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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습니다!] 블루보틀 삼청카페…한옥촌이 품은 ‘파란병’유리외벽 너머 보이는 경복궁·한옥촌 ‘가승(佳勝)’…한국적인 미국감성 시도 참신
   
▲ 블루보틀 삼청카페 외관.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5일 오전 7시 서울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를 나와 블루보틀 2호점 삼청점을 찾아 걸어갔다. 안국동과 소격동 두 동네의 길거리는 고요했다. 환경미화원과 길고양이 외에는 움직이는 대상을 마주치기 어려웠다. 국립현대미술관을 300m 가량 앞두고 만난 사거리에서부터 차도를 주행하는 차량 몇 대가 보이기 시작했다.

첫 번째 손님은 20대 휴학생 강씨…“전날 밤 9시부터 대기, 특별한 경험 얻고파서”

블루보틀 2호점 건물은 더 높은 옆 베이커리 가게 건물에 가려 처음엔 보이지 않았다. 카페보다 먼저 발견한 건 이른 오전 시간에도 이미 입장 대기하고 있던 방문객들이다. 20~30대로 보이는 손님 13명은 건물 1층 유리 외벽이나 담벼락에 기대 앉아 카페 문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다. 조용한 거리와 상반된 장면이다.

앞서 2개월 전 서울 성수동에 1호점이 생겼고 2호점에서 판매하는 메뉴가 성수점과 크게 다르지 않아 일찍 찾아올 사람들이 있을까 싶었다. 2호점에 전날 오후 9시 가장 먼저 찾아와 기다린 20대 휴학생 고모씨의 생각은 달랐다. 잠깐 졸긴 했지만 잠들지 않고 밤을 지새웠다는 그의 표정에는 피로감보다 설렘이 묻어났다.

고씨는 “1호점이 처음 열린 날에도 새벽 5시에 찾아가 네 번째로 도착했었다”며 “건물 3층에 올라가 동네 경치를 구경하는 등 새 매장에서 특별한 경험을 만들고 싶어 일찍 찾아왔다”고 말했다.

고씨 옆에는 30대 프리랜서 캘리그래퍼 강씨가 앉았다. 강씨와 고씨는 앞서 카페투어를 하던 중 만나 지금까지 친분을 이어오고 있다. 강씨도 전날 오후 11시 매장을 찾아와 고씨와 함께 밤을 지새웠단다.

강씨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을 들를 일이 있었는데 그 때마다 지역에 위치한 블루보틀을 찾아갔다”며 “현지에서 마시는 커피라는 생각에 맛이 색달랐던 기억을 갖고 지내왔는데 국내에 지점이 하나둘 생기니 반갑다”고 말했다.

오전 8시쯤 되니 대기 손님은 35명 정도로 한 시간 전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났다. 한 시간 뒤에는 건물 출입구에서부터 인도까지 대기열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소격동의 기온은 이미 높아졌고 방문객이 서 있는 곳에도 뜨거운 햇볕이 점점 더 많이 내리쬐기 시작했다.그럼에도 양산을 쓰거나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가벼운 옷차림을 한 손님들이 끊임없이 카페로 밀려들어왔다. 블루보틀 측은 매장 오픈을 기다리는 손님들을 위해 차양 파라솔을 설치하고 얼음물을 제공하는 등 세심하게 배려했다.

2~3층서 한옥 지붕 내려다보여, 경복궁 담긴 풍경도 일품

   
▲ 블루보틀 삼청카페 1층 전경.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건물 안에 들어가보니 1층에는 베이커리 제품을 고르고 주문할 수 있는 카운터를 비롯해 컵, 토트백 등 블루보틀 굿즈를 비치한 진열장과 테이블이 놓여있다. 홀에는 회색벽돌들을 쌓아올린 성인 허리 정도 높이의 더미가 서 있다. 1층에서 주문 순서를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굿즈를 구경하거나 실내를 둘러보기 편하도록 동선을 짜는 기능을 한다.

2층에는 4m 정도 돼보이는 스테인리스 바에 커피드립 도구와 에스프레소 추출기가 있다. 바리스타 8명이 주위를 분주히 돌아다니며 커피를 만들거나 주변을 정돈하고 있다. 홀에는 코르크로 만들어진 스탠드테이블과 원형 좌석들이 구비돼있다. 벽돌로 만들어진 내벽 쪽엔 붙박이형 스탠드 테이블이 길게 설치돼 있어 잠깐 선 채로 메뉴를 즐기기에 충분하다.

