘한국을 지키겠다’는 의지로 표현된다.

정부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8일 서울 여의도에서 간담회를 통해 기술 주권을 강조하며 "데이터 주권론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우리의 모든 정보를 아마존, 구글에 저장하면 데이터가 종속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한 바 있다. 정부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별도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가동하겠다는 위험한 발상만 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의지는 NBP를 가동하는 네이버에게 도움이 될 전망이다.

네이버가 말하는 데이터 주권이 100% 클라우드로 수렴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국내 클라우드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2 데이터센터를 통한 전략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쉽지 않은 전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내 시장은 글로벌 업계의 강자가 다수 진출했기 때문이다. AWS가 막강한 존재감을 보이는 가운데 복수의 리전을 운영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도 리전을 가동하고 있다. 심지어 구글도 서울 리전을 개소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데이터베이스의 강자 오라클도 나섰다. 오라클은 3일 2세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인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 서울 리전의 개소를 발표하며 차세대 데이터 센터 설립을 약속했다. 탐 송(Tom Song) 한국오라클 사장은 “최근 오라클 자율운영 데이터베이스와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라며 “이번 서울 리전 개소를 기점으로 기업고객들에게 일관된 높은 성능과 서비스 수준, 비용 효율성을 제공할 것이다. 앞으로도 오라클은 국내 기업들이 데이터 중심의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 환경으로 나아가는 여정에 필요한 수요를 충족하고, 이를 통해 진정한 혁신을 이뤄나갈 수 있도록 적극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