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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진 칼럼 : CEO만 보세요] 천기누설, ‘톡 까놓고 완벽히 숨기는 법’
   

‘절대 비밀은 절대 없다.‘

다 아는 거 같은데, 아무도 모르는 일이 있다. 그 반대도 있을 수 있겠다. 절대로 밝혀지지 않을 것 같은 일도 언젠가는 밝혀진다. 절대 권력의 비호아래 수십 년간 비밀리에 진행했던 일들도 세월이 흐르면 드러나게 된다. 광주민주화운동이나 비선실세 국정농단사태만 보더라도 철저히 베일에 가려졌던 것들이 그 면모가 드러나면서 국민들을 비분강개하게 했다. 하나씩 둘씩 드러날 때마다 촛불을 수십만 개씩 더 불러모았다.

2016년 겨울, 대우조선해양 경영비리의혹을 수사하던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부당대출을 지시하고 지인기업에 이권을 몰아준 대가로 억대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K모 전 산업은행장을 구속했다. 그가 산업은행장으로 있던 그 시절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재계의 수많은 기업이 생존과 부활을 위해 몸살을 앓던 때였다. 산업은행장은 기업들의 생사여탈권을 한 손에 쥐고 있던 사람이었다.

이자율이라도 조금 낮춘다면, 대출연장이라도 할 수 있다면, 기업이 자구책으로 이행하던 재무개선 사안에 대해 주 채권단으로서 산업은행이 거절하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에 재무 쪽 사람들은 산업은행 그림자만 봐도 절을 해야 하던 시기였다. 영원할 것 같았던 그런 위세가 몇 년도 채 지나지 못해 영어의 몸이 되어 버렸다.

 

모르는데 어떻게 노출하고, 모르는데 어떻게 막나?

영원할 것 같았던 비밀도 따지고 보면 처음엔 바늘 구멍 같이 작은 틈과 갈등에서 증폭되어 모든 것이 낱낱이 까발려진다. 기업과 관련된 것들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CEO가 자신의 사적인 SNS 공간이라고 해서 함부로 정치적인 발언을 한 것이 여론의 반감을 불러왔는가 하면,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강의실에서의 세상은 모를 것이라 생각하고 내뱉은 말로 모 의류회사 대표가 상상할 수도 없는 궁지에 몰리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간장회사 회장이 자신의 승용차 내부에서 운전기사를 구타하고 함부로 대했던 일이며, 피자회사 회장이 야밤에 자신의 체인점 경비원의 뺨을 때린 일로 그 기업은 순식간에 급전직하의 내리막길을 탔다. 예전 같으면 밝혀지지 않거나 알려지는 데에 한참이 걸렸을 것인데, 요즘은 거의 실시간으로 전파된다.

무시무시한 시절이다. 이처럼 이젠 뭔가를 숨기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시대다. 기업의 CEO는 단순한 개인이 아니라 공인의 신분에 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조심해야 한다. 그들의 말은 말 그대로 개인적인 의사가 아니라 회사의 방침이 되어 버리고 대외적인 공약이 된다.

사람들은 커뮤니케이션을 쉽게 생각한다. 상대방 말을 다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다. 분명 이런 뜻을 실어서 말했는데, 들은 사람은 다른 의미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들은 말을 전부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듣고 싶은 말만 기억하는 경향이 강하다. 여러 사람이 들을 경우 서로 이해하는 정도의 차이가 많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직접 전달하는 말이 그럴진대 글을 써서 의사를 전달하고자 할 때는 더 심하다.

잘 숨기려면 우선은 잘 통해야 한다. 잘 통하기 위해서는 또 숨김이 없어야 한다.  서로 상반되는 것 같지만, 이것이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이다. 커뮤니케이션 관련 부서가 없다가 새로 생긴 조직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은 커뮤니케이터에 대한 오해다. 일단 주요 사항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담당에게는 제일 나중에 알려주거나 제한된 부분만 알려줬다. 미리 전부 다 알려주면 외부로 노출 될 우려가 있기에, 비밀 유출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외부 언론과 접촉하는 커뮤니케이터는 몰라야 한다는 무지에서 비롯된 현상이었다.

하지만 사내에서 쉬쉬하면서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외부로 노출되는 사건이 번번이 터졌고 그러면 꼭 그 사안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커뮤니케이터에게 불호령이 제일 먼저 떨어졌다. 간혹 ‘전혀 모르는 사안도 외부로 노출시키는 신기한 재주가 있다’고 말도 안 되는 호통을 듣기도 했다.

“대체 왜 그런 것을 외부에 노출시키냐?”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 사안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유출시키겠습니까?”

