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숙박 O2O 플랫폼 업계에 또 한 번 전운이 감돌고 있다. 소송에 소송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두 기업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두 기업은 지난 몇 년간 진흙탕 싸움을 방불케하는 신경전을 벌였으나 지난해 말 기업 최고위직 사이에서 암묵적으로 '협력으로 방향을 전환하자'는 의지를 다진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논란으로 재차 이전투구의 양상으로 빠져들고 있다.

현재 야놀자는 글로벌 전략을 계획대로 추구하는 한편 싱가포르 투자청, 부킹홀딩스로부터 총 1억8000만달러의 시리즈D 투자를 유치하며 유니콘으로 우뚝 섰다. 이수진 야놀자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길에도 함께하며 승승장구했다.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위드이노베이션도 지난해 말 터진 웹하드 논란으로 대표가 교체되는 한편 시장 점유율이 크게 하락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으나 최근 부활의 발판을 마련하며 절치부심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스타트업 업계 전반의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 두 회사의 신경전이 극에 달하고 있다. 출처= 각 사

야놀자의 한 방...특허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청구소송, 특허권침해금지가처분 제기
법무법인 민후는 26일 야놀자가 여기어때를 상대로 특허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청구소송과 더불어 특허권침해금지가처분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여기어때가 무단으로 야놀자의 비즈니스 모델을 침해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야놀자는 소장에서 여기어때의 페이백 서비스를 문제 삼으며 자사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점을 적시했다. 이 특허는 숙박 서비스 제공에 관한 분야로 숙박업소의 만성적인 공실 문제를 해결해주는 특허다. 민후 및 야놀자에 따르면 야놀자의 마이룸 서비스는 숙박업체가 보유한 객실 일부를 야놀자에 판매 위탁하면, 야놀자는 해당 객실을 마이룸으로 설정해 고객에게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어 야놀자가 고객에게 50% 할인쿠폰을 지급하며 고객의 재방문을 유도하는 것이 골자다.

최초 판매 수익은 야놀자가, 고객의 재방문에 따른 판매 수익은 숙박업체가 가져간다. 마이룸 서비스는 숙박업체의 공실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고객에게는 저렴한 가격 혜택을, 야놀자는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야놀자는 2016년 6월 17일 해당 비즈니스 모델을 특허로 출원하고 이듬해 10월 등록을 마쳤다.

문제는 여기어때가 비슷한 서비스를 시작하며 불거졌다. 여기어때는 야놀자가 마이룸 비즈니스 모델을 특허로 출원한 지 약 3개월 후부터 페이백(구 얼리버드) 서비스에 돌입했다. 위탁한 객실 중 일부의 판매를 위탁하는 방식이며, 이는 야놀자의 마이룸과 동일하다는 것이 야놀자 및 민후의 주장이다. 실제로 김경환 민후 대표변호사는 “여기어때의 페이백 서비스는 야놀자의 특허발명 각 구성요소와 그 구성요소 간의 유기적 결합관계가 그대로 포함돼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것은 야놀자의 문제제기가 아직 수사 당국을 비롯해 법적인 판단을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야놀자가 문제제기를 하며 법률 대리인인 민후를 통해 압박에 나섰으나 현 상황에서는 시시비비가 정해진 것은 없다. 다만 후폭풍은 계속될 조짐이다. 민후 이민형 과장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다"면서도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만약 인용이 되면 여기어때의 해당 서비스는 당장 중지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도 특허침해소송은 계속 진행된다는 말도 부연했다.

아직 여기어때에 소장도 접수되지 않았다. 여기어때 관계자는 "소장을 보지 못해 구체적인 답변은 할 수 없다"면서 "야놀자가 주장하는 특허는 당사 페이백 서비스와 구성이 다르며, 이에 대해 명확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악연의 연속
야놀자와 여기어때는 비슷한 시기 등장해 국내 숙박 O2O 플랫폼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서로를 견제하는 행보를 자주 보여 논란이 됐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및 배달통도 마찬가지고, 직방과 다방도 마찬가지지만 야놀자와 여기어때처럼 '끝까지 간다'는 전투를 벌이지는 않았다. 두 기업은 한동안 '우리가 시장 1위'라며 신경전을 벌였다.

