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의 질문]

"상황은 점점 이상하게 돌아가는데, 우리 회사 차원에서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자괴감이 듭니다. 몇몇 시도해 본 대응도 별로 효과가 보이지 않고요. 무언가 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니… 이게 문제 아닌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평시 마케팅이나 영업 차원에서 다양하게 많은 일을 해본 기업에서 이런 질문을 종종 합니다. 평시에는 무엇이든 컨셉을 잡아 실행하면 반응이 좋고, 그에 따른 성과도 눈으로 보이는 것 같은데, 위기 시에는 그렇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죠.

일부 기업은 빠르게고 민감하게 대응해 다각도로 위기 대응을 시도하는데, 평시의 그것과는 많이 다른 피드백이 돌아오기도 합니다. 실제 목표했던 성과가 얻어지기는커녕 반대 상황만 주어지는 이상한 경우들만 생겨나니 혼란스러울 것입니다.

이런 조급함과 혼란함 탓에 일부 기업은 지속적으로 무리수를 두고, 더욱 다양한 위기관리 실행 프로그램들을 반복해 돌리는 실수를 범합니다. 상황이 생각대로 통제되지 않는다는 느낌 때문에 이런 실수들은 더욱 더 심해지고, 이내 늪에 빠져들어가는 형국을 경험합니다.

“왜 여론이 잦아 들지 않을까?” “컨트롤이 안되는 걸!” “계속 무엇이든 해서 안정 시켜야 하는 것 아닐까?”하는 내부 논의가 줄을 잇습니다. 그러나 기본으로 돌아가 보시죠. 일단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는 상황이 ‘위기’입니다. 위기란 그런 것입니다. 만약 마음대로 무엇이든 된다면 그 상황은 위기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순 해프닝이겠지요.

위기가 발생하면 어떤 것도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기본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따라서 할 수 있는 것보다 오히려 하지 않아야 할 것이 더 많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이 더 많거나, 무엇이든 해도 되는 상황이라면 그 또한 위기 상황은 아닌 것입니다.

여론이나 이해관계자들은 위기 시 생각보다 단순하고 만만한 존재가 아닙니다. 이들을 기업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도 버려야 합니다. 그들을 통제해야 위기관리에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도 오산입니다. 그들과 맞서 싸워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제대로 된 위기관리관은 아닙니다.

모든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고, 하지 않아야 할 것만 수두룩한 상황. 그 불리한 조건 속에서 만만하지 않고, 통제나 싸워 이길 수도 없는 이해관계자들과 대치하는 그 상황이 바로 ‘위기’라는 것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위기관리를 통해 싸워 이긴다는 생각을 먼저 버리십시오. 위기관리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든다는 흔한 착각도 버려야 합니다. 위기관리를 잘했다는 평가는 위기를 관리해 나가면서 끝까지 핵심을 지켜 쓰러지지 않은 기업에게 내려지는 것입니다. 마치 위기가 없었던 것처럼 깨끗하게 문제를 해결해 버리는 경우는 실제 존재하지 않습니다. ‘KO당하지 않고 견딘다’는 생각이 위기관리를 보다 현실화하는 각오가 될 것입니다.

거대하고 강한 상대와 겨루면서 유효하지 않은 펀치를 흩뿌리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체력만 소모될 뿐이죠. 자신이 약한 부분을 제대로 파악해 끝까지 커버하면서, 시간이 흘러 이 경기가 마무리되기를 기다리는 현실적 마음도 필요할 것입니다. 정확하게 뻗어야 할 펀치만 가려서 꽂으면서, 단단하게 서서 맷집으로 견딘다 생각하십시오. 위기관리라는 것은 절대로 다양한 창조력을 발휘해야 하는 유리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