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옥 사장(사진제공 부자비즈)

과열경쟁과 소비침체로 자영업자들의 생존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자영업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서울 마포 대흥동에서 지호한방삼계탕을 운영하고 있는 이영옥 사장(61세)의 사례에서 장수 경영의 비결들을 엿볼 수 있다. 이영옥씨는 KT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다가 99년에 퇴직했다. 2003년 삼계탕전문점 지호한방삼계탕을 창업한 후 17년째 꾸준히 그 사업을 계속하고 있다.

그 기간 동안 건물주의 요청에 의해 두 번이나 점포 위치를 옮기는 어려움도 겪었다. 현재 영업을 하는 대흥역 부근 상권도 상권이나 입지가 좋은 편이 아니다. 유통인구도 거의 없고 배후가 튼튼한 것도 아니다. 그런 자리에서 평소 월 6천만~7천만원대, 성수기에는 월 1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며 성공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경영의 이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장수할수록 투자수익이 높아진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고 파워가 생긴다. 하지만 자영업의 경우 가장 큰 이점은 사람들에게 추억을 팔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음식 문화에서는 기억과 추억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언젠가 좋은 사람들과 맛있게 음식을 즐겼던 경험이 있으면 시간이 흐른 후에도 그 집을 가족 동료 혹은 친구들과 다시 찾고 싶어진다. 그렇게 모이고 누적된 고객들은 안정된 매출의 기반이 된다.

◆ 장수경영 업종 선정이 중요하다

이영옥 사장처럼 장수 경영을 하려면 업종 선택이 중요하다. 너무 트렌드가 빠른 사업, 경쟁점이나 대체 상품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업종은 지속가능한 경영을 하기 어렵다. 반면 상품이나 업종의 트렌드가 느리고 오랜 역사를 가진 분야는 장수하는데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우리 전통음식인 한식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삼계탕은 오랜 역사를 가진 전통음식으로 대중적으로 풍부한 수요를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음식점의 경우 전문상품일수록 장수업종에 더 좋은 조건이다.

자주 먹는 음식은 가정간편식 등으로 대체가 가능하지만 자주 먹지는 않지만 제대로 된 음식을 즐기고 싶은 욕구를 가진 상품은 전문점이 선호된다. 상대적으로 간편식 등으로 대체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전문점의 첫 번째 요건은 상품 전문성이다. 얼마나 품질이 좋은가, 그리고 그 품질이 유지되는가가 지속적인 경영의 주요 요건이다. 오랜만에 방문했는데 맛이 변해 있다면 다시 가고 싶지 않을 것이다.

▲ 매장모습(사진제공 부자비즈)

◆ 전문성 높고 직원 장기근속하면 장수 경영에 유리

지호한방삼계탕은 국내에서는 드물게 삼계탕 전문 프랜차이즈로 성공한 브랜드이다. 가맹본부에서 특허 받은 한방육수에 건강한 삼계탕용 닭 웅추를 가맹점에 공급해주고 있어 맛의 균일성을 유지하는데 유리하다.

하지만 아무리 가맹본사가 균일한 식재료를 공급해도 주방장에 따라서 약간의 맛 변화가 생기게 마련인데 이영옥 사장 매장에는 24살에 입사해 마흔이 넘은 지금까지도 자리를 지키는 장기근속 주방장이 있다. 다른 직원들도 근속 연한이 7~8년이다. 이렇게 믿을 수 있는 직원들과 오래 함께 하는 것 또한 장수경영의 조건중 하나이다.

성공한 대부분의 자영업 사장들이 그렇듯이 장기근속을 위해서는 가족 같은 관계가 중요하다.

직원과 돈거래를 하지 말라는 말이 있지만, 가족 같은 관계이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그런 원칙을 넘어선다. 필요할 경우 직원들의 급여를 당겨서 주기도 하고, 돈을 빌려줄 때도 있다. 직원 자녀의 입학, 졸업 등 특별한 날에는 등록금을 지원하거나 노트북을 선물하기도 했다.

성공하는 장수 음식점이 되려면 맛, 청결 및 위생, 서비스가 모두 뛰어나야 한다. 이것을 유지하는 것은 사장이 아니라 직원들이다. 강압적인 강요가 아니라 먼저 좋은 관계를 만들어야 원하는 수준을 달성할 수 있다.

◆ 맛 서비스 공간경험 등 추억이라는 상품력

장수 음식점이 되려면 맛에 대한 추억은 물론 서비스에 대한 추억, 깨끗하고 정갈한 환경 등 입체적인 경험과 기억이 필요하다. 지호한방삼계탕 대흥역점은 인심이 후한 매장이다. 삼계탕에 함께 제공되는 인삼주도 추가를 요구하는 고객에게는 즐거운 마음으로 제공한다.

