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뉴. 사진=현대자동차

[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판매 부진을 탈출하기 위해 인도, 아세안, 중동 등 신흥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마이카 시대를 맞은 신흥강자 인도와 중동 수요의 절반을 차지하는 사우디아라비아 공략에 적극 나선다.

29일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달 출시한 엔트리급 SUV '베뉴'가 출시 한달만에 사전계약 3만3000대를 돌파했다. 현대차 모델 중 인도 시장에서 가장 성공했다고 평가받던 '크레타'는 물론 가장 최근에 출시된 '상트로'보다 높은 판매량이다.

이에 더해 올해 안에 전기차 코나(7월 예정), 그랜드 i10 등 2종의 신차를 인도에 출시해 인도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내년에는 현지 시장 만족도가 높은 ‘엘리트 i20’ 완전변경모델을 출시한다.

베뉴의 성공에 대해 업계에서는 인도시장에 특화된 기능이 대거 탑재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현대차의 텔레매틱스 서비스 '블루링크'를 통해 총 33개의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이 주요했다.

텔레매틱스 서비스 '블루링크'. 사진=현대자동차

인도에서는 다소 생소한 커넥티드 기술(원격제어, 안전보안, 차량관리 및 진단, 길안내)을 선보임으로써 현지 고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은 물론, 차량의 프리미엄 이미지도 강화했다는 평가다.

블루링크가 제공하는 33개 중 10개의 서비스는 인도시장에 특화시켰다. 끊김 없는 연결성을 유지하기 위해 인도 최대 통신사 보다폰의 심카드를 내장했다. 도난방지 등 보안 관련 이슈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격대를 다양화해 동급 차종인 XUV300(마힌드라), 브레자(마루티 스즈키), BR-V, 넥슨은 물론 한단계 낮은 차급인 재즈(혼다), 엘리트 i20(현대), 발레노(마루티 스즈키), 글랜자(토요타) 등과도 경쟁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인도공장의 내수 판매 역시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 인도공장의 내수 판매는 2017년 52만7320대, 2018년 55만대여대 등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 왔다. 올해 1~5월 누적 판매량도 21만7770대를 기록, 중국공장 내수 판매량(21만7136대)를 뛰어 넘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인도에서 첫 선을 보인 '베뉴'는 경형 SUV임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고사양 차량에 장착되는 옵션을 단 것이 특징"이라며 "현대차는 빈부격차가 큰 인도에서 미래 지향적인 기술을 담은 가성비 높은 차량을 선보이고 있고, 이는 현지 사람들의 경험을 확대하고, 만족감을 높이는 효과를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가구 구성인 사람이 많고, 2륜 오토바이를 자동차로 바꾸려는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이에 수요에 맍는 제품을 내놨다"며 "과거 한국에서 자물쇠를 단 냉장고가 유행했던 것과 같이 현지 문화에 맞는 옵션을 내 건 것도 좋다"고 전했다.

▲ 지난 26일 현대자동차와 사우디 아람코가 수소경제 실현을 위한 협력을 약속했다. 사진=현대자동차

인도 수요와 더불어 사우디아라비아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도 수립했다. 특히 최근 운전이 허용된 여성 운전자 시장을 잡는데 주력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 완성차 판매의 약 50%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뤄진다. 이에 사우디아라비아 내 판매 실적은 중동 전체 실적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도가 높다.

내년까지 10만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사우디아라비아 여성 운전자 시장 역시 매력적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여성 고객 공략을 위한 태스크포스팀(TFT)을 만들고 특화 상품 및 서비스를 개발 중에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미래 시장을 위한 협력도 강화한다. 이를 위해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 26일 사우디아라비아의 글로벌 종합 에너지 화학 기업 ‘사우디 아람코’와 수소에너지 및 탄소섬유 소재 개발 협력을 체결하기도 했다.

주요 내용은 현대차와 사우디 아람코가 국내외의 수소 공급망을 확충하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수소전기차 보급을 위한 실증 사업을 진행한다는 안이 담겼다. 사우디 아람코는 현대차의 승용 수소전기차, 수소전기버스를 사우디아라비아 현지에 도입해 실증 사업을 실시하고 보급 확대 가능성을 타진할 예정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이번 협약은 현대차와 사우디가 맺은 미래사업에 대한 포괄적 협약이라는데 의미가 있다”며 “수소차도 전기 동력원 중에 하나로 얘기되고 있는 부분이고, 양국 모두 생태계를 구축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함께 인프라를 만들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