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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회장의 제안은 항상 기간 인프라였다...문 대통령, 받을까?특유의 삼세번 강조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4일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는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등 재계 총수와도 연이어 회동했다. 손 회장은 문 대통령과 만나 인공지능 기술 육성의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면서 재계총수들과는 최근의 일본 경제제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손 회장의 제안에 정부와 재계가 어떻게 화답할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손정의 회장과 만나고 있다. 출처=뉴시스

손정의, 그는 누구인가?
손 회장은 1957년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동포 3세다. 할아버지 손중경은 1914년 밀항선을 타고 일본에 건너가 광산 노동자로 일하며 자리를 잡았으며, 아버지 손삼헌은 생선행상으로 간신히 생계를 꾸리던 극빈층이었다. 다만 아버지 손삼헌은 이후 파칭코와 부동산 사업으로 재산을 모았다.

일본 남부 규수의 사가현 도수시에 우후죽순 들어서 있던 판자촌에서 태어난 손정의는 어린 시절 '조센진'이라는 멸시를 받으며 성장했다. 하지만 손정의는 생선장수에서 파칭코, 부동산 사업으로 재산을 모은 아버지의 사업가적 기질을 물려받았다. 그는 아버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후쿠오카 지역의 명문 고등학교에 진학했을 때도 '최고의 학교를 만들어 보이겠다'며 당시 교장에게 사업 계획서를 제출하는 당돌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일본에서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홀연히 미국으로 떠난다. 그리고 월반을 신청하는 즉시 3주만에 대입자격시험 자격을 신청했다. 당시 영어로 진행되던 시험이 일본인인 자신에게 불공평하다며 사전을 참고해 시험을 칠 수 있도록 항의했고, 결국 이를 관철시킨 일화는 유명하다. 이어 홀리네임즈 대학교를 거쳐 1977년 명문 버클리대 분교 경제학부로 진학한다.

대학에 진학한 후 그의 사업가적 기질은 만개한다. 대학생이던 그는 1년동안 무려 250개의 발명을 해내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당시 그가 발명한 '일본어 입력, 영어 표기 번역장비'는 100만 달러의 계약금으로 팔리기도 했다. 훗날 이 전자 번역기는 샤프에 매각된다. 일본에서 인기가 시들해진 스페이스인베더를 미국에 유통시켜 엄청난 수익을 남기기도 했다. 여세를 몰아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 유니손 월드라는 어엿한 회사를 설립했으나 귀국하겠다는 부모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일본으로 돌아왔다.

일본에 돌아온 그는 1981년 자본금 약 1억엔(현재 약 91만 달러)에 직원 두 명을 영입해 고향 근처 오도로시에 IT 회사를 세운다. 초반 직원들이 이탈하고 몇 번의 파산위기를 겪지만 미국의 거부인 로스 페스와의 합작을 바탕으로 1998년 1월 소프트뱅크의 주식은 일본 대장성의 허가를 받아 장외시장에서 2부를 거치지 않고 곧장 도쿄증권거래소 제1부에 상장된다. 이후 손정의는 세계 미디어의 황제 루퍼트 머독과의 유명한 '기습 협상'을 계기로 디지털 위성방송 사업에도 진출한다.

이후로는 파죽지세다. 1999년 나스닥재팬을 설립한 그는 2000년 소프트뱅크코리아를 통해 보안 전문 업체 시큐어소프트, 알리바바코리아, 헤이아니타코리아, 소프트뱅크 웹인스티튜트 등 한국의 4개 인터넷 업체에 109억 원을 투자하며 자신의 뿌리인 한국에도 본격 진출하기 시작했다. 또 일본은행 사상 처음으로 IT 업종이 은행업에 진출하는 첫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시련도 컸다. IT 버블이 시작되자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은 2001년 약 9000억 원의 평가손실을 기록하며 흔들렸으며 야심차게 설립했던 나스닥재팬도 2002년 말 문을 닫았다. 심지어 2003년에는 소프트뱅크 주가가 94% 폭락하며 손 회장은 포브스가 선정한 '역사상 가장 많은 재산을 잃은 부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대부분의 사업가라면 주저앉을 수 밖에 없는 고통이었으나 손 회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계열사를 정리하며 내실을 다지는 한편, 야후재팬을 다시 일본 도쿄 증시 1부에 상장시키며 기회를 노렸다. 시가총액이 1/100로 줄어들자 거칠게 항의하는 주주들을 대상으로 장장 6시간 동안 설득, 이들의 지지를 받아낸 것은 지금도 회자되는 전설적인 일화다. 이 과정에서 2004년 한 초보 중국인 사업가가 손 회장을 찾아와 투자를 요청했고, 손 회장은 단 6분 만에 2000만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초보 중국인 사업가가 중국 최고의 이커머스 기업의 수장이 되는 것은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알리바바의 마윈이다.

