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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함마드 왕세자 방한 "데저트밸리 황색바람 올라타라"10조원 보따리 풀어...5대 그룹사 따로 미팅 눈길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압둘 아지드 알사우드 왕세자가 26일 방한하자 국내 경제계가 들썩이고 있다. 비전 2030으로 대표되는 사우디의 탈 석유 비전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며 미국의 실리콘밸리 부럽지 않은 데저트밸리 로드맵이 추진되는 가운데, 무함마드 왕세자는 방한에 맞춰 총 83억달러(약 9조6000억원) 규모의 계약과 양해각서를 체결해 눈길을 끈다.

그는 방한 당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 및 4대 그룹사 총수와 회동을 가진 후 오후에 별도로 승지원에서 롯데가 포함된 5대 그룹사 총수와 별도의 1대1 미팅을 가지는 등 국내 경제계와의 협력에 특히 공을 들이는 분위기도 연출했다. 사우디의 비전 2030 이행을 함께하는 8대 전략적 협력 국가에는 미국과 영국을 비롯해 한국도 포함되어 있다.

   
▲ 문재인 대통령과 무함마드 왕세자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출처=뉴시스

무함마드, 누구인가?
무함마드 왕세자 열풍이다. 그의 방한과 함께 총 60억달러 규모의 석유화학 부문 추가 투자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한 에쓰오일 사옥 전면에는 무함마드의 방한을 축하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렸고, 그의 행보 하나하나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이라는 별칭이 말하듯 절대왕정 국가인 사우디의 실권자다. 외국 유학 경험은 없지만 2009년 현 국왕인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가 2009년 리야드 주지사를 지낼 때 특별고문을 맡아 정치 수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면에 나선 것은 2015년이다. 부친인 살만 국왕이 80세의 나이로 즉위하자 왕위 계승 서열 1순위인 이복동생과 50대 조카를 연이어 폐위시키고 무함마드 왕세자를 2017년 후계자로 낙점했다. 이 과정에서 무함마드 왕세자는 정적으로 부상하던 11명의 왕자들을 체포해 숙청하며 권력을 잡았다. 최근에는 부친인 살만 국왕과의 불화설도 나오고 있으나, 중동 소식통 등에 의하면 명확하게 확인되지는 않는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1985년생의 젊은 나이에 걸맞게 중동 수니파 패권국인 사우디의 개혁을 이끌고 있다. 여성들에게 운전을 허용해 중동의 우버와 같은 카림이 성장하는데 큰 역할을 했으며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가 팽배했음에도 젊은층을 대상으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열정적으로 추진하는 등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다.

2016년 4월 중장기 경제발전계획인 비전 2030도 발표했다. 오일머니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자국의 경제체질을 바꾸는 한편 원전 사업 및 ICT 테크기술 확보에 열중하고 있다. 사우디는 무함마드 왕세자의 지도를 바탕으로 원유 외 수입을 2015년 약 52조원에서 2030년 약 318조원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해 무함마드 왕세자는 사우디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를 상장시켜 자본을 모아 ICT 중심의 데저트밸리를 건설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발표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손잡고 비전펀드를 운영하며 글로벌 무대로 영역을 확장하는 중이다. 그를 세계 최대 스타트업 투자자로 부르는 이유다.

그림자도 있다. 지난해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 세계 스트롱맨 17인에 들어갈 정도로 그의 정치적 입지는 탄탄하지만 서구 외신들이 그를 '중동의 김정은'이라고 부를 정도로 철권통치를 지향한다. 국민과 경제 측면에서는 과감한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정치적으로는 무소불위의 독재자라는 비판도 나온다. 

그는 현재 사우디 부총리 겸 국방장관만 맡고 있으나 사실상 살만 국왕을 제외하면 자국에서 그에게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평가다. 왕자 숙청 과정에서의 비윤리적 행위에 대해서도 많은 비판을 받았고, 예멘 내전에 필요이상 개입해 유엔의 경고를 받은 전적도 있다.

