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SK하이닉스가 128단 1Tbit(테라비트) TLC(Triple Level Cell) 4D 낸드플래시를 개발하고 양산에 나선다고 26일 밝혔다. 지난해 10월 96단 4D 낸드 개발 이후 8개월만에 128단 4D 낸드를 양산에 돌입하는 셈이다. 올해 하반기 판매가 시작된다.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 종료로 업황 악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으나, SK하이닉스의 도전은 거침이 없다.

▲ 128단 1Tb TLC 낸드플래시가 보인다. 출처=SK하이닉스

업계 최초, 최고...176단은 언제?
SK하이닉스의 128단 낸드는 업계 최고 적층이다. 한 개의 칩에 3bit(비트)를 저장하는 낸드 셀(Cell) 3600억개 이상이 집적된 1Tb 제품이기 때문이다. 초균일 수직 식각 기술과 고신뢰성 다층 박막 셀 형성 기술, 초고속 저전력 회로 설계 등의 기술을 바탕으로 이뤄낸 성과다.

TLC 낸드로는 업계 최고 용량인 1Tb를 구현한 점이 중요하다. 기존에는 96단에 도전하는 업체들이 QLC(Quadruple Level Cell) 1Tb급 제품을 개발한 바 있으나, 성능과 신뢰성이 우수해 낸드 시장의 8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주력 제품인 TLC에서는 요원한 상태였다. 그 연장선에서 SK하이닉스가 업계 최초로 TLC 기반 128단 4D 낸드를 양산하기 시작한 셈이다.

4D 낸드는 지난해 10월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CTF(Charge Trap Flash)와 PUC(Peri Under Cell)를 결합한 제품이다. 기존 3D CTF 기술과 셀 밑에 주변부 회로를 적층한 PUC 기술을 결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퍼당 비트 생산성도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이는 양산 과정에서 SK하이닉스의 고민을 크게 덜어줄 전망이다. 실제로 이번에 개발한 128단 1Tb 4D 낸드는 웨이퍼당 비트 생산성이 기존 96단 4D 낸드 대비 40% 향상됐다. 또한 같은 제품에 PUC를 적용하지 않은 경우와 비교해도 비트 생산성이 15% 이상 높다.

SK하이닉스는 동일한 4D 플랫폼을 활용해 제품을 개발했고 공정 최적화를 통해 96단 대비 셀 32단을 추가 적층하면서도 전체 공정수를 5% 줄이는 것에도 성공했다. 이를 통해 128단 낸드로의 전환 투자비용을 이전 세대에 비해 60% 절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는 여세를 몰아 하반기부터 다양한 솔루션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기업용 SSD에 시선이 집중된다. 한 개의 칩 내부에 플레인(Plane) 4개를 배치한 구조로 데이터 전송속도 1400Mbps를 저전압 1.2V로 구현해 고성능 저전력 모바일 솔루션 구현도 유리해졌다.

내년 상반기에는 차세대 UFS 3.1 제품을 개발해 스마트폰 주요 고객의 5G 등 플래그십 모델에 공급할 예정이다. 기존 제품과 비교해 낸드 개수가 반으로 줄어들어 소비전력은 20% 낮아지고, 패키지(Package) 두께도 1mm로 얇아진 모바일 솔루션을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된다. 128단 1Tb 4D 낸드 16개를 하나의 반도체 패키지로 구성하면 업계 최고인 2TB 저장용량을 갖는 5G 스마트폰 구현도 가능해진다.

자체 컨트롤러와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소비자용 2TB SSD도 내년 상반기에 양산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128단 4D 낸드와 동일한 플랫폼으로 차세대 176단 4D 낸드 제품도 개발 중이다.

SK하이닉스 GSM담당 오종훈 부사장은 “128단 4D 낸드로 SK하이닉스는 낸드 사업의 근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면서 “업계 최고 적층, 최고 용량을 구현한 이 제품으로 고객들이 원하는 다양한 솔루션을 적기에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 세계최초 128단 4D 낸드 개발의 주역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SK하이닉스

업황 악화는 여전...활로는 있다
SK하이닉스의 TLC 기반 128단 4D 낸드 개발로 메모리 반도체 기술의 핵심 경쟁력은 입증됐다. 최근 SK하이닉스는 D램은 물론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으며, 조만간 D램 수준의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외연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업황 악화다. 당장 마이크론이 26일 D램 10%, 낸드 10% 감산한다고 밝히는 등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붕괴된 상태다. 이러한 분위기는 SK하이닉스에게도 악재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를 두고 "올해 2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출하량이 각각 15%, 19% 증가할 것"이라면서도 "개선되지 않은 수요로 가격은 각각 22%, 14%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스마트폰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데이터센터 투자 회복도 지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도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기존 9만원에서 5000원 내린 8만 5000원으로 제시했으며 2분기까지 영업이익 반등은 어렵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