손 회장은 조금씩 어려움을 극복하기 시작했다. 재팬텔레콤 인수, 당시 일본 꼴찌 통신사 보다폰 일본법인을 인수하며 통신계로 보폭을 넓혔으며 스티브 잡스의 든든한 조역자로 자리매김하며 '애플 열풍'에 일조했다. 이윽고 2013년 포브스는 소프트뱅크에 대해 자산가치 470억 달러, 매출 380억 달러의 전 세계 148위 기업에 선정했다. 이후로는 파죽지세다. 손 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함께 비전펀드를 설립해 글로벌 ICT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있으며, 쿠팡에도 투자했다. 스스로 했던 은퇴 약속을 번복하며 지금도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포브스는 올해 손 회장의 자산을 평가하며 일본 기준, 유니클로의 창업자 야나이 다다시에 이어 두 번째 부호라고 보도했다.

   
▲ 손정의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손정의 회장의 제안 "인공지능"
손 회장은 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인공지능과 창업 생태계에 대한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보다 길어진 90분의 면담동안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라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이 문 대통령에게 인공지능을 강하게 제안한 것은 지금까지 그의 행보를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는 비전펀드를 이끌며 우버, 디디추싱, 그랩, 위워크, ARM 등 글로벌 기업에 전격적인 투자를 단행했으며 최근에는 인공지능에 더욱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손 회장은 지난 5월 소프트뱅크그룹 결산발표 기자회견에서 약 10조엔(약 104조9000억원) 규모의 새로운 펀드를 구상하고 있음을 밝혔다. 손 회장은 "이제 인공지능 기업이 아닌 대상은 관심이 없다"면서 "인공지능이 세계를 정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슈퍼인텔리전스(Super Intelligence)가 세상을 좌우할 것이라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 그는 2016년 은퇴 번복 후 이듬해 열린  MWC 2017에서 "인공지능은 우리의 훌륭한 파트너"라고 단언하며 슈퍼인텔리전스 시대를 예상했다. 30년 후 IQ 1만의 수퍼인텔리전스 컴퓨터가 등장해 싱귤래리티(특이점, Singularity)의 시대가 올 것이라 장담했다. 

이는 기술적 특이점(Technology Singularity), 나아가 전(前)특이점(Pre Singularity)개념으로 확장된다. 전특이점은 일본의 슈퍼컴퓨터 개발자 사이토 모토아키가 <엑사스케일의 충격>이란 저서에서 처음 소개했다. 모토아키는 향후 10년 내 컴퓨터의 집적도가 인간의 뇌를 추월하여, 6리터 크기 상자 안에 70억 인류의 두뇌총량과 맞먹는 성능의 컴퓨터를 집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손 회장은 인공지능 기술 육성과 함께 문 대통령에게 창업 생태계 지원도 요청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손 회장에게 국내 인공지능 기업에 대한 투자를 제안했고, 손 회장이 수락했다는 말도 나온다.

   
▲ 손정의 회장이 입장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문 대통령과 손 회장의 만남 키워드는 인공지능 및 창업 생태계 육성으로 좁혀진다. 이는 기간 인프라의 중요성에 집중하는 손 회장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묻어난다는 평가다.

손 회장은 자기의 사업은 물론, 한국 정부에 대한 제안의 중심에 항상 기간 인프라를 위치시킨 바 있다. 실제로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만났을 때 손 회장은 브로드밴드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당시 초고속인터넷이라는 단어가 일반적이었으나 그는 브로드밴드라는 명확한 키워드를 통해 기간 인프라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김 전 대통령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와 추가적으로 논의한 후 손 회장의 제안대로 브로드밴드를 국가 육성 사업으로 내세웠고, 이는 IT 강국 코리아의 발판이 됐다. 브로드밴드는 일종의 기간 인프라다. 플랫폼의 특성을 가지며 다양한 콘텐츠를 춤출 수 있게 만드는 그릇으로 볼 수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만났을 때는 청와대 방명록에 'Renewable'(재생에너지)을 세 차례 반복해서 쓰며 이 전 대통령에게 집중적인 투자를 권유한 바 있다. 삼성과 LG가 태양광에서, 현대가 풍력에서 두각을 보이는 점에 착안해 재생에너지라는 기간 인프라에 한국이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당시 이 전 대통령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필요성에는 동감했으나 실제 정책에서는 따르지 않았다는 평가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만났을 때는 창업 생태계와 관련된 현안을 공유했다. 역시 모든 콘텐츠의 기반이 되는 기간 인프라의 필요성이다. 박 전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창조경제에 상당한 영감을 줬다는 후문이다. 비록 창조경제는 박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았으나, 이러한 흐름이 스타트업 육성으로 흘러 창업 생태계의 '특이점'이 발생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성과다. 역시 손 회장의 기간 인프라 제안이다.