지난해 10월 사우디 반체제 인사인 언론인 카슈끄지가 살해당한 사건도 논란이다. 카스끄지가 터키 이스탄불 총영사관에서 석연치 않은 정황으로 살해당하자 그 배후에 무함마드 왕세자 및 사우디가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다국적 기업들은 사우디의 주요 투자 계획을 철회하는 한편, 그 불똥은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에도 튀었다.

   
▲ 지난해 아랍 터키 언론인들이 무함마드 왕세자를 언론인 살해 배후로 규정하고 비판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한국과의 경제협력은?
무소불위의 철권 통치자이자 개혁개방의 선두주자라는 양면을 가진 무함마드 왕세자는 방한과 함께 상당수준의 경제협력 로드맵을 쏟아냈다.

당장 사우디 아람코와 에쓰오일은 60억달러 규모의 석유화학 부문 투가 투자협력에 나서기로 했으며 현대중공업은 킹살만 조선소 선박엔진공장 설립에 있어 4억2000만달러 규모의 양해각서를 주고 받았다. 석유공사는 한국 내 잠재원유 비축방안을 위한 협약을 맺었고 현대오일뱅크는 사우디와 원유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아람코와 현대차그룹이 미래차 및 수소에너지 관련 기술협력에 나선 대목에 시선이 집중된다. 현대차와 아람코가 함께 국내에서 수소를 공급하는 한편 수소충전소를 확대하기 위해 협력하는 것이 골자다. 나아가 수소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실증사업도 진행한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저비용 탄소섬유, 탄소강화 강화플라스틱 소재의 시장 안착을 위해 협력하는 장면이다. 이 시장은 일본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대목이지만, 만약 아람코와 현대차그룹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시작하면 다양한 가능성 타진이 이뤄질 전망이다. 원천기술에 가까운 소재 시장을 노렸다는 점에서 의욕적으로 추진되는 수소경제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사우디 AGIC와 SK카스는 사우디에 프로필렌, 폴리프로필렌 생산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그리고 사우디 왕립기술원은 로봇산업진흥원과 함께 기술협력에 나선다.

정부 차원으로는 사우디 비전 2030 위원회와 함께 내년 서울에 비전오피스를 개소한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번 방한을 통해 양국 간 조선, 석유화학은 물론 로봇, 친환경차, 수소에너지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협력을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관심을 끌었던 원전 협력은 없지만, 사우디는 국내 10개 기업과 별도의 투자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광폭행보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사우디 투자청은 대한상공회의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등과 기업인 행사를 개최하고 제조·에너지 등 분야에 대한 기업인들간 의견 교환 및 기업간 교류의 장도 마련했다.

국내 경제계에서는 무함마드 왕세자 방한과 함께 주로 석유 및 소재 등의 영역에서 협력 물꼬가 트였으나, 장기적으로 ICT 테크 분야에 대한 협력도 있을 것으로 본다. 사우디가 비전 2030을 통해 데저트밸리의 청사진을 그리는 상황에서 한국의 ICT 기술력이 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우디는 한국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무함마드 왕세자는 사우디의 실권자다. 출처=뉴시스

5대그룹 총수와 만난 무함마드 왕세자
무함마드 왕세자는 방한 당일 오전 청와대 오찬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만났다. 이어 무함마드 왕세자는 에쓰오일 행사 등의 일정을 소화한 후 오후 삼성의 영빈관인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승지원에서 4대그룹 총수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깜짝만남을 가졌다. 

신 회장은 오전 일본에서 열린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 참석하는 바람에 청와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나, 오후 승지원 회동에는 참석했다.

깜짝만남에서 무함마드 왕세자는 5대그룹 총수와 1대1 면담을 했다. 무함마드 왕세자 측이 먼저 제안해 삼성이 주최를 맡아 추진한 승지원 회담에서는 사우디에 대한 투자를 늘려달라는 왕세자의 요청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재계에 따르면 무함마드 왕세자는 방한 동안 삼성전자의 주요시설을 둘러보려 했으나, 일정이 여의치 않아 불발됐다.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19.06.27  08:3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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