   
▲ 2층 전경. 유리외벽 바깥으로 한옥지붕들이 보인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맞은편으로 난 유리 외벽 바깥으로는 한옥 여러 채의 기와지붕들이 모여 있다. 한옥촌에 오더라도 기와지붕을 가까이서 내려다 보기 쉽지 않은데 이곳 매장에서 기존에 흔치 않았던 풍경을 접할 수 있다.

한 층 더 올라가니 2층과는 반대쪽 벽이 유리로 돼있고 저 멀리 경복궁 내 국립민속박물관 상단부가 보인다. 한옥마을 언덕을 올라가야만 볼 수 있는 정도의 높이다. 적갈색의 매끈한 3층 바닥 위로 등받이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있다.

유리 외벽 쪽에 놓인 바테이블에는 회백색 머리를 보기좋게 늘어뜨린 마이클 필립스 블루보틀 카페 경험 총괄자(cafe experience director)가 사이폰(siphone) 커피를 만들고 있다. 필립스 총괄자는 이날 매장 오픈을 맞아 행사를 지원하기 위해 미국에서 방문했다고 한다.

   
▲ 3층 전경. 앉아서 사이폰커피를 마실 수 있는 바테이블이 눈에 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사이폰 커피는 진공상태로 밀착 연결된 플라스크 2개의 한쪽에는 커피가루를 넣고 다른 한쪽에 물을 부은 다음 가열해 가루와 증기를 접촉시키는 방식으로 추출된다. 국내 블루보틀 두 매장 가운데 삼청카페에만 있는 메뉴로 가격은 다른 음료와 같은 용량에 1만1100원으로 책정됐다.

   
▲ 마이클 필립스 블루보틀 카페 경험 총괄자(왼쪽)가 삼청카페 3층에서 사이폰 커피를 만드는 모습. 뒤로 국립민속박물관 건물 상단부가 보인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테라스도 마련돼 있다. 벽을 등지고 설치된 쇼파 형태의 흰색 재질 좌석과 나무판으로 겉을 꾸민 사각형 의자가 함께 비치돼 있다. 삼면으로 뚫린 풍경을 바라보며 메뉴를 즐기고 일행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경험은 남다를 듯하다. 바닥에 조명도 설치돼 있어 선선한 바람이 부는 저녁에 찾아와도 괜찮겠다.

삼청카페 실내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1호점과 마찬가지로 콘센트가 없고 와이파이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덕분에 오랜 시간 앉아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거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사람이 없다. 이날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방문한 손님들은 서로의 눈을 보며 얘기를 나누거나 바깥을 바라보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날 오후 삼청카페를 방문한 건설업계 종사자 홍씨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이날 삼청카페까지 3개국의 블루보틀 매장을 방문했다(웃음)”며 “지역 풍경을 잘 활용함으로써 방문객이 실내에서 느낄 수 있는 감성을 잘 살려내고 직원들이 정성 가득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은 삼청카페에서만 느낀 매력”이라고 말했다.

   
▲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동네 상권 활성화시키고 이웃과 상생하는 삼청카페 기대

블루보틀은 한옥촌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조화를 이루는데 공들였다. 기존에 커피전문점이 운영되던 건물을 허물지 않고 그대로 리모델링해 삼청카페를 만들었다. 앞서 이어져온 건물 특성을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전통을 보존한다는 방침을 실천했다. 

이웃들과의 상생에도 힘쓰고 있다. 블루보틀은 삼청카페 소재지의 사업자 등 관계자들을 전날 매장에 초청해 브랜드를 소개하고 인사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현재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상태지만 앞으로 삼청동 이웃들과 어우러질 수 있는 기회를 꾸준히 마련할 예정이다.

이날 오전 삼청카페에서 진행된 블루보틀 미디어 세션에 참석한 브라이언 미한 블루보틀 최고경영자(CEO)는 “전통과 장인정신으로 잘 알려진 삼청동 일대는 블루보틀이 추구하는 브랜드 철학과 잘 매치된다”며 “삼청동과 어떻게 상생하고 함께 발전해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실천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삼청동은 카페 골목으로 유명해진 이후 대규모 자본을 갖춘 브랜드가 유입됨에 따라 중소 매장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블루보틀이 앞으로 이웃 매장과 힘을 모아 방문객 발길을 이끌어냄으로써 삼청동 일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길 바란다.

최동훈 기자  |  cdhz@econovill.com  |  승인 2019.07.06  14: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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