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풀무원이 미국 현지시장에 김치 수출을 공식화하자 식품업계는 긴장하는 모습이다. 현재 국내 김치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대상과 CJ제일제당의 양강 구도에서 해외 수출시장의 3강 구도로 재편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FIS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국내의 가정용 김치시장은 종갓집김치의 대상(점유율 46.7%)과 비비고의 CJ제일제당(34.6%)이 독점하고 있다. 풀무원 김치 ‘찬마루’는 올해 1분기 기준 소매점 매출액 순위 11위에 머물러 있다. 이처럼 국내 시장 점유율도 높지 않은 풀무원의 해외 진출은 파격적이다. 풀무원은 이미 오래전부터 글로벌 시장을 준비해오고 있었지만, 김치로 미국 월마트(Walmart) 진출은 업계 최초다.

▲ 풀무원 글로벌김치공장 전경. 출처=풀무원

풀무원은 지난 5월 전북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 내 글로벌김치공장 준공식을 갖고 글로벌 김치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글로벌김치공장은 풀무원 김치 수출의 전초기지로 IoT(사물인터넷) 등 최첨단 기술을 도입한 ‘스마트팩토리’로, 기존 김치공장과 차별화해 재료 입고부터 포장, 배송까지 모든 과정을 자동화했다.

풀무원은 그동안 하청업체를 통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김치를 생산하고 판매해 왔지만, 이번 공장 설립으로 연간 1만톤의 김치를 직접 생산하고 있다. 절임부터 포장까지 전 제조과정에 IoT센서와 IP카메라를 설치해 온도, 습도, 염도 및 제조 현장을 실시간 모니터링 된다. 또한 RFID기술로 재고관리까지 실시간으로 하여 미국, 중국, 일본 등 각 수출국의 배송 시간을 고려한 최고의 숙성도로 김치를 출고할 수 있다.

▲ 미국 월마트에 입점한 풀무원 김치(Pulmuone Kimchi). 출처=풀무원

이에 풀무원은 지난 6월 국내 김치제조사 중 최초로 글로벌 최대 유통사 미국 월마트와 미국 동부 유통강자 퍼블릭스(Publix) 전 매장에 입점한다고 밝혔다. 풀무원은 월마트 3900개 매장과 퍼블릭스 1100개 매장 등 미국 내 총 5000개 매장에 김치를 공급함으로써 미국 현지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미국 1위 유통사인 월마트 전 매장에 입점한다는 것은 힘들다. 미국 현지시장은 집인 장벽 자체가 높기 때문이다.

풀무원 김치가 월마트에 입점할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세 가지 분석된다.

첫째, 풀무원은 미국 전역을 유통할 수 있는 물류망을 갖췄다. 풀무원은 1991년부터 교민 시장을 대상으로 두부를 제조하고 판매하기 시작했고, 2016년에는 미국 두부 1위 브랜드 ‘나소야’를 인수했다. 나소야로 미국 전 지역을 커버하는 유통망과 물류망을 구축한 셈이다.

미국에 수출하는 풀무원 김치는 ‘나소야’ 브랜드를 달고 판매된다. 나소야는 풀무원USA가 미국에서 판매하는 대표 두부 브랜드이다. 품목은 ‘썰은김치 매운맛’, ‘썰은김치 순한맛’, ‘깍두기 순한맛’, ‘백김치’로 총 4종이다.

둘째, 한국에서 직접 만들어서 수출되는 김치라는 점도 한몫했다. 풀무원은 미국 현지에서 김치를 생산하는 대신 국내 글로벌김치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방식이다. 발효식품인 김치는 온도와 숙성도 관리가 어려워 수출보다 기업 입장에서는 현지 생산이 편리하다.

그러나 풀무원은 김치는 대표 한식이자 발효식품이므로 국내 생산에 의미를 뒀다. 김치의 주재료인 배추와 무의 품종이 각 나라마다 달라 김치 본연의 맛을 해외 품종으로 구현하기 어렵다. 특히 국내에서 재배하는 대부분의 배추는 국내 환경에 맞게 개량한 품종으로 해외에서 수급이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발효식품인 김치는 와인이나 치즈처럼 숙성과정에서 토양과 공기 중의 토착 미생물의 영향을 받아 국산 김치만의 아삭한 식감과 감칠맛을 따라잡긴 힘들다.
 
셋째, 풀무원은 외국인이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 김치의 후각적인 면을 해결했다. 유통과정에서 과발효되는 과정을 막고 과감하게 젓갈을 사용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맛의 변형에 있을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오히려 젓갈을 뺀 덕분에 월마트 관계자들은 풀무원 김치가 ‘비건푸드’라는 점에 주목했다. 계속해서 비건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미국시장에서 풀무원 김치는 더욱 건강한 김치라는 경쟁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준화 풀무원식품 CM(Category Manager)은 “김치가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된 후 미국인의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면서 “김치를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과 같은 건강식품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생겨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풀무원 관계자는 “미국 내 아시안 식품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고 BTS 등 한류 열풍은 미국 밀레니얼 세대까지 한식에 대한 경계심을 낮춰주고 있다”면서 “미국 비건식품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만큼 빠른 시간 안에 풀무원 김치를 미국 넘버원 제품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 대상의 종가집 포기김치. 출처=대상

그러나 풀무원의 해외 글로벌 김치시장 진출에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수출만으로 해외에서 주류시장을 공략하는 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균류가 포함된 김치는 국가별로 수입 규정이 매우 까다롭고, 각국마다 식문화가 다른 현지인의 입맛에 맞추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이유로 굳이 기업들이 현지로 나가 공장을 짓는 이유는 여기 있다는 것이다. 또한 아직 국내 시장 점유율은 대상과 CJ제일제당에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진출은 너무 성급한 투자가 아니냐는 분석이다.

경쟁 업체의 기술력과 인기도 만만치 않다. 국내 최초 포장김치 대상의 ‘종가집’은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1988년 최초 출시 이후 지금까지 ‘100% 국내산 재료’로 김치를 담근다는 원칙이다. 특히 100% 국내산 재료 중에서도 품질이 우수한 등급만을 사용한다. 또한 일본을 비롯해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에 수출되는 물량 80% 이상을 현지인이 소비하고 있다.

북미와 유럽에서 식품안전 신뢰도 표준으로 여겨지는 ‘코셔’(Kosher) 인증마크도 업계 최초로 획득하며 김치 수출에 힘을 더했다. 향후 종가집은 약 2500억 달러 규모의 코셔 시장에 김치 제품을 수출할 예정이다. 현재 종가집 김치는 현재 미주와 유럽, 대만과 홍콩 등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40여개 국가에 진출해 있다.

▲ 대상의 종가집 김치 제품(왼쪽)과 CJ제일제당의 비비고 김치 제품(오른쪽). 출처=각사

3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는 CJ제일제당 ‘비비고 김치’도 지난해 전년대비 30%에 가까운 수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베트남의 ‘고수 김치’, 미국의 ‘김치 피클’ 등 현지 입맛에 맞춘 다양한 김치가 선보이고 있다. 비비고 김치는 독자적인 브랜드로 수출에 나선지 3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최근 한류 콘텐츠를 활용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대상에 비해서도 인지도가 월등히 높다.

김치업계 관계자는 “풀무원이 김치 수출시장에 진출 해 관련시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 “다만 오랫동안 지켜온 전통과 한류 콘텐츠를 앞세운 경쟁사들을 유통망으로 누르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