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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습니다!] 독립투사들의 한 끼 ‘독닙료리집’인테리어, 유니폼에 개화기 감성 물씬…재해석된 당시 요리들 정갈하고 맛있어
▲ 독닙료리집 외부 전경.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서울 종로3가역 4번 출구 맞은편에 위치한 익선동 골목 입구를 따라 들어가다보면 한 건물 외벽에 ‘독닙료리집’이라고 적힌 간판이 붙어있다. 프렌치 레스토랑 ‘르블란서’가 신한금융그룹 신한희망재단과 협업해 한 달 여 기간 동안 운영하는 콘셉트 식당이다.

일정 기간 동안 불려질 새 식당 이름에서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듯 독닙료리집에서는 일제강점기 당시 독립투사들이 먹었거나 먹었을 법한 음식들이 재해석돼 판매된다. 신한희망재단이 올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진행하는 캠페인의 일환이다.

익선동 골목에 입점한 가게들이 상호명을 흔히 한글로 표현하고 있지만 행인들 눈에 독닙료리집이라는 역사 속 문체가 제법 흥미를 끄나보다. 21일 오전 11시 20분께 식당 앞엔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춘 채 가게 안을 들여다보거나 직원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 독닙료리집 내부 전경.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가게 내부는 익선동 여느 매장에서 볼 수 있는 한옥풍 인테리어가 적용돼있다. 나무 재질로 깔끔하게 정리된 벽과 창문이 눈에 띈다. 벽과 천장 사이에는 짧은 원통형 나무가 띄엄띄엄 시멘트에 고정돼 처마 모양을 이루고 있다.

홀과 내부에 마련된 테이블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거나 식사하고 있다. 역사를 주제로 마련된 식당이라 엄숙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나타날 줄 알았는데 방문객들은 다소 차분할 뿐 표정들은 하나같이 밝다. 방문객 연령대도 예상보다 낮다. 식당 측에 따르면 독닙료리집이 운영되기 시작한 19일부터 사흘간 주로 30~40대 고객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 중장년층 고객들도 이번 캠페인 소식을 듣고 종종 방문한단다.

이들이 앉아 있는 베이지색 목각 의자와 식탁은 새 것처럼 보인다. 식당 측에 물어보니 캠페인 콘셉트에 맞춰 신한그룹에서 제공한 가구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자세히 보니 의자는 과거 ‘국민학교’ 시절 교실에 있을 법한 투박한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요즘 레스토랑에서 흔히 이용할 수 있는 가죽받침이나 방석 없이 딱딱하다. 테이블도 특별히 꾸며진 것 없이 단출하게 구성돼있다. 순국선열들이 중국 상하이에 마련된 대한민국 임시정부 건물에서 앉아 쓰던 의자와 테이블이 이랬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 독닙료리집 내부에 마련된 포토존.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홀을 지나 들어갈 수 있는 내부 공간에도 테이블과 의자가 마련돼 있고 한 켠에는 푹신해보이는 가죽 의자가 눈에 띈다. 의자 옆 낮고 작은 원탁 테이블에는 렌즈가 없는 검정색의 원형 뿔테 안경과 여성용 머리 장식이 마련됐고 기둥에는 검정색 두루마기가 걸려있다. 방문객들이 의류나 장신구를 직접 착용해보고 의자에 앉아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마련된 포토존의 모습이다.

식당 안에는 르블란서 직원과 함께 이벤트 안내가 주 업무인 모델 에이전시 직원들이 함께 위치했다. 다들 긴팔 셔츠와 멜빵을 비롯해 ‘기지바지’로도 불리는 검정색 슬랙스를 입고 있다. 우리나라 개화기에 유행하던 패션을 모방했다.

독닙료리집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도 르블란서 메인 셰프 겸 사장이다. 신한희망재단에서 역사적 고증과 독립운동가 후손 증언 등을 거쳐 선정한 음식 10가지의 레시피를 F&B업체와 협업해 두달간 개발했다고 한다.

▲ 직원이 가져다준 두루마리엔 ‘특별임무’가 적혀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일행 1명과 함께 쫑즈, 총유병, 양미리 및 더덕 고추장 구이, 홍샤오로우를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흰색 셔츠를 입은 직원 한명이 찾아와 ‘임무’가 적힌 두루마리를 고르게 한다. 사진이나 가게 내부를 찍은 사진을 SNS에 게재하라는 등 미션이 적혀있다. 수행할 경우 소정의 상품을 나눠준단다.

▲ 독닙료리집의 대표 메인 메뉴 홍샤오로우.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주문한 음식들은 모두 맛있었다. 중국에서 5월 단오에 먹는 음식 쫑즈는 대나무잎 두 겹에 간이 밴 찹쌀밥이 싸여있는 일종의 주먹밥이다. 밥이 맛있게 찰지고 간이 적당히 들어 반찬 없이도 한입 두입 자꾸 먹게 된다. 중국식 파전병인 총유병은 걸쭉한 소스에 버무려진 닭고기 조각과 전병으로 구성됐다. 고소한 전병은 그냥 먹어도 맛있고 바삭하지만 접어도 부러지지 않을 정도여서 닭고기를 싸먹어보면 식감이 훌륭하다.

▲ 특별임무 완수 기념으로 받은 주머니. 눈깔사탕이 5개 들어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더덕 고추장 구이에는 빨간 양념이 먹음직스럽게 묻어있다. 적당히 매콤해 먹기에 부담없고 고소한데다 더덕도 질기지 않고 부드럽게 씹힌다. 돼지고기 찜류 요리인 홍샤오로우의 소스는 달짝지근하고 간이 잘 배있으며 고기도 적당히 부드럽다. 한마디로 ‘밥도둑’이다. 다먹고 나서려는데 직원이 다가와 커다란 눈깔사탕 5개가 담긴 주머니를 선물한다. 식사에 앞서 주어진 임무를 완수한 고객에게 나눠주는 기념품이다.

다른 손님들도 음식 맛에 대한 만족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날 독닙료리집에서 식사한 30대 직장인 한모씨는 “원래도 가리지 않고 어떤 음식이든 잘 먹는 편이긴 하지만 이 식당 요리들은 어느 것 하나 뺄 것 없이 맛있다”며 “익선동에 이날 처음 와봤는데 기분좋은 경험을 얻고 간다. 독닙료리집 영업이 끝나기 전 다시 와서 식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독닙료리집을 운영하는 르블란서 직원들도 손님들 반응에 고무된 상태다. 황대건 르블란서 점장은 “한 노년층 고객이 찾아와 쫑즈를 시켜 먹어보곤 유년 시절 먹던 주먹밥이 생각난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며 “직원들도 이번 캠페인을 통해 잊고 지내왔던 역사를 되새기며 고객들과 공감할 수 있어 뿌듯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희망재단의 이번 캠페인은 호국보훈의 달인 6월을 맞아 우리 선조와 자랑스러운 역사를 상기해보게 만드는 매개로서 가치를 지닌다. 개화기 감성과 맛있는 음식이 조화를 이루는 독닙료리집은 이곳에 다녀간 사람 누구에게나 특별한 추억거리가 되지 않을까 한다.

최동훈 기자  |  cdhz@econovill.com  |  승인 2019.06.23  09:3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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