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20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이 만나 추가 관세 유예와 협상 재개를 발표하자 많은 기업들이 안도의 숨을 쉬며 환호했지만, 하반기 경제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출처= ABS-CBN News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진정시키고 추가 관세 부과를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양국은 또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G20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이 만나 이 같이 발표하자 많은 기업들이 안도의 숨을 쉬며 환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만남이 '대단했다'(great), '아름다웠다'(beautiful)라고 표현했지만, 양국이 의미 있는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지, 올 하반기 시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성은 여전하다고 워싱턴포스트(WP), CNN 등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기존의 관세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며, 이는 계속해서 기업에 타격을 입힐 것이다. 중국 거대 기술업체인 화웨이에 대한 미 행정부의 입장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정치 리스크 컨설팅업체인 유라시아그룹의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양 정상이 발표한 임시 휴전은 무역 문제를 둘러싼 근본적인 갈등을 해결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으며 화웨이에 대한 지속 가능한 해결책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번 회담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거의 모든 것을 얻었다. 트럼프는 추가 관세를 보류하기로 합의했고 화웨이와 관련해서도 어느 정도 양보를 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그 대가로 "시 주석이 미국산 농산물을 더 사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위태롭기 그지없는 휴전이 얼마나 지속될 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WP가 현재까지의 상황에서 이번 미중 회담의 승자와 패자를 정리했다.

승자

중국 —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미중 정상회담이 끝나자 “'중국이 주도권을 보유'한 형태로 전환됐다”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화웨이 제재 양보 등은 중국 정부의 '미국 대선을 겨냥한 무역협상 전략'에 기인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번 G20에서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미국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양보도 얻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3000억 달러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일부 완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은 미국 농산물을 더 수입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농산물은 중국에게 어차피 필요한 것이고 지난 1년 동안 줄곧 말해왔던 것이기도 하다(중국이 얼마를 수입할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미국 소매업체(월마트, 타깃, 아마존 등) — 안도의 큰 한숨 소리가 들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머지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을 때, 거기에는 스마트폰, 유아용품, 신발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제 현재로서는 그런 관세 우려는 사라졌다. 다가오는 7~9월 휴가철 쇼핑 상품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하는 소매업체들에게는 이것만 해도 엄청난 승리다.

미국 소비자 — 현재 미국이 중국 제품에 대해 부과하는 관세만으로도 미국의 4인 가구는 평균 년간 800달러의 비용이 추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머지 3000억 달러 추가 관세를 부과했을 경우, 가구 당 추가 부담은 1800 달러로 늘어났을 것이다.  

화웨이 — 미국 정부는 중국의 거대 기술기업 화웨이가 기본적으로 미국인들을 감시하기 위해 휴대전화와 다른 제품들을 이용했다고 비난했다. 미 상무부는 그동안 미국 기업들의 화웨이 거래를 제한해 왔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미국 기업들의 호소를 인용하면서, 미국 기업들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지 않는 부품들을 화웨이에 납품하는 것을 다시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 문제와 관련해 일부 참모들과 심지어 공화당 상원 의원들의 반대까지 물리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5월 미국 상무부가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린 이후 명백한 반전이다. 그러나 미국이 트럼프의 결단에 따르기 위해 수출금지조치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화웨이의 모든 사업 분야에서 미국 부품 조달을 허용할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화웨이 문제를 무역 협상의 일부로 포함시킬 용의가 있음을 시사했는데, 이 또한 중국이 원했던 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은 화웨이와의 거래는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를 낳기 때문에 무역 협상과는 별개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유라시아 그룹 애널리스트들은 "트럼프가 화웨이 문제를 무역 협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화웨이 문제와 무역 협상을 모두 더 복잡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월가 —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938년 이래 최고의 6월을 보냈다. 월가의 투자자들이 그동안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가 무역 협상을 재개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주가가 급등했는데, 실제로 그대로 일이 벌어진 것이다. 투자자들은 무역전쟁이 본격 시작된다면, 필요할 경우 금리를 인하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발표에 환호한 바 있다.

패자

트럼프의 강경파 참모들 — 중국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높아지는 것을 우려했던 사람들, 그리고 그것이 미국의 안보를 해친다고 주장한 사람들은 이번 회담 결과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는 중국 언론이 ‘증오를 부추기는 자’(cheerleader of hatred)로 부르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그리고 <중국이 미국 경제를 죽이고 있다: 용에 대항해야>(Death by China: confronting the dragon)라는 책을 쓴 골수 대중 강경파이지만 이번 회담에서 협상 테이블의 맨 끝에 앉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비장의 일격(모든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강행)을 포기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봐야 했던 피터 나바로 같은 인물이 포함된다.

미 의회 매파들 —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공화-플로리다)이나 찰스 슈머 상원 원내대표(민주-뉴욕) 같은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협상에서, 특히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자 즉각 반박했다. 이들은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를 무역협상에 포함시키고 제재를 완화한 것에 대한 비판에 앞장설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대선 주자들 — 민주당 대선 후보들은 무역 문제에서 강경 입장을 고수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공략하기 위해 애써왔다.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대중 관세가 미국의 물가만 올리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주장하며 트럼프의 관세 부과를 그를 공격하는 단골 메뉴로 사용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소비자들의 고통을 줄여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들의 공격은 머쓱해지고 말았다.

승자일까 패자일까?

트럼프 —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을 재개하기로 했다. 이는 조만간 2020년 선거 국면에 진입할 시장과 경제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는 그러기 위해 중국에 많은 것을 양보했다. 그가 이번에 관세 부과를 철회함에 따라 미국과 무역 협상을 앞두고 있는 중국은 물론 유럽 등 세계 다른 나라들은 미국의 관세 위협을 걱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물론 앞으로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상당한 양보를 얻어내는 협상을 할 가능성은 있지만, 적어도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는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을 주 목적으로 삼은 것 같다.

미중 관계 — 일부 비판론자들은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접근법을 비난하지만, 이번 합의에는 중국이 자국 경제에 대해 비판적 개혁을 하고 외국 기업에 대해 보다 공정한 경쟁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광범위한 합의도 포함되어 있다. 트럼프의 완화 결정으로 중국이 그러한 변화를 수용하는 협상으로 이어질 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미국 농부들 —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콩, 육류 등 기타 농산물의 구매를 재개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가혹했던 1년을 보낸 미국 농부이 가격을 다시 약간 인상할 여지가 있지만, 중국이 무역 전쟁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농산물 구매를 회복할 지는 불투명하다(더 많이 수입할 지는 차치하고). 다른 모든 업계와 마찬가지로 미국 농부들도 확실성을 원하는데, 아직 확실하지 않아 보인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 —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는 이제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시주석 간 최종 합의의 세부 사항들을 철저히 검토해야 하는 사람이다. 특히 중국이 외국 기업과의 공정한 경쟁과 지적 재산에 대한 정책을 실질적으로 바꾸도록 하기 위해서는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 시 주석이 "협상은 평등하고 상호 존중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회담이 그에게 도움이 될 것인지 상처를 줄 것인지는 불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