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가네의 최근 5년 경영실적 추이. 출처= 딥서치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김가네(회장 김용만)가 최근 5년 간 경영실적 등락을 보이며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최근 분식 업계의 실적 추이와는 다소 동떨어진 수치를 보여온 가운데 25주년을 맞은 올해 어떤 전략으로 성과를 창출해낼 지에 업계 관심이 모인다.

작년 물류센터 세우느라 40억원 적자전환, 사옥 매각해 당기순이익은 급등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가네의 작년 영업손실은 40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전년(330억원)보다 3.6% 감소한 318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하락세는 동종업계 전체 실적 추이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며 의문부호가 붙었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외식업 경영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분식 및 김밥전문점업’의 사업체 평균 연간 매출액은 작년 1억1637만원으로 전년(1억554만원) 대비 10.3% 증가했다.

김가네는 지난해 실적이 하락한 요인으로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에 식재료 유통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진접물류센터를 신설한 점을 꼽았다. 이 물류센터에는 최신 물류자동화 설비가 구축돼 식자재 공급 과정상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고압 볶음솥, 진공 냉각기 등 최신 생산설비를 통해 각종 음식을 조리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이익 창출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한 공장으로 설립 초반 시점인 현재로선 회사 이익을 축소시키는 요인이 됐다.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소스, 신메뉴 등을 개발하는 연구개발(R&D) 연구소와 중앙조리센터(CK)에 적극 투자한 점도 같은 기간 비용에 반영됐다. 김가네의 2018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투자활동으로 유출된 현금 규모는 106억원으로 전년(21억원) 대비 5배 가까이 확대됐다.

다만 작년 김가네의 당기순이익은 전년(3억원) 대비 무려 17배나 확대된 51억원으로 집계됐다. 인건비 등 각종 비용 인상에 대비해 현금유동성을 확보하려고 기존에 매입한 서울 광진구 구의동 사옥을 처분했기 때문이다. 작년 7월께 전국렌터카공제조합과 196억원 규모의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감사보고서 유형자산처분이익은 116억원으로 전년(81만원) 대비 143.2배 증가했다.

브랜드 파워·신메뉴 업고 2016년 흑자전환, 이듬해엔 10년간 최고 매출

앞서 2014~2017년은 김가네의 최근 10년 간 실적에 있어 ‘황금기’로 꼽힌다. 금융데이터 솔루션 딥서치에 따르면 김가네의 영업이익은 2014년 8000만원에서 2017년 6억원으로 8.5배 상승했다. 2009년 8억원을 기록한 뒤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매출액도 2014년 285억원에서 3년 뒤 15.8% 증가한 33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7년 매출액은 최근 10년 간 기록한 수치 가운데 가장 높다.

김가네가 해당 기간 실적 상승세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요인으로 브랜드 파워와 젊은 고객층의 트렌드를 반영한 신메뉴가 지목된다.

김가네김밥은 1994년 1호점인 대학로본점을 열며 국내에서 처음 즉석김밥을 내놓은 브랜드라는 타이틀을 차지했다. 이후 국내 프랜차이즈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20년 이상 업력을 이어오며 김밥전문점으로서 인지도를 강화해왔다.

▲ 김가네김밥 인기 메뉴 돈맛도시락. 출처= 김가네 공식 홈페이지 캡처

최근 늘어난 1인가구들이 김밥이나 분식을 찾는 추세에 발맞춰 김밥 외에도 라면, 볶음밥 등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메뉴를 꾸준히 개발해 출시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2017년 5월 출시한 ‘돈맛도시락’은 돼지불고기, 볶음김치, 계란 프라이 등 요소로 인기를 끌며 1년 만에 판매량 100만개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2014~2015년 김가네 영업이익이 각각 8000만원, 2700만원으로 집계되는 등 손익분기점에 가까운 수준을 보였다. 경기 성장 둔화로 자영업에 뛰어드는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전국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가 늘고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전국 가맹점 수는 2014년 말 20만7894개에서 2015년 4.8%(9991개) 증가한 21만7885개로 나타났다. 다만 지속 가능한 사업 역량을 발휘함으로써 실적을 회복했다.

가맹점 수도 조금씩 늘려왔다. 2018년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김가네의 전국 가맹점 수는 2015년 초 409개에서 같은 해말 408개로 1개 점포 줄었지만 2018년 말 기준 425개에 이르렀다.

▲ 김가네김밥의 실시간 김밥 전국 판매량. 출처= 김가네 공식 홈페이지

올해 사업 초점은 ‘비용절감·트렌디’

최근 5년간 단맛과 쓴맛을 두루 경험한 김가네는 올해 각종 비용이 상승하고 경쟁이 격화하는 등 어려운 사업 환경에 맞닥뜨렸다. 주요 전략으로 사업 비용을 절감하고 트렌드에 적극 보조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가맹점에 제공하는 재료들을 원팩 제품이나 가정간편식(HMR) 제품으로 변형해 점주와 직원들의 편의성을 높임으로써 인력 효율을 제고할 방침이다.

매장에 무인기기(키오스크)를 도입함으로써 매장 동선을 개선해 고객이 셀프 서비스를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이미 서울 ‘청량리역사점’과 부산 ‘부산서면점’에 각각 무인 계산대를 시범 도입한 상태다. 올해 들어 아직 새롭게 내놓은 메뉴는 없지만 김가네김밥을 자주 찾는 15~25세 젊은 고객들의 입맛에 맞는 메뉴를 선보여나갈 예정이다.

김가네 관계자는 “김가네는 최근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맹점주들의 어려움이 지속되는 가운데 비용절감 전략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며 “이와 함께 고객 니즈를 충족시키는데 주력함으로써 올해 더욱 트렌디한 브랜드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김가네가 위기를 극복하고 비교적 오랜 기간 브랜드를 유지해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한다. 다만 여의치 않은 외식업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김가네만의 차별화 요소를 부각시키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식당의 정석’ 등 요식업 분야 저서를 다수 집필한 이경태 맛있는창업연구소 소장은 “김가네는 국내에서는 드물게 수십년씩 이어진 장수브랜드로서 시장에 브랜드 파워를 입증한 상태”라며 “단순히 명맥을 이어가기만 하는 게 아니라 최근 양호한 실적을 나타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점에서 괄목할 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가네가 정체성을 확고히 할 수 있는 신메뉴를 내놓고 인테리어, 간판 등 외관적 측면에서 리뉴얼을 지속하는 등 전략을 펼치는 것은 현재 업황에 대응하는데 유효할 것”이라며 “꾸준한 노력으로 지금의 브랜드 인지도를 견실히 유지할 수 있다면 무주공산을 개척하는 수준의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본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