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문창용)가 소외 기업과 개인에 대해 현실적인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구체적인 방향설정도 마친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금융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기업과 개인의 상시적 지원이다. 캠코의 역량이 채권회수와 자산관리에서 위기의 경제 주체에 대한 회생 정책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평가다. 정부의 포용금융 정책이 금융위가 주도하고 캠코가 구현하는 구조에서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구조조정 업계에 따르면 한국증권학회가 주관하고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와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 후원하는 '2019년 제2회 기업구조혁신포럼'이 오는 18일 오후, 서울 도곡동에 위치한 캠코 기업구조혁신지원센터에서 열린다. 이는 지난 4월에 이어 두 번째 열리는 포럼이다. 

이번 포럼에서는 국내 DIP금융 관련 실무사례와 활성화 방안이 논의된다. DIP투자 전문회사인 유암코의 김두일 본부장과 최근 회생기업 스킨푸드에 투자를 결정한 유진자산운용의 서형준 본부장이 발제자로 나선다. 

DIP금융(Debt In Possession Financing)은 워크아웃 및 회생절차에 돌입한 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해 운용자금 등을 융통하는 금융기법이다. 리스크가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만큼 우선 상환받을 수 있는 권리와 높은 이자율을 보장받는다. 

앞서 캠코는 지난 4월 제1차 기업구조혁신포럼을 개최하면서 미국의 DIP금융 시장의 현황을 소개했다. 미국의 DIP금융 시장은 약 11조원 규모다. 미국의 GM, 라이온델(Lyondell), 크라이슬러가 DIP금융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회생했다. 

▲지난 4월 16일 캠코가 주최한 제1회 기업구조혁신포럼에서 전문가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양인정 기자

구조조정 업계에서는 연이은 포럼에서 캠코가  투자에 방점을 두고 기업구조조정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DIP금융 시장의 현황을 보여주고 사례를 발굴, 기업 구조조정에 접목하겠다는 수순이다.

캠코가 지속적으로 DIP금융에 관심을 갖는 것은 구조조정의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개별 기업의 지원이 아닌 생태계를 조성해 위기 기업의 구조조정을 상시로 이뤄간다는 복안이 엿보인다. DIP금융은 그 수단이다.

정부는 기업구조조정에 대해 상시적이면서 선제적인 정책을 입안하겠다고 큰 틀을 제시한 바 있다. 금융위는 이 같은 기조에서 지난해 업무계획을 통해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에 벗어난 새로운 구조조정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구조조정 업계는 캠코가 이 같은 정부정책 흐름에서 그 해법을 DIP금융에서 찾고 있는 것으로 전망했다. 

캠코가 관심을 두는 DIP금융의 대상은 기술력은 있으나 유동성 위기에 있는 법정관리 '중소기업'이다. 

캠코 문창용 사장은 지난 6월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기자 간담회에서 "캠코가 유한책임사원(LP)으로서 먼저 투자자 역할을 하게 되면 이어서 연기금이나 금융사가 투자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대기업은 국책은행이 구조조정 정상화 지원을 한다면 회생 중소기업은 캠코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간 대기업과 중견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의 DIP금융은 그 예를 찾기 힘들었다. 캠코가 단발적인 지원보다 DIP금융 시장을 형성하고 DIP금융 사각지대에 있는 중소기업에 타켓으로 삼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구조조정 업계는 캠코의 방향성이 실현된다면 DIP시장 내에서도 쏠림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법정관리 기업에 대한 전문 투자기관의 한 관계자는 “DIP금융 시장에서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중견기업과 달리 PEF 등 민간 투자자의 주목을 받기 힘들었다”며 “PEF와 유암코가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캠코가 사각지대에 있는 중소기업을 발굴해 구조조정을 시킨다면 균형 있는 구조조정 시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캠코의 투자매칭 구조도. 자료=캠코

◇ 시대 변했다...캠코법 개정으로 위기 기업 살리는 데 역량 집중

기업구조조정 시장에서 역할을 하려는 캠코의 의지도 강하다. 이미 캠코는 기업구조조정 관련해 기업구조혁신센터을 가동하고 있고 기업구조 혁신펀드에도 출자자로 동참하고 있다. 

전국 27개소에 포진한 기업구조혁신센터는 PEF 등 민간투자자와 법정관리 기업을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지난 4월말 기준 23개의 자본시장투자자와 341개의 투자 대상기업이 센터에 등록했다. 캠코는 지난 5월에도 회생기업 지원확대를 위해 자본시장투자자를 신규 모집했다. 

기업구조 혁신펀드는 민간 자본시장 중심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완성하기 위해 조성한 자금이다. 여기에 법정관리 기업이 운영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자산매입 후 재임대하는 세일앤리스백 제도까지, 수동적 정책 실행을 벗어나 구조조정 시장에서 주도권을 갖겠다는 캠코의 적극적 모습이 곳곳에서 보인다는 평가다. 

