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무인점포(無人店鋪)의 사전적 의미는 ‘판매원 없이 자동판매기를 갖추고 음료수 따위를 파는 가게’다. 앞서 미국 등 해외에서 유통가 무인점포 바람이 불던 시기인 2016년 10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됐다. 영어권 국가에서는 ‘언맨드 스토어(unmanned store)’로 불린다.

무인점포의 등장은 종업원과 소비자가 마주한 채 상품을 주고받는 기존 거래 행태에서 벗어나고 싶은 고객 니즈와 관련 있다. 인터넷, 정보기술(IT) 기기 등 첨단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온라인 구매 행태가 확산돼왔다. 종업원 안내에서 벗어나 상품을 구매하는 ‘비대면(untact)’ 서비스 경험이 쌓이면서 오프라인 상에서도 같은 니즈가 발생하는 모양새다.

▲ 무인 서비스 부추기는 업황. 자료=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OECD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해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는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수요를 입증한다. 엠브레인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85.9%(859명)가 ‘점원이 말을 거는 것보다 혼자 조용히 쇼핑할 수 있는 곳이 더 좋다’고 밝혔다. ‘무인점포, 무인판매기 등 비대면 서비스를 앞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62.0%에 달했다.

인건비, 임대료 등 사업상 비용이 상승하고 있는 점도 사업자에게 무인 서비스 도입을 부추기는 요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실질 최저임금(real minimum wages) 추이 자료를 살펴보면 2017년 우리나라 액수는 6.4달러로 5년 전인 2012년(4.8달러) 대비 33.3%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국 포함 25개국의 평균 인상폭인 9.4%보다 훨씬 크다.

상가 임대료도 수년 전에 비해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소재 소규모 매장용 부동산의 월 임대료(1층 기준)는 올해 1분기 기준 5만 4600원으로 2015년 1분기 4만 6500원에 비해 17.4% 증가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온전한 형태의 무인점포와 일부 시간대에 인력이 투입되는 ‘스마트 점포’가 함께 도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업태는 편의점이다. 전통시장, 대형마트 등에 비해 신선식품 취급 비중이 낮고 매장 규모가 비교적 작아 상품 관리에 품이 덜 들기 때문이다.

▲ 편의점의 무인 점포 및 스마트 점포 수. 자료= 각 업체

주요 편의점 운영사 가운데 무인 점포나 스마트 점포를 가장 활발히 출점해온 곳은 이마트24다. 지난달 말 기준 이마트24 무인 및 스마트 점포 수는 52곳으로 주요 편의점 업체인 GS25(7곳), CU(12곳), 세븐일레븐(13곳) 각 사별 개수를 크게 상회한다.

이마트24는 2017년 9월 무인점포 1호점인 서울조선호텔점을 열며 무인 편의점 상용화 시대를 열었다. 국내 편의점 주요 3사보다 20여년 가량 늦게 업계에 뛰어든 뒤 시장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편의점 진화에 앞장섰다.

2014년 