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바이오팜 연구원이 연구를 하고 있다. 출처=SK바이오팜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SK바이오팜은 신경계 질환 부문에서 이전에 없었던 의약품인 ‘혁신신약’에 대한 시판허가를 미국 식품의약품청(FDA)로부터 획득했다. SK바이오팜은 또 다른 신경계 질환 치료용 혁신신약에 대해 FDA로부터 시판허가 심사를 받고 있다. 연구개발(R&D) 역량을 인정 받는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도 미국 바이오 클러스터 보스톤에 오픈이노베이션 센터를 구축하는 등 미국 제약바이오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어 관심이 모인다.

SK바이오팜, 중추신경계 신약 두 개 보유 한국 최초 바이오텍

SK바이오팜은 중추신경계(CNS, Central Nervous System) 질환 치료제 개발 전문기업이다. 이 기업은 뇌전증, 수면장애, 조현병, 조울증, 집중력 장애 등 신경계 질환에 특화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 기업 BCC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CNS 시장은 2017년 기준 약 81조원이다. 이는 2021년까지 연평균 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 글로벌 중추신경계 치료제 시장 점유율(단위 %). 출처=BBC 리서치

업계에 따르면 중추신경계 질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제약사 중에서는 바이오젠이 꼽힌다. 2017년 기준 바이오젠은 글로벌 CNS 시장에서 약 11.61%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로슈 11.06%, 존슨앤드존슨(J&J) 8.47%, 화이자 7.27%, 노바티스 5.51가 뒤를 잇고 있다.

수면장애신약 ‘솔리암페톨(제품명 Sunosi)’는 SK바이오팜이 1996년 한국 기업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의 임상시험계획승인(IND)를 받아 개발을 시작한 후 약 20년만에 시판허가를 획득했다. SK바이오팜 미국 파트너사 재즈 파마슈티컬스(JAZZ Pharmaceuticals)는 기면증과 수면무호흡증에 따른 주간졸림증 완화 목적으로 판매허가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솔리암페톨은 앞서 항우울제로 개발됐지만 이후 수면장애 치료제로 연구가 진행됐다. 약 2000명이 넘는 환자를 대상으로 약 20건 진행된 임상을 통해 주간졸림증을 명확히 개선시키는 효과를 확인했다. 이는 이달부터 미국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 수면무호흡증 치료제 시장 전망(단위 백만달러). 출처=이밸류에이트파마

미국수면학회(ASA)에 따르면 한 달에 한 번 운전 중에 잠에 빠지는 기면증 환자 수는 약 250만~350만명이다. 수면무호흡증을 겪는 환자는 약 2500만명에 이르지만 이 중 약물을 처방 받는 비중은 약 10%에 그친다. 이는 증상을 알아차리기 어려운 한계 탓인데, 해당 질환 치료제 시장은 지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분석됐다. 의약품 시장 조사기업 이밸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수면무호흡증 치료제 시장은 지난해 700만달러에서 2024년 4억 300만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 자이렘과 솔리암페톨 매출 전망(단위 백만달러). 출처=이밸류에이트파마

파트너사 재즈는 수면장애 블록버스터 치료제 ‘자이렘’을 판매해 지난해 14억 9000만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자이렘 특허 만료는 2023년이다. 재즈는 특허만료에 따른 시장 방어를 위해 솔리암페톨을 전략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라면서 “솔리암페톨은 자이렘보다 효능이 두 배 이상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이밸류에이트파마는 자이렘 매출 감소와 맞물려 솔리암페톨 매출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SK바이오팜이 개발한 또 하나의 혁신신약 ‘세노바메이트’는 뇌전증(간질) 치료제로 FDA가 시판 허가 심사를 하고 있다. 이는 약 10개월 검토기간을 거쳐 올해 11월 21일께 최종 허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세노바메이트는 SK바이오팜의 혁신신약 개발 역량을 보여주는 의약품이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와 관련해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시험까지 독자적으로 해냈다.

