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요즘 애들, 요즘 어른들’의 저자 김용섭 트렌드 분석가는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코드를 공유, 취향, 젠더, 윤리, 환경으로 꼽았다. 이들은 기성세대와 소비 코드가 다른데, 이전 세대가 고려하지 않았던 요소를 중시하기도 하고, 당연하다고 여겨지던 소비 코드를 그렇지 않다고 여기기도 한다.

 

집과 차 ‘공유’하는 것으로 생각 취향을 소비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가장 비싼 소비재인 동시에 재산인 집과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공유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세대다. 집과 차를 소유할 돈을 자신에게 쓴다는 것이다. 셰어하우스 회사인 우주는 2016년 20개점에서 2018년 100호점까지 늘어났다. 누적 입주자는 4000명에 이른다. 에스원, 롯데자산개발, SK D&D, KT에스테이트, 코오롱 글로벌 등의 대기업도 셰어하우스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자동차에서도 밀레니얼 세대는 마이카 욕망이 베이비붐 세대와 X세대에 비해 적다. 김 분석가는 “대중교통의 발달과 카셰어링(차량공유)의 확산, 원격근무 확대 등 평생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도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는 시대가 오는 만큼 앞으로도 밀레니얼 세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 자동차 소유 기피 현상이 지속해서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만의 취향도 중요한 소비 코드로 생각한다. 공유경제로 아낀 돈을 여행에 사용하거나, 공연과 전시를 보는데 사용한다. 취미에 투자하고, 특정한 취미에 미치는 이른바 ‘덕질’도 자주 한다. 피규어, 텀블러, 쇼핑백 등을 사서 모으는 밀레니얼이 대표적 사례다. 특히 저성장과 저고용 시대에 밀레니얼은 소비를 할 수 있는 여력이 부모 세대에 비해 많지 않다. 이런 이유에서 그저 ‘있어 보이기 위해’ 물건을 사는 것보다는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는 것에 더 주목한다.

특정 성별을 거부한다 젠더리스

다양성을 존중하고 포용하는 젠더리스(Genderless) 혹은 젠더 뉴트럴(Gender Neutral)도 밀레니얼 세대의 대표적 소비 코드 중 하나다. 턱시도를 하는 여자 배우, 치마를 입는 남자 배우 등이 등장하는 시대다. 김 분석가는 “현재 패션계에서는 개성과 취향을 반영하는 가장 개인적인 선택을 기반으로 성별은 물론이고 인종이나 신체 사이즈 등에서도 다양성이 존중되고 있다”면서 “뷰티업계에서도 남성용 화장품도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분석가는 “롯데백화점의 색조 화장품 남성 매출 비중은 2012년 4%에서 2016년 11%로 높아졌다”면서 “G 마켓에서도 지난해 1월부터 4월까지 명품브랜드 화장품의 여성 스킨케어 세트를 구매한 남성 소비자의 구매 건수가 2017년 대비 122%늘었다는 사례가 있는 만큼, 이제 성별을 구별하는 것은 무의미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리와 환경도 중요한 소비 코드

구찌는 2017년 10월 모피 사용 금지를 선언했다.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에서 윤리적 관점을 중요시 여긴다는 것을 파악하고 내린 결정이다. 샤넬도 지난해 11월 모피나 악어와 같은 희귀동물의 가죽을 사용한 제품을 더 이상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베르사체, 버버리, 코치, 휴고보스 등도 최근 천연모피 대신 인조모피를 사용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채식에도 관심이 많다. 김 분석가는 “밀레니얼 세대의 채식 소비는 체질적·종교적 이유가 아니라 윤리적 소비 관점과 맥을 같이 한다”면서 “이들은 공장식 사육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이런 관점을 반영해 비욘드 미트를 비롯한 식물성 고기 제조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라면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농심 신라면이 오뚜기 진라면에 점유율에서 쫓기고 있는 상황도 세금 완납, 정규직 채용, 심장병 어린이 돕기 등의 미담이 나오는 오뚜기에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힘을 실어줬기 때문으로 분석한다”면서 “아직은 라면시장 정도만 바꿔놓았지만 이들의 구매력이 커질수록 바뀔 시장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기성세대보다 환경 문제에도 더 민감한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 제품의 포장재를 기존 플라스틱에서 대나무나 사탕수수 찌꺼기로 만든 펄프몰드로 바꿨다. 김 분석가는 “기성세대가 환경 문제에 소극적이었던 것과는 달리 밀레니얼 세대는 환경보호를 필수 문제로 여긴다”면서 “친환경을 ‘힙’한 이슈로 여기고, ‘멋지고 세련된 당연한 일’로 여기는 성향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신장훈 삼정KPMG 유통·소비재산업 부대표는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 환경오염과 미세먼지 심화 등을 일상 생활 속에서 체감하는 밀레니얼과 Z세대는 환경 이슈에 민감하다”면서 “또 정의와 올바름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고, 기업의 상품을 살때도 기업의 진정성, 진실성, 도덕성을 구매 기준 중 하나로 여기는 일명 의식 있는 컨셔스(Conscious)소비 성향을 강하게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