최근 캠코법 개정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1997년 부실채권정리기금 운용과 금융기관 건전성을 위해 제정된 캠코법이 늘어나는 한계기업과 기업 구조조정 정책 기조에 비춰 볼 때 캠코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 20일 국회에 제출한 ‘2019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내지 못하는 이자보상배율 1미만 기업 비중이 지난해 32.1%로 전년대비 2.4%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10년 26.9%를 기록한 이후 8년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기업 규모별로는 중소기업(34%)을 중심으로 높게 나타났다. 그 어느 때보다 효율적 기업구조조정에 캠코의 역할이 큰 시점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캠코법 개정안은 '금융기관 건전성 제고, 경제주체 재기 지원, 공공자산 가치 제고' 등 상시적 역할을 1조에 반영했다. 개정안에는 또 캠코가 개별 경제주체를 지원하는 데 자금 수요가 늘어날 것을 고려해 현재 1조원으로 제한된 법정 자본금을 3조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캠코 관계자는 “캠코법 개정안은 기술력을 갖춘 회생기업 등에 대한 경영정상화 지원을 위해 특수목적법인을 통한 간접방식의 자금대여 및 지급보증이 가능하도록 해 기존 기업구조조정 업무를 보완할 수 있게 된다”며 “법률이 개정되면 기업의 신속한 회생을 위해 캠코가 법정관리 기업 정보를 요청할 수 있게 되는 등 구조조정 지원기관의 역할이 커진다”고 말했다. 

◇ 취약층 채무조정 사각지대, 금융복지센터와 손잡고 ‘세밀한’ 대안 내놓을 듯

포용금융의 사각지대를 감싸려는 캠코의 행보는 취약계층에 대한 채무 탕감정책에도 반영되고 있다. 

7일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캠코가 금융복지상담센터 관계자들과 취약층에 대한 상시적 채무조정 절차를 논의하는 워크숍을 갖는다.

지방의 한 자활센터에서 비공개 워크숍 형태로 진행되는 이번 워크숍은 채무상담과 채권소각 운동을 하는 시민단체 주빌리은행을 비롯해 수도권 지자체 금융복지상담센터장, 신용회복위원회 관계자가 참여한다. 이번 세미나는 캠코 가계지원총괄부의 적극적인 제안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세미나의 주제는 취약계층의 채무조정 시스템이다. 금융위는 지난 5월 발표한 ‘개인 및 자영업 연체 채무자의 재기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금융복지상담센터와 연계한 추심 없는 채무조정 프로세스’는 신설했다. 

캠코는 기존 국민행복기금 채무자에 대해 신용정보사를 통해 채권추심과 채무조정을 병행했다. 채권을 추심해야 하는 신용정보사에 일부 채무조정 업무도 위임하다 보니 취약층 채무조정에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캠코는 기존의 이 같은 채무조정에서 탈피해 회수와 채무조정을 명확하게 분리하는 실무 프로세스를 정립한다는 계획이다. 상환능력이 있는 채무자는 신용정보사를 통한 회수를, 국민행복기금에 빚이 있는 상환능력 없는 취약 채무자는 금융복지상담센터와 연계한 전면적 채무조정에 돌입하겠다는 것이다. 

상시적 채무조정의 대상자는 국민행복기금에 빚이 있는 채무자다.

금융위가 캠코와 함께 추진한 장기소액연체자의 채무 탕감지원책은  지난 2018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됐다. 국민행복기금내 원금 1000만원 이하의 빚을 10년 이상 연체한 상환능력 없는 채무자들이 대상자였다. 이 기간에 11만7000여명이 채무 면제를 신청했고, 캠코는 심사를 마친 신청자 중 4만1000명의 채무를 면제했다. 

2017년 정부의 장기소액연체자 지원 대책 안에 따르면 국민행복기금의 장기소액연체자는 모두 83만명에 이른다. 여전히 약 80만명이 채무조정이 필요한 셈이다. 

캠코는 시민단체의 상담사례와 금융복지상담센터의 채무조정 프로세스를 공유해 사각지대 속 취약채무자를 구제한다는 방침이다. 전국 금융복지상담센터는 지난해 총 4만4천건의 상담을 통해 취약채무자의 사회복지 연계와 채무조정절차를 지원했다.

채무상담과 채권소각 운동을 하는 주빌리은행의 김미선 상임이사는 “캠코의 적극적 채무조정이 장기소액연체자 지원 대상에서 아슬아슬하게 누락돼 사각지대 놓인 상환능력 없는 취약층 채무자들도 구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