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네이버 영화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지브리 스튜디오의 1989년 작품으로 일본의 동화작가 가도노 에이코(角野栄子)의 작품 마녀 택급편(魔女の宅急便, 한국 제목 ’마녀배달부 키키’)을 원작으로 하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이다. 작품의 배경은 바다가 인접한 유럽(독일 혹은 영국)의 어느 도시로 묘사되며, 주인공 ‘키키’는 13살이 되면 집을 떠나 독립을 해야 하는 마녀 세계의 관습에 따라 하늘을 나는 빗자루를 타고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사춘기 직전의 소녀다. 

작품은 13살 소녀 키키가 여러 사람들을 만나 한 사람의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아름답게 그려냈다. 마녀배달부 키키에는 역사적인 소재가 하나 등장하는데, 바로 1900년대 초 독일에서 개발된 열기구형 비행선 ‘체펠린(Zeppelin Starrluftschiffe)’이다. 이 비행선은 대한 하늘을 나는 것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는 남자 주인공 소년 ‘톰보’와 키키가 특별한 인연을 맺게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마녀배달부 키키는 인간의 욕심에 대한 경고나 묵시록적 메시지를 담은 ‘천공의 성 라퓨타’ 혹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등 지브리 애니메이션들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애니메이션이다. 전반적으로 시작부터 끝까지 밝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에서는 ‘이웃집 토토로’와 비슷한 점이 많다.     

토토로에서 그랬듯 마녀배달부 키키에서도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역 캐릭터는 단 한 사람도 등장하지 않는다. 작품의 초반에는 마녀라는 존재에 대한 생소함으로 키키에게 차갑게 대하는 도시 사람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들의 차가움은 어디까지나 키키를 미워해서라기보다는 ‘잘 모르기 때문에’ 나올 수 밖에 없는 반응들이다. 키키는 곧 자신의 사정에 공감하고 그녀를 도와주려는 마음 착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의 교류를 통해 한 사람의 어른으로 성장해 나간다. 

▲ 출처= 네이버 영화

마녀 배달부 키키에서도 지브리 애니메이션 특유의 은근한 감정 표현이 등장한다. 이는 사춘기 소녀들에게서 나타나는 뭔가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으로 고민하는 주인공 키키의 행동들로 구현된다. 이러한 고민들은 한동안 키키를 힘들게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힘들어 하는 키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녀에게 손을 내민다. 이에 도움을 받아 키키는 소중한 사람들을 위하는 마음, 마음 속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들을 깨닫고 한 단계 성장한다.    

마녀배달부 키키에서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웃집 토토로와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이웃집 토토로의 ‘사츠키’와 ‘메이’의 고민에 대해 마을 사람들과 토토로가 최선을 다해 도운 것처럼, 키키의 주변에는 늘 자신을 믿어주고 편이 되어 준 빵집 아주머니 ‘오소노’와 소년 ‘톰보’ 화가 '우슐라'가 있었다. 이를 통해 작품은 “당신의 주변에는 언제나 당신을 도와주는 좋은 사람들이 있으니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누고 함께 고민을 해결하자”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어쩌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토토로와 키키를 통해 보여준 것은 라퓨타나 나우시카로 보준 인간에 대한 실망이 아닌, 모두가 서로를 위하는 행복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향한 바람과 그것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