▲ 뇌전증 치료제 시장 점유율(단위 %). 출처=이밸류에이트파마

업계에서는 세노바메이트가 새로운 연매출 1조원 이상 판매될 수 있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부상할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뇌전증 치료제는 UCB제약의 ‘빔팻’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세노바메이트는 임상 2상에서 위약, 빔팻 대비 발작 빈도수 감소율이 높은 점이 확인됐다”면서 “블록버스터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노바메이트는 안정성도 입증됐다. 기존 뇌전증 치료제는 약물 알레르기로 심각한 발진이나 급성간염, 신부전을 일으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질환인 DRESS 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다. 세노바메이트는 임상 3상에서 1348명 환자를 모집했다. 임상 도중 치료를 중단한 273명을 제외하고 1037명이 28주간 복용했지만 8.5% 비율인 114명이 입원치료가 필요한 경련 등 부작용이 관찰됐으며 흔한 부작용으로 졸음, 어지럼증, 피로 등이 확인됐다. DRESS 증후군은 한 건도 발견되지 않았다.

세노바메이트 판매는 솔리암페톨과 달리 미국 뉴저지 현지법인인 SK라이프사이언스가 맡을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노바메이트는 후보물질 발굴부터 판매까지 모두 SK가 독자적으로 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SK가 지속해서 미국에 진출하는 발판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간다”고 말했다.

LG화학, 무거운 무게 중심… 한국 제약바이오 기둥?

주요 한국 바이오텍 대표와 최고기술책임자(CTO)의 경력을 보면 유독 LG화학에 합병된 기업인 LG생명과학 출신이 눈에 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LG화학 생명과학부는 ‘고요한 강자’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는 계속 제약바이오 R&D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면서 “백신, 제미글로 등 묵직한 의약품을 갖추고 있다.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최신 기술보다 확실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2003년 ‘팩티브’로 FDA로부터 한국 최초로 승인을 획득했다. 이후에도 히알루론산 필러 ‘이브아르’,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 등을 최초로 자체 개발했다는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제미글로는 한국 신약 최초로 지난해 연 매출 85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올해 1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 LG화학 '제미글로' 매출 추이(단위 억원). 출처=유비스트

자체 개발 역량이 뛰어난 LG화학은 글로벌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은 후보물질 발굴부터 시판까지 성공률이 약 11%에 불과한 혁신신약 개발 사업에서 효과를 나타내는 방안 중 하나다. LG화학은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글로벌 이노베이션 센터(LG Chem Life Sciences Innovation Center)’를 구축했다. 이를 구성하는 인원은 임상개발, 중개의학 분야 전문가 등이다.

LG화학은 세계 최고 바이오클러스터로 꼽히는 보스턴 인프라를 활용해 혁신기술 등을 도입하면서 글로벌 이노베이션 센터를 글로벌 신약개발 교두보로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보스턴에는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 노바티스, 머크 등 약 제약바이오 기업 약 2000곳이 밀집해 있다. 대학교와 연구소, 임상이 가능한 대형 종합병원 등이 모여있는 점도 중요한 특징이다. 제약바이오 분야 종사자 수만 9만명에 이르는 전문 인력 집중지다.

LG화학은 자체개발 혁신신약인 통풍,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글로벌 임상 2상 시험계획서를 FDA에 올해 말까지 제출할 방침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연구, 비임상 단계인 당뇨, 비만, 지방간 치료 후보물질 등도 임상 1상을 진행할 것”이라면서 “미국 큐 바이오파마, 영국 아박타, 한국 메디포스트 등으로부터 도입한 면역항암제, 세포치료제 등의 공동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은 피디씨 라인 파마가 진행하고 있는 임상 1/2a상 단계의 비소세포폐암 항암백신을 도입해 개발하고 있다. 이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면역세포에 특정 암세포를 제거하라고 신호를 전달하는 체내 항원전달세포인 수지상세포를 활용하는 항암백신이다.

기존 항암 백신은 환자의 자가 세포를 추출해 배양하는 일종의 주문 제작 방식으로 치료제 제작까지 일정 기간이 추가로 필요한 한계가 있지만, 피디씨 라인의 세포주 제작 방식은 처방 즉시 치료제를 투여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이 항암제 분야에서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관심이 많다”면서 “적극적인 홍보 등으로 화려한 의약기술을 내보이는 바이오텍에 비해 주목을 덜 받는 것 같지만 실제론 아주 강력한 파이프라인을 갖춘 기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