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해태제과식품이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18일 해태제과식품의 신용등급이 연이어 하향 조정됐기 때문이다. 이는 해태제과의 최대 히트상품인 ‘허니버터칩’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고, 아이스크림 부문의 적자가 이어진 결과로 분석된다. 최근 ‘미니’ 파이 열풍으로 ‘오예스 미니’가 다시 주목받고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는 재무구조 개선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는 최근 해태제과식품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A ‘안정적’에서 A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앞서 이달 초 한국기업평가가 해태제과식품의 장기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하향 조정한 데 이어 한신평도 등급전망을 바꿨다.

실제로 해태제과는 올 1분기 당기순손실(11억원)을 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0%, 40% 하락했다. 연간이익 규모 역시 2016년 254억원에서 2018년 24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실적 전반에 걸쳐 부진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다.

▲ 해태제과 주요 재무지표. 출처=한신평

현재 제과시장은 유소년층의 인구 감소와 웰빙 트렌드가 불면서 대체 먹거리가 늘고 수입과자의 유입으로 시장 성장에 제한적인 상황이다. 국내 제과시장은 2015년을 기점으로 감소하고 있다. 시장조사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제과시장 규모는 2015년 6조 7344억원에서 2016년 6조 7211억원, 2017년 6조 5658억 원으로 해마다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지난해 6조 5000억원대 초반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해태제과의 등급 하향 원인은 당연 ‘실적 부진’이다. 2014년 말 출시된 ‘허니버터칩’의 판매량이 2016년 이후 급격하게 감소한데다, 빙과부문 적자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허니버터칩은 2015년 영업이익이 470억까지 확대된 히트상품이었다. 그러나 인기가 점차 줄어들면서 영업이익률은 2015년 5.9%에서 2018년 3.2%로 떨어졌다. 현재는 110~12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유지하고 있다.

▲ 해태제과 허니버터칩. 출처=해태제과

그 이후 해태제과가 허니버터칩에 벚꽃 원물을 추가한 ‘허니버터칩 체리블라썸’ ‘허니버터칩 메이플시럽’ ‘허니버터칩 아몬드카라멜’을 내놓았지만 별 다른 인기를 얻진 못했다. 이처럼 새로운 신제품 개발보다는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스테디셀러 제품에 맛만 변형해 출시하고 있다. 또한 허니버터칩 이외에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하는 인기제품인 ‘홈런볼’, ‘에이스’, ‘오예스’, ‘부라보콘’ 등도 판매량 저하로 2017년 이후 전반적인 매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를 저격할만한 신제품을 출시한다는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해, 제과업계에서도 신제품 개발에 소극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이에 업계에서도 국내보다는 해외시장에서 돌파구 마련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제과시장에 이어 빙과부문도 2013년 이후 업계의 가격할인 경쟁으로 영업환경 분위기가 좋지 않다. 빙과는 해태제과의 전체 매출의 27%를 차지하며 단일 카테고리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18년에 역대 가장 긴 폭염기간인 기후 요인과 아이스크림 가격정찰제의 확대로 빙과부문의 영업적자 폭이 다소 줄었다. 마트의 채널 매출은 저조한 반면 시판 채널은 긍정적으로 연간 기준 적자금액은 30~40억원으로 축소됐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에는 제과부문 매출의 감소와 점차 시장 경쟁이 심해지면서 가격할인의 폭이 상승하고, 주 52시간 근무제 확대에 따른 생산비 증가 등으로 실적 수익성 부진을 탈피하지 못했다. 또한 커피전문점이 다수 생기면서 빙과류 대신 커피를 마시는 인구가 늘어나 빙과시장이 큰 타격을 받은 것도 한몫했다.

▲ 국내 제과시장 규모. 출처= 유로모니터

또한 영업현금흐름이 축소된 상황에서 발생한 자금 소요로 재무부담이 증가하고 있다고 신평사들은 진단했다. 외형적으로 축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장 가동률의 하락으로 고정비 부담이 크고 빙과·식품부문의 지속된 영업적자로 이익창출력이 저하되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부문은 만두류와 일부 조리식품으로 CJ제일제당 ‘비비고 만두’의 치솟는 인기에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유통채널보다는 대리점 채널에 집중하고 있으며, 신규 브랜드 보다는 고향만두 브랜드 중심의 카테고리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서민호 한신평 연구원은 “2017년 계열사인 훼미리식품 지분을 추가 취득(68억원)하면서 연결 자회사로 편입해 순차입금이 증가했고, 지난해에도 광주공장 만두라인을 신규 증설하면서 설비투자 지출액과 퇴직금 중간정산 등 영업현금흐름을 상회하는 자금 지출로 재무부담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 해태제과 매출 및 영업이익률 추이. 출처=딥서치

이에 전문가들은 재무구조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미 성숙기에 들어간 제과와 빙과시장은 치열하고, 더 이상 외형을 성장시키기에는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서 연구원은 “해태의 주력제품 판매량 상승과 빙과·식품부문에서 판촉 경쟁의 완화로 수익성 회복 여부가 관건이다”면서 “재무부담의 경감 수준은 추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태제과가 하반기 긍정적인 성적표를 얻기 위해선 지속적인 히트상품 출시와 사업다변화를 추진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제과업계의 새로운 트렌드 ‘미니’ 바람으로 잠시 활기를 보이곤 있지만 또 언제 식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입에 먹기 좋은 미니파이는 롯데제과의 ‘몽쉘’, 해태제과의 ‘오예스’, 오리온의 ‘생크림파이’ 제과 3사가 나란히 선보이고 있다. 그 중 지난 3월 출시된 오예스 미니는 2개월 만에 판매량 1000만개를 돌파해 출시 첫 달부터 매출 10억원을 넘어섰고, 누적 매출은 23억원에 이른다.

▲ 해태제과 오예스 미니 제품. 출처=해태제과

해태제과 관계자는 “한 입에 먹을 수 있는 간편함에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젊은 층의 트렌드에 부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맛과 품질을 업그레이드한 프리미엄 미니 파이 시장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서 연구원은 “해태제과의 주력제품 판매량이 증가하고 식품부문의 판촉경쟁이 완화되면 수익성은 저절로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계속해서 수익성이 저하되고 재무부담이 확대된다면 신용등급의 하향 가능성이 증가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정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제과와 식품사업의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빙과는 전년대비 매출이 소폭 상승해 적자가 축소됐다”면서 “해태는 현재 제과와 식품부문의 신제품 출시가 어려운 상황으로 매출 성장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하나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오랜 연구기간과 많은 비용이 투자된다”면서 “같은 제품에 새로운 맛을 추가하는 것도 최소 1~2년의 연구기간과 생산라인구축에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업계들은 서로 비슷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