음식점의 비용 상승 압력이 커 원가 절감이 외사업자의 중요한 화두중 하나이다. 하지만 정확한 레시피 준수를 통해 원가 관리를 철저히 하되 성공하는 음식점 사업자가 되려면 고객이 원할 경우 넉넉한 인심을 베풀 필요가 있다. 식재료를 아껴서는 고객의 마음을 얻기 힘들다.

지호 오징어 단호박 찜닭. 홈페이지 캡쳐

고객이 부르기 전에 알아서 먼저 부족한 찬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매장을 찾는 고객의 즐거움을 배가 시킨다.

미국의 성공한 외식기업가 대니 메이어는 친절한 서비스, 마음에서 우러나는 따뜻한 서비스를 위해 조직원들에게 부드럽고 부단한 압력을 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압적 위압적인 지시로는 마음을 얻을 수 없지만 부드럽고 부단한 압력은 경영자의 마음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원의 마음을 하나로 만든다.

서울시에서 매년 실시하는 위생등급평가에서 ‘AAA’를 받을 수 있는 원동력도 직원과 좋은 관계다.

▲ 매장입구(사진제공 부자비즈)

◆ 지역 명소가 되는 것은 장수경영 지름길

오래 오래 살아남은 지역 맛집들은 대부분 해당 지역의 명소이다. 그래서 지역 사회와의 관계도 중요하다. 관광을 가면 그 지역의 맛집을 반드시 들리고자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호주에 있는 한 핫도그 가게는 호주 관광객들이 꼭 들리는 명소이다. 명소가 되면 상권이 넓어진다. 홍콩의 한 쿠키 가게도 홍콩을 찾는 전 세계 관광객들의 필수코스이다.

점포 위치를 두 번 이상 옮기기는 했지만 이영옥 사장도 마포 토박이라 마포 지역의 명소가 되려는 욕심이 있다. 매달 무료 식권 10매를 발행해서 주민센터를 통해 독거노인들에게 제공하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독거노인들이 직접 매장을 찾기도 하지만 돌봄서비스 담당자들이나 가족들이 포장을 해가기도 한다. 장수 매장으로 자리 잡으면서 멀리 서울역에서 일부러 대흥동까지 이영옥 사장의 매장을 찾는 고객들도 있다.

한편 개인 점포와 달리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장수 경영을 하려면 가맹본사와의 소통도 매우 중요하다. 관계가 나쁘면 브랜드를 바꿀 수 밖에 없다. 이영옥 사장의 경우 가맹본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호한방삼계탕의 히트상품 중 하나인 녹두삼계탕은 이용옥 사장이 가맹본사에 제안해서 개발한 메뉴이다.

지역의 명소가 되려면 늘 지역 상권의 변화 동향을 파악해야 한다. 이영옥 사장의 매장이 있는 대흥동의 경우 인근 주택가의 재개발로 매년 매출이 증가되는 추세이다.

▲ 봉사활동 모습(사진제공 부자비즈)

◆ 맛 유지와 조리 간편성 사이의 균형이 필요

장수 경영을 하려면 운영상의 어려움도 고려해야 한다. 너무 복잡하고 힘든 업종은 돈을 벌어도 힘들어서 그만두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삼계탕의 경우 계절적 특성이 반영되므로 손님이 몰리는 복날에는 하루 1500수의 닭을 요리해야 할 정도로 바쁘다.

여름철이 되면 현장 지도를 위해 매달 1~2번 매장을 방문하는 슈퍼바이저에게 원팩 같은 더 간단한 조리 시스템을 건의하기도 하지만 맛과 조리에 대한 원칙을 지키는 것, 또 다소 힘든 식재료 관리는 고객에게 더 나은 맛을 제공하기 위한 숙명이라는 생각도 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음식점에 비하면 운영이 간편한 게 바로 삼계탕 업종이다. 반찬이 간단하고 가맹본사에서 식재료를 공급하므로 삼계탕 조리 자체도 그다지 복잡하지 않다.

건강한방삼계탕. 홈페이지 캡쳐

대신 다른 음식에 비해 객단가가 높은 것을 위안으로 삼는다. 요즘같이 인건비가 오르고 각종 비용 상승요인이 많을 때는 한정된 고객 수일 때 객단가가 높으면 상대적으로 운영이 쉬워진다. 객단가는 14,000원이지만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16,000원대인 녹두삼계탕과 들깨 삼계탕이다.

3년 이내 자영업 폐업률이 85%가 넘는 현실에서 17년 이상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사례를 보면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첫 발자국이 있었다. 중요한 것은 어떤 경영 마인드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는가에 달렸다. 벤치마킹이 필요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부자비즈 운영자. ‘CEO의탄생’‘이경희 소장의 2020창업트렌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