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일본이 한국의 소재분야 경제제재에 돌입, 두 나라의 경제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가운데 장외 여론전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11일 업계 등에 따르면 일본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여론전을 불사하며 궤변에 물타기까지 불사하고 있다는 평가다. 경제제재의 이유로 징용 노동자 처우 문제, 대북제재 위반 등 어설픈 논리를 제시한 상태에서 여론전을 통한 ‘진흙탕 싸움’을 통해 최종적으로 한일 경제전쟁의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포석이다.

일본의 여론전은 한일 경제전쟁의 흐름에 따라 징용 노동자에서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으로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일본은 최초 경제제재에 돌입하며 한국 대법원의 징용 노동자 관련 판결을 원인으로 지목했으나,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할 수 밖에 없는 한국 정부의 삼권분립 민주주의 논리에 직면하자 순식간에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 카드’를 빼들었다.

한국이 전략물자 관리에 미흡하고, 그 중 일부가 북한에 흘러들어갔음을 시사했다. 실제로 일본 후지뉴스네트워크는 10일 한국 정부 문건을 입수했다며 2015년부터 지난 3월까지 한국에서 총 156건의 전략물자밀수사건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이는 일본의 소재분야 경제제재의 중요한 이론적 배경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앞서 일본 자민당의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안보조사회장은 후지뉴스네트워크가 공개한 한국 정부의 문건을 기사로 쓴 조선일보 기사를 인용, 한국 정부의 전략물자관리에 의문을 보이기도 했다.

문제의 문건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작성한 것이며 우리공화당 조원진 의원실이 지난 5월 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전략물자 무허가 수출 적발 현황'인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은 이 문건을 바탕으로 자국의 한국에 대한 경제제재 당위성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다만 156건의 사건에 일본을 대상으로 하는 사건은 없고, 실제 수출되지 않은 사례도 많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 냉정한 상황판단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일본은 사린가스라는 극단적인 사례까지 들며 한국에 대한 전략물자수출이 위험하다는 궤변까지 보여주고 있다. 일본의 사이비 단체 오옴진리교가 1995년 최악의 사린가스 테러를 벌여 일본 도쿄 등에서 많은 사상자가 난 상태에서, 한국 정부와 사이비 테러단체를 동일시한 셈이다.

최근 일본의 경제제재 당위성이 한국 정부의 전략물자관리 기능으로 집중되는 가운데, 일본이 일부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 제한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가 나와 눈길을 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는 10일 일부 관료의 발언을 인용해 “일본 정부가 민수용 반도체 소재에 대해서는 수출규제를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전략물자와 가까운 소재는 엄격하게 수출하되 민수용 소재에 대해서는 규제철회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이는 일본 정부가 소재 경제제재에 돌입하며 모든 수출을 막는 것이 아닌, 통관절차를 까다롭게 만들어 공급선을 조절하는 선에서 규제에 들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평가다. 일본의 경제제재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극단적인 제재가 아닌, 소위 한국경제의 ‘목 줄’을 쥐고 오랫동안 흔들겠다는 의지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