“그럼, 대체 어디서 새 나간 거야? 암튼 막아.”

그럴 때마다 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임원들이나 해당 부서장들을 만나서 설득을 해 나가야 했다.

“커뮤니케이션 담당이라고 해서 비밀 사안을 절대로 노출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대체 어디서 말이 새 나간 거야?

“이 프로젝트는 은행, 증권사 그리고 자산운용사와 함께 진행하는 사인이 아닙니까?”

“그 쪽은 비밀유지 계약서를 다 쓰고 하니까.”

“우리 회사와 일을 같이 진행하는 부서야 비밀을 지키겠죠. 하지만 한 두 다리 건너다 보면 여의도에 말 퍼지는 것은 시간 문제입니다. 기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내용을 훤히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요?”

“처음부터 저에게 모든 사안을 알려주십시오. 내용을 잘 알수록 잘 막을 수 있습니다.”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요?”

“저희가 내용을 모르니까 당하는 거지요. 내용을 알아야 길목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처음엔 믿기 어려워들 했지만 몇 번 겪고 난 뒤에는 어떤 프로젝트든 커뮤니케이터에게 오픈 됐다. 중요 전략회의에도 자유로이 참석했다. 커뮤니케이션 담당의 참여가 허락되고 더 많이 알게 될수록 외부로 노출되는 횟수도 훨씬 줄었다. 또 예상치 못한 노출이 있었을 경우에도 바로 바로 대응이 가능했다. 이미 커뮤니케이터가 프로젝트 내용과 전략적인 방침까지도 알고, 초기 전략회의에 참여했을 때부터 이미 그런 노출 상황에 대해서도 논의가 되어 있었기에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었다.

 

신뢰하려면 칼 자루를 쥐어 줘라

비상장사였거나 언론의 관심을 전혀 받지 못하던 기업에서, 이렇게 프로젝트를 비밀스럽게 잘 진행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커뮤니케이션 담당에게 다 털어놓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는 한참씩 걸린다. 대부분 큰 대가를 치르고서야 인식이 달라진다. 그 계기라는 게 옥고를 치르거나 검찰에 불려가거나 은팔찌를 차는 등 끔찍한 일이 주를 이룬다. 오래된 큰 조직이나 성공한 조직들이 내부 사안들을 공유하는 그들만의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이유다. 그 시스템을 보호하기도 하지만 시스템에 의해 보호받기도 한다.

아무리 뛰어난 커뮤니케이터라 하더라도 기자들의 입을 그냥 막무가내로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간의 관심을 끌만한 이슈라면 언론은 득달같이 달려든다. 다른 매체가 채 가기 전에 먼저 취재해서 한시라도 빨리 기사화하려고 고군분투한다. 또한, 크고 중요한 프로젝트일수록 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 회계법인, 법무법인 등 관여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기 때문에 어디가 구멍이 될 지도 모른다.

경험에 의하면 이런 기자들의 입을 막는 것은 의외로 간단하다. 모두가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미리 프로젝트의 진행 사항을 ‘톡 까놓고’ 이야기 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해를 구한다. 지금 어느 단계에 와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 단계에서의 외부 노출은 프로젝트에 치명적인 해가 될 수 있다’는 것도 함께 알린다. 언제쯤 되면 프로젝트의 향방을 알 수 있으니 기다려 달라고 하는 것이다. 궁금해 하기 전에 미리 궁금증을 미리 풀어준다.

진행 단계에 대해 미리 알려 주는 것은 기자에게 칼자루를 쥐어주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가뜩이나 위험한 기자들에게 칼자루를 쥐어주면 어떻게 하냐?’는 사람이 많겠지만 그게 바로 ‘톡 까놓고 숨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어느 시점에 기사화가 가능할 지 언론도 안다. 잘 생각해보면 취재에 끌려 다니지 않고 오히려 주도권을 커뮤니케이터가 쥐게 된다. 실제론 커뮤니케이션 담당이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이다.

기자나 언론이라고 해서 프로젝트의 진행을 망치고 싶은 생각은 절대 갖고 있지 않다. 오히려 도와주고 자신도 기업과 산업발전에 도움되고 싶은 열망이 가득하다. 그런 상황에서는 몰라서 아무 데나 찔러대도록 하는 것 보다는 함께 머리를 맞대는 것이 낫다. 신뢰관계가 밑바탕에 있어야 한다. 그러면 오히려 톡 까 놓는 것이 때로는 가장 잘 숨기는 법이 된다.

구동진 칼럼니스트·홍보인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9.07.02  15: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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