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서 금리를 인하할 것을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에 강하게 요구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독립성을 강조하면서 연준은 경제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고 대응해 날선 각을 세우곤 했다. 그러나 연준이 이달 금리 동결 및 내달 인하를 시사함에 따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결국 트럼프의 사람(?)이라고 입증됐다.

연준은 최근 일부 부진한 경제지표를 끌어올리는 등 경기확장세를 유지하기 위한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다. 시장에 통화정책이 완화될 수 있다고 지속해서 기대감을 불어 넣고 있다고 풀이된다. 시장 기대감에 부합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가 주목된다.

연준, 기준 금리 현행 2.25~2.50%에서 동결

연준은 19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연준은 이틀 동안 통화정책회의인 FOMC 정례회의를 열고 통화정책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을 현행 2.25~2.50%에서 동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준은 성명에서 “인내심을 지닐 것”이라는 기존 표현을 삭제해 내달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보였다. 연준은 경제활동의 지속적인 확장과 강한 노동시장 여건 등을 주시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전망에서 불확실성이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연준은 “불확실성과 미미한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라 경제전망을 위한 이후의 정보를 세세히 관찰할 것”이라면서 “경기 확장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향후 기준금리 조정 시기와 규모를 결정하는 데에는 최대 고용 목표와 2% 인플레이션 목표 등과 비교해 실물 경제여건 등이 평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위원은 이번 FOMC 회의에서 금리 인하 의견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날 금리 결정에 투표권을 보유한 10명의 FOMC 위원 중 9명이 동결에 투표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의 제임스 불러드 총재는 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주장했다. 만장일치를 고수해온 연준이 첫 반대 의견이 이례적으로 나왔다. 그만큼 금리인하에 대한 요구가 거셌다는 점을 방증한다. 

제롬 파월 의장은 이날 “많은 FOMC 위원들은 더 완화적인 통화정책의 근거가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성장세와 무역 부문에서 나타나고 있는 역류 흐름을 의식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12개월을 기준으로 인플레이션과 음식, 에너지를 제외한 핵심 인플레이션은 목표치인 2%를 밑돌고 있다고 분석됐다. 연준은 올해와 2020년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각각 1.8%와 2.0%에서 1.5%와 1.9%로 하향 조정했다. 같은 기간 핵심인플레이션 전망치도 각각 2.0%에서 1.8%와 1.9%로 낮췄다.

연준은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는 2.1%를 유지했다. 2020년 GDP 전망치는 기존 1.9%에서 2.0%로 올렸다. 올해와 2020년 실업률 전망치는 각각 3.7%와 3.8%에서 3.6%와 3.7%로 하향조정했다.

FOMC 위원들의 이후 금리전망을 모아 보여주는 점도표(Dot plot)에서는 올해 금리 동결이 시사됐다.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는 기존대로 2.4%(중간값)다. 투표권이 없는 위원들을 포함한 총 17명 위원 가운데 8명이 올해 동결을 전망했다. 7명은 2차례 인하, 1명은 한 차례 인하, 1명은 한 차례 인상을 전망했다.

6월 FOMC 핵심, ‘인내심’ 문구 삭제…경기확장 유지 위해 행동

연준은 6월 FOMC 성명에서 지난 5월에 발표와 달리 금리 정책 결정에 인내심을 보이겠다는 문구를 삭제하고 경기 확장세 유지를 위해 적절히 행동하겠다는 표현을 넣었다. 경기 전망에 불확실성이 증가했다는 점도 추가했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불확실성과 낮은 인플레이션 압박을 고려해 연준에 들어오는 경제 정보가 경제 전망에 미칠 영향을 세세히 분석할 것이며, 확장을 유지하고 강한 고용시장과 대칭적인 인플레이션 2% 목표 등을 위해 적절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선 회의에서는 글로벌 경제 및 금융시장과 낮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고려해 연준은 향후 어떠한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의 조정이 적절한 것인지 결정하는 데 있어서 ‘인내심’을 보일 것이다고 발표했었다. 올해 1월 회의부터 금리 변경에 인내심을 보일 것이라는 문구가 등장했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삭제된 것이다.

연준은 경기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도 강조했다. 연준은 여전히 경제 활동 확장세와 강한 고용시장, 2% 부근의 인플레이션을 전망하고 있지만 불확실성도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회의에서는 불확실성이라는 표현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았다.

경기에 대한 진단도 보수적으로 평가됐다. 연준은 이날 노동시장은 강하며, 경제활동은 완만한(Moderate)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5월 회의록에서 경제활동에 대해 ‘탄탄하다(Solid)’고 평가한 것에 비해 다소 후퇴했다고 볼 수 있다.

연준 안에서 금리 인하 원하는 위원 많아져…시장 기대감 고조

시장 전문가들은 6월 FOMC 결과에 대해 연준이 시장친화적인 ‘비둘기적 태도’를 나타냈다고 평가했다. 시장 분석기업 RBC 캐피탈 마켓의 제이콥 오비나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금리 인하를 원하는 위원들이 많아졌다는 것이 놀랍다”면서 “7명의 위원이 올해 두 차례 금리 인하를 원하고 있다. 이는 예상치보다 많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준의 발표는 시장 예상에 대체로 부합한 것으로 평가된다. 슈왑센터포파이낸셜리서치의 케이시 존스 애널리스트는 “연준은 문구에 변화를 줬다. 이는 시장이 기대한 것과 대체로 부합하는 결과”라면서 “아마도 7월에 금리가 인하된 후 9월에 또 한 차례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모든 것은 무역협상 진행과 앞으로 발표될 경제지표, 국채 금리에 달려있다”고 분석했다.

무역전쟁과 관련한 분석도 주목된다. 베이커애비뉴에셋매니지먼트의 킹 립 수석 애널리스트는 “G20 회의에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엄청난 결과가 나오지 않는 한 올해 금리는 인하될 것”이라면서 “무역전쟁이 해결되지 않더라도 연준이 투자자들에게 지탱할 지지대가 되고 있으므로 투자자들에게 좋은 소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