2017년 말에 벌어진 댓글논란이 정점이었다. 야놀자가 2016년 1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전문 바이럴 대행사까지 동원하며 여기어때의 관련 뉴스 및 블로그에 조직적으로 악성 댓글을 게시했다는 혐의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야놀자 사옥을 압수수색하는 한편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하기도 했다. 지금도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여기어때는 야놀자를 대상으로 표시광고 위반,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걸었고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소관인 표시광고 위반을 제외한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은 수사 당국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비슷한 시기 여기어때 크롤링 이슈도 불거졌다. 여기어때가 경쟁자 야놀자의 데이터베이스(DB)를 무단으로 크롤링한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 논란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29일 검찰은 여기어때가 야놀자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해 데이터를 추출한 이른바 경쟁사 크롤링 사건에 대해 기소 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어때는 당시 공개된 자료에 대한 접근이라고 설명했으나 검찰의 최종 판단은 기소로 가닥이 잡힌 셈이다. 여기어때 관계자는 "이 건과 관련한 위반 여부의 사실관계 및 법리적 측면에서 다툴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한다. 이러한 사정들을 법원 재판과정에서 상세히 소명해 궁극적으로는 모든 혐의가 해소될 것으로 믿고 있다”며 "향후 재판과정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지금도 기소는 진행중이다.

이 외에도 유독 숙박 O2O 시장에는 사건사고가 많았다. 야놀자는 프랜차이즈의 성매매 의혹으로 심각한 수준의 마타도어를 당한 경험이 있으며 여기어때는 지난해 12월 이메일 주소 유출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야놀자펜션은 2014년 3월부터 2016년 8월 사이 앱을 사용한 고객의 개인정보 약 7만여건이 유출된 것으로 확인되어 논란이 커졌다.

두 회사의 신경전이 대법원까지 간 사례도 있다. 지난해 10월 야놀자가 여기어때를 상대로 제기한 ‘인격권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이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기 때문이다. 야놀자는 당시 경쟁사 여기어때가 외부 채널을 통해 자사의 인격을 해치는 표현을 지속한다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바 있다. 야놀자는 1심과 2심에 불복해 재상고했지만, 대법원은 해당 표현이 지속되지 않는 점 등을 들어, 여기어때의 손을 들어 줬다.

흔들기? 정당한 주장? 전선 다시 얽힌다
야놀자가 여기어때를 대상으로 특허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청구소송, 특허권침해금지가처분을 제기한 상태에서 업계에서는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는 중이다.

먼저 시점이다. 야놀자의 마이룸 서비스는 2016년 6월 특허로 출원됐고 이듬해 10월 등록이 완료됐다. 그리고 여기어때의 페이백은 2016년 9월부터 시작됐다. 시기적으로 보면 약 3년 전의 일이다. 긴 시간동안 야놀자가 여기어때의 비즈니스 모델 침해를 지켜보다 바로 지금 문제를 삼은 대목은 묘한 구석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에 대해 야놀자는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이러한 의혹은 야놀자가 2017년 말 댓글논란 당시 여기어때 직원을 2년여가 지난 최근에야 검찰에 고발했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더 증폭되는 분위기다.

올해 여름 극성수기를 맞아 두 기업의 마케팅 전략이 불을 뿜는 가운데, 야놀자가 여기어때에 견제구를 날리려는 포석이 깔렸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나아가 지난해 말 웹하드 사건으로 여기어때의 사세가 크게 주춤하는 상황에서 야놀자가 최후의 일격을 날리려는 것 아니냐는 말도 무성하다.

야놀자의 정당한 권리를 오해해서는 곤란하다는 반론도 있다. 특허까지 등록된 야놀자의 비즈니스 모델을 여기어때가 카피한 것은 사실이며, 그 책임은 여기어때에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상황이 어떻게 귀결되어도 두 기업의 진흙탕 싸움은 계속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치열하게 싸우던 두 기업의 상황이 다시 댓글논란 당시로 돌아간 것 같다"면서 "법적인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는 것은 당연하며, 이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면 져야 하지만 이번 논란으로 업계 전체가 매도당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