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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안전 코리아 25시] 인적요인, 개인의 책임만이 아니다
   

산업재해는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 산업재해율은 OECD 최 하위권이다. 정부와 기업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재해율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산재공화국의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이코노믹리뷰는 오퍼레이션 컨설팅 회사인 가온파트너스와 함께 산업현장의 실질적인 재해감소를 위한 근본적 대책을 살펴보고, 안전사고 감소를 위한 새로운 관점과 대책을 제시하기 위해 산업안전 시리즈를 기획했다.

설비 및 장비의 신뢰성 향상에 따라 안전사고 발생의 형태와 원인이 광역화∙다양화되고 있다. 과거의 안전사고가 특정 요인에 의해 특정 부분에서 발행했다면, 현재의 안전사고는 복합적이고 광범위한 요인에 의해 광범위한 영역에서 발생한다. 사전에 인지하기가 쉽지 않고, 즉시 대응하기 어려운 형태로 발전한다. 실질적 재해감소를 위해서는 설비∙장비관리 기술, 안전관리체계, 인적 요인의 연계관리가 필수적인 이유다.

사고가 발생하는 최 접점에는 항상 사람이 있다. 사고의 근본 원인을 직원의 실수로 결론 내리고 그 책임이 개인에게 귀결되기 쉽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사람의 실수는 근본 원인이 아니라 안전사고를 촉발시키는 최 접점에서의 현상일 뿐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에서도 인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산업재해의 70%가 개인이 아닌 안전관리 조직의 책임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안전사고가 인적 요인에 의해 촉발 될 수 있도록 방치된 환경, 프로세스, 조직문화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진짜 대책이 나온다.

인적 요인의 70%가 환경과 시스템의 미흡에 기인한다 해도 작업자 개인의 실수를 간과 할 수는 없다. 여전히 30%의 과실은 순수한 작업자의 실수에만 기인하고 있고, 사고가 발생하면 다치고 상처 입는 것은 환경이나 시스템이 아니라 작업자 개인이기 때문이다. 또 사고의 최 접점인 만큼 예방과 위험회피를 위한 최 일선이기도 하며, 사고의 형태와 유형, 발생 메커니즘을 파악하고 실질적 예방대책을 세울 수 있는 핵심 포인트다.

일본의 안전전문가 강연 중, 가정 내 어린이 안전을 위한 대책 수립방법이 있었다. 위험한 줄도 모르고 뛰노는 어린이가 다치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무릎걸음으로 집안을 돌아다녀 보라는 것이었다. 어린이의 키와 눈높이를 맞춰야만 어린이에게 위해가 되는 위험요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안전은 눈높이다. 일터에서의 미세한 변화나 위험요소는 개인이 가장 먼저 인식할 수 있다. 반복적인 경험에 의해 실수 가능성에 대한 예측과 방지가 용이하다. 사고 예방의 최종 실행자로서 개인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자신의 안전을 스스로 지킬 수 있도록 현장 작업자 눈높이에 맞춰 설계된 기업의 안전사고 예방 관리체계가 ‘TOIC Cycle(TOIC 사이클)’이다. TOIC Cycle은 네 가지 단계로 진행된다.

   

첫 번째 ‘Think’ 단계는 위험요인을 제대로 알아가는 단계다. 위험요인을 명확히 알아야 피하거나 제거할 수 있다. 한 업체에서 자신이 일하고 있는 장소의 위험요인을 적어 내는 안전 이벤트를 한 적이 있다. 훈련된 안전컨설턴트 눈에는 수 십 개의 위험요인이 보이는데도, 작업자는 위험요인을 적어내지 못했다. 작업장이 익숙한 탓이고, 위험을 위험으로 인식하는 훈련이 부족했던 탓이다. 약 7개월에 걸쳐 작업별, 직종별 위험요인을 인지시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한 후 마침 여름휴가 복귀에 맞춰 동일한 이벤트를 재 실시했다. 인당 20건이 넘는 약 6000여건의 위험요인이 공장 전체적으로 취합됐다. 고객사 공장장은 “위험 요인에 대한 대책은 별도로 추진하겠지만, 6천건의 위험요인 도출 그 자체만으로도 사고 위험이 절반은 줄었을 것”이라며 반겼다.

두 번째 ‘Obey’는 꼭 지켜야 할 것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다. 꼭 지켜야 하는 안전수칙이라면 왜 지켜야만 하는지를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은 지킬 수 없는 규정과 원칙은 과감하게 폐기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 중공업 현장에 안전작업허가제 사례가 있다. 200여 톤이 넘는 중량물을 들고 내리고 옮기는 일이 일상의 다반사인 공장에서 10톤이상의 크레인 작업은 모두 사전 안전작업 허가를 받도록 규정돼 있었다. 하루 4~50여건이 넘는 횟수로 5명의 안전팀 인원으로는 도저히 지킬 수 없는 규정이었다. 이를 하루 5~6회 정도에 그치는 160톤이상의 크레인 작업으로 국한 했다. 누구보다도 안전팀의 반대가 심했다. 100톤짜리는 위험하지 않냐는 것이었다. 떨어뜨렸을 때 위험한 것은 10톤짜리 중량물도 마찬가지다. 안전작업 허가제도의 목적은 안전한 작업을 위한 올바른 절차와 방법을 안전전문가가 현장에서 확인하고 허락해 주는 것이다. 160톤 중량물을 제대로 다룰 줄 아는 작업자는 10톤, 5톤짜리 중량물도 제대로 다룬다.

세 번째는 ‘Improvement’ 단계다. 앞선 두 단계가 위험을 잘 인지하고 잘 회피하자는 대책이라면, ‘Improvement’단계는 관찰된 위험요인을 적극적으로 제거하고 작업장의 위험도를 낮추는 활동이다. 서울 교통공기업의 안전 프로젝트에서 차량 승무원들이 운행 중 발생한 불편사항과 위험사항 등 다양한 문제점을 메모지에 적고 이를 구간별로 표시하며 공통적으로 경험한 불편사항, 위험요인을 제거하는 개선활동을 전개했다. 또한 발굴된 위험요인과 개선결과를 신임 승무원 교육에 활용하고, 지원부서의 설비개선을 위한 기초자료로 제공하여 전 구간의 운행 안전을 향상시켰다.

네 번째는 ‘Check’다. 잘하고 있는지 관리하고 감시하는 것이 아니다. 위험요인을 인지하고 지킬 것을 지키며, 위험 요인을 적극적으로 제거하는 3단계의 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지, 장애요인은 없는지, 지속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확인하는 것이다. 지연되고 있다면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하고 장애요인이 있다면 제거해 주는 지원활동이다.

수년간 다양한 기업에서 TOIC 사이클에 따른 안전활동을 추진하면서 현장 각 개인의 눈 높이에 맞춰진 인적 요인의 예방활동이 큰 성과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업이 추구하는 안전경영 시스템의 핵심은 조직 구성원들이 자발적인 참여와 협력을 유도하고 사소한 이상 징후를 찾고 대처하고자 노력하는 ‘고신뢰 조직’의 구축이다. 고신뢰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선진화 된 안전방침과 규정, 합리적이고 실질적인 안전관리 시스템과 위험과 안전, 사고와 예방의 최접점인 작업 현장의 전문성이 발휘 될 수 있는 안전활동이 병행되어야 한다. 현장은 안전작업을 관리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안전한 작업을 실행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박영철 가온파트너스 안전컨설팅 사업부 이사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9.06.20  14:3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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