문 대통령에게 제안한 인공지능 및 창업 생태계도 마찬가지로 기간 인프라다. 아마존이 인공지능 알렉사를 기반으로 다양한 하드웨어 제품을 개발하는 등, 이제 인공지능을 모바일 시대의 운영체제처럼 핵심 기간 인프라로 삼아 초연결 시대를 준비하는 사례들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이제 인공지능 기술이 공기가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손 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인공지능이 자연스러워지는 기간 인프라가 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투자를 단행해 소프트웨어 기간 인프라의 강점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창업 생태계는 박 전 대통령 당시부터 이어진 기간 인프라 구축의 연장선이다.

문제는 인공지능 기술 자체에 있다. 인공지능이 모바일 시대의 운영체제와 같은 기반 인프라가 되고 있으며, 이를 적극 육성해 플랫폼을 통한 생태계 장악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으나 현실적 어려움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과 중국 등 슈퍼파워를 중심으로 글로벌 인공지능 기술 로드맵이 구축되는 가운데 한국이 어설프게 도전하면 애매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손 회장의 제안은 그 자체로 긍정적이지만, 인공지능이 기간 인프라라는 점을 인지한 상태에서 글로벌 로드맵에 '올라탈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 박근혜 전 대통령과 손정의 회장이 만나고 있다. 출처=뉴시스

역대 대통령과 글로벌 CEO의 만남, 키워드 보인다?
문 대통령과 손 회장의 만남을 계기로 역대 대통령과 글로벌 CEO의 회동 사례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대통령들은 글로벌 CEO와의 만남을 통해 많은 영감을 얻었으며, 이를 실제 정책에 반영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한 바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취임 3개월을 맞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손 회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브로드밴드 사업 육성 이야기가 나왔다. 김 전 대통령은 빌 게이츠 창업주에게 "한국에 빌 게이츠같은 인재 10명이 나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제프리 이멜트 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을 2003년 5월 22일 만났다. 노 전 대통령은 그에게 한국에 대한 투자를 요청하면서도 노동 유연화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는 노 전 대통령 임기에 진행된 노동정책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빌 게이츠 창업주를 만났고, 손 회장도 회동했다. 박 전 대통령은 빌 게이츠 창업주와 래리 페이지 구글 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를 만났다. 모두 창업 생태계와 관련됐으며, 창조경제 발전은 물론 구글이 캠퍼스 서울을 설립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 이재용 부회장과 손정의 회장이 이동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손 회장 국내 재계 인사와 만남
손 회장은 문 대통령과의 회동을 마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함께 회동했다. 이들은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에서 만나 경제 협력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했다는 설명이다.

소프트뱅크는 현재 삼성 및 LG와 반도체, 사물인터넷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그 연장선에서 더욱 강력한 협업에 나설 수 있다. 손 회장은 이 부회장과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다. 지난 5월 고 구본무 회장 타계 1주기 당시 손 회장은 추모영상을 통해 고인을 "따뜻한 형님"이라고 표현하며 LG와의 좋은 관계를 밝히기도 했다.

현대차와는 모빌리티 전략에서의 협업을 추진할 수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창업자는 엔씨재팬을 설립할 때 소프트뱅크와 협업했고 이해진 GIO는 현재 일본에서 라인의 가동에 집중하는 중이다. 손 회장이 이들과 만나 한일 양국의 ICT 생태계 큰 그림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제제재와 관련된 이야기도 나왔다는 후문이다.

일본 경제사업성이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 규정 변경을 통해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를 비롯해 리지스트와 에칭가스 등 3개의 수출 규제에 돌입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현재 양국 관계는 경제를 넘어 모든 영역에서 격렬하게 충돌하는 모양새다. 일본 정부의 추가 제재 가능성까지 나오는 가운데 손 회장과 국내 경제계 인사들이 이와 관련된 논의를 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19.07.05  09:3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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