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은 지난 17일 국회를 방문해 여야 원내대표들에게 ‘경제활성화를 위한 조속입법과제’라는 리포트를 전달했다. 박 회장은 20대 국회를 11번째 방문한 것인데 이 자리에서 경제활성화를 위해 국회가 힘써달라는 부탁을 했다. 

▲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왼쪽)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대한상공회의소

박 회장은 “각 당의 생각 속에는 국민과 국가가 있다고 생각하고, 모두 다 옳다고 믿는 일을 하고, 옳다고 믿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본다”면서 “만만치 않은 현실 속에서도 우리 모두가 인정하고 고려해야 하는 것은 살아가기의 팍팍함은 기업이나 국민들 모두 마찬가지라는 점이기에 정치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적이 안 좋은 기업도 고통이고, 심해져가는 양극화 속에서 국민들도 고통”이라면서 “이런 현실 속에서 여야 어느 한 쪽의 승패로는 결론이 나지 않을 거 같고, 그래서 정치가 기업과 국민들의 어려운 살림살이를 붙들어 주셔야 저희가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이제 장소가 어디가 됐든, 주제가 무엇이든, 또 대화의 방식이 무엇이든 대화하고 조금씩 양보해서 저희가 처한 경제 현실을 좀 이끌어 줬으면 좋겠고 의원 여러분께 그 호소를 드리러 오늘 왔다”고 말했다.

박 회장이 국회에 전달한 조속입법 4대 과제는 ▲벤처·신산업 장애 해결 ▲조세제도 합리적 개선 ▲노동·환경 예측가능성 제고 ▲기타 산업·기업 지원의 4가지 분야로 이뤄져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박 회장이 국회에 전한 조속입법 4과제를 ‘벤처·신산업 장애 해결’ 분야부터 알아본다.

▲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오른쪽)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대한상공회의소
▲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오른쪽)과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대한상공회의소

개인정보보호 규제 완화

개인정보보호 규제 완화에서 대한상의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신용정보보호법 개정안’의 조속한 입법을 요구했다.

대한상의는 규제 완화의 필요성에 대해 “개인정보 이용규제는 산업 발전을 제약하는데 이유는 개인정보의 축적과 활용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신산업 뿐만 아니라 금융, 의료 등 전 산업의 제품개발, 마케팅, 재고관리 등 기업활동 전반에 대세기 때문”이라면서 “이는 경쟁국에 비해서도 과도한 규제인데 미국 등 주요국은 익명처리된 비식별정보를 보호대상서 제외하고 있고, EU는 정보가 추가돼 실제로 식별된 경우만 보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의는 데이터 규제완화 3법의 조속 입법, 규제완화 악용사례에 대한 감시와 처벌을 강화해 제도와 규범을 정착시키는 것을 제안했다.

▲ 출처=대한상의

의료산업 선진화

대한상의는 “의료산업에서는 현재 금지된 원격의료를 장애인 등에 한해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 장기간 계류중이고, 유전자 치료 연구도 제한적인 질병·치료법 요건에 만족하는 경우에만 허용하고 있고, 이와 상관없이 연구를 허용하는 생명윤리법 개정안도 장기간 국회에 계류중”이라고 설명했다.

조속입법의 필요성으로 대한상의는 의료산업의 고용창출 효과와 현행 규제가 경쟁국에 비해 과도한 수준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대한상의는 “세계 원격의료 시장은 2015년 181억달러에서 2021년 412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시장 확대에 따른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면서 “미국 등 주요국은 관련법과 제도를 마련해 의료분야 신산업 육성에 적극적인 반면 국내는 과도한 규제에 막혀 신산업 출현과 고객서비스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핀테크 산업 육성

정부는 핀테크산업 자본금 요건 완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금융업 진입규제 개편방안’을 2018년 5월에 발표했다. 관련 법안으로는 소액보험의 자본금 요건을 완화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돼 국회 계류중이고, 기타법안은 아직 발의되지 않고 있다.

대한상의는 조속입법의 필요성으로 경쟁국 대비 한국의 금융업 관련 진입장벽이 과도한 자본금 요건 등으로 높다는 점과 핀테크 산업의 발전 없이는 금융혁신과 금융분야 지속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점, 핀테크에 기존 방식 자본금 요건 부과시 실익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대한상의는 “진입장벽을 경쟁국 수준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 발의 및 통과가 필요하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와 규범이 정착돼야 한다”고 밝혔다.

▲ 금융업 진입 자본금 요건 비교.  출처=대한상의

클라우드 컴퓨팅 규제 완화

대한상의는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이 타법의 광범위한 단서 규정으로 인해 활성화가 부진하다고 판단했다. 클라우드 컴퓨팅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선, 공공부문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 촉진, 중소기업 활용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개정안은 현재 국회 계류중이다.

조속입법의 필요성에 대해 대한상의는 4차산업시대의 클라우드의 중요성과, 예외조항이 폭 넓은 현행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대한상의는 “클라우드 컴퓨팅은 개별산업이 아닌 ICT신산업 전반의 발전을 위한 제반 기술”이라면서 “클라우드 컴퓨팅 발전법은 기술활성화를 위해 네거티브 규제원칙을 적용했지만 현재 폭 넓은 예외조항을 인정해 활용이 제약되는 분야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상의는 공공·교육·의료·금융 등의 분야에서 상용 클라우드 컴퓨팅 활용이 부진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해외와의 비교도 조속입법이 필요한 근거로 꼽혔다. 대한상의는 “현재 미국은 공공기관과 보안기관에서 민간 클라우드를 사용해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있다”면서 “바클레이즈와 필립스 등의 글로벌 금융사와 의료회사도 클라우드 활용율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클라우드 컴퓨팅 규제 완화를 위해 클라우드 컴퓨팅 발전법 개정안 조속 입법과 공공부문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P2P금융 활성화

현재 P2P금융에 대해서는 별도 법률이 없이 금융위원회의 P2P 가이드라인으로 규율이 진행되고 있다. 국회서는 P2P금융의 제도권 편입을 위한 5개 법안이 발의돼 국회에 계류 중이다.

대한상의는 P2P금융 조속입법 필요성에 대해 P2P금융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점과 법령이 마련돼 P2P업체의 자기자본 대출이 가능해져야 차입자(중금리 대출이 필요한 서민)보호도 가능하다는 점을 들었다.

대한상의는 “2015년 373억원 수준이었던 P2P금융 누적대출액은 2018년 9월 기준으로 4조 2000억원으로 급증했고, 같은기간 업체수는 27개에서 205개로 증가했다”면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데도 P2P금융을 별도로 규율하는 법률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상의는 차입자 보호에 대해서는 “P2P를 이용하는 차입자가 P2P업체가 빌려줄 수 있는 돈이 모이는 기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고금리 대출을 받는 경우가 다수”라면서 “P2P업체의 자기자본 대출이 있어야 차입자의 고금리 대출 위험 노출이 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사서비스산업 선진화

대한상의에 따르면 현재 가사근로자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국회 계류중이다. 이 법안은 3월 국회 고용노동소위에 상정됐지만 미처리됐다.

대한상의는 조속입법의 필요성으로 가사서비스의 질 개선을 통해 여성이 안심하고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는 점과 가사서비스 활성화와 관련 종사자의 근로조건 향상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상의는 “가사서비스업 활성화를 위한 가사근로자법 조속 제정이 필요하다”면서 “제도 개선에 따른 서비스 이용자의 부담 증가를 완화할 방안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