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이번 위기관리를 하면서 느꼈는데요. 기자들이 저희도 모르는 내부 정보를 다 알고 있더라고요. 저희 홍보실조차 알지 못하는 내용을 여기 저기 기자들을 통해 듣는 게 정말 고통스러웠습니다. 어디에서 정보가 흘러 나가는 걸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기업에서 흔히 정보 보안을 위해 일선 직원들을 주로 교육하시는데요. 위기관리 해 본 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중요 정보는 최상위 중요 경영진에 의해 외부로 흘러 나갑니다. 일선 직원들은 위기 시 중요 정보를 언론 보도를 보고 나서야 아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자사에 위기가 발생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출퇴근하는 직원들도 많은 게 현실입니다.

유출 하려해도 유출할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은 직원이 대부분이라는 것입니다. 더구나 중요 정보는 그들이 가지고 있을 가능성도 매우 희박합니다. 중요 정보를 일단 가지고 있는 사람이어야 그것을 유출할 수 있겠지요. 위기 시 중요 정보를 가지는 사람들이 누구일까요? 맞습니다. 중요 경영진입니다.

그렇다면, 그 경영진은 왜 중요 정보를 그렇게 유출하는 것일까요? 정치적 목적? 해사 행위? 전략적 유출? 글쎄요. 대부분 중요 정보 유출은 실수나 부주의함으로 발생합니다. 정보를 얻은 상대가 위험한 이해관계자라는 사실을 미처 자각하지 못하는 것이죠. 중요 경영진들이 개인적 상황에서라도 항상 주변을 좀더 돌아보며 커뮤니케이션 하는 습관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 다음 유출 원인은 자신의 의도를 주관적으로 설정하기 때문입니다. 중요 정보가 바깥으로 흘러 나갔을 때 문제의 경영진은 이런 해명을 합니다. “그런 의도로 이야기했던 것이 아니다” 이 말은 사실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정보 유통 상황에서 화자의 의도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그 정보를 그렇게 사용할지 몰랐다”는 말도 의미가 없습니다. 화자가 청자의 의도까지 주관적으로 추정했기 때문이죠.

또한 정보 유출에 관련된 경영진은 회사로부터 자신이 의심을 받을 때도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이 자신이 옮긴 정보를 재유출했는지’ 확인하기 어려워합니다. 그간 너무나 다양한 사람을 만나왔기 때문입니다. 사적으로 만났던 지인 기자들도 많고, 투자은행쪽 인사들도 많고, 동창이나 동문들도 수없이 많습니다. 함께 골프 쳤던 사람들도 정리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어디에서 말이 새나갔을까 심증도 가지 않을 정도면 문제입니다.

위기관리를 위해 주변 지인들에게 사적으로 조언을 구하거나 사정을 설명하는 VIP분들이 많습니다. VIP께서 기억하셔야 할 것은 위기 시 모든 정보는 기본적으로 수류탄처럼 위험한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우리가 폭발가능한 수류탄을 조심스럽게 다루는 것처럼, 정보는 위험한 것이므로 시종일관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합니다. 위기 시 여기 저기 정보를 옮기는 것은 안전핀이 제거된 수류탄을 여기 저기 옮기는 것과 같은 아주 위험한 행위입니다.

그들이 아무리 믿을 만하고 그럴 만한 위치에 계신 분들이라고 해도, 이미 안전핀은 제거되었기 때문에 그 정보의 위험성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습니다. 여기에 더해 자신의 의도를 주관적으로 설정하지 마십시오. 그들의 의도 또한 주관적으로 추정하지도 마십시오.

위기 시 VIP께서 외부로 옮긴 말이 기사화되고, 음성이 보도되고, 문자와 흐린 영상이 공유되는 상황이 되면 안 됩니다. 특히 믿었던 기자나 언론계 인사들이 VIP의 말을 옮기는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이 나쁜 것이 아니라, VIP 스스로 안전핀을 제거하신 그 부주의함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입을 전략적으로 컨트롤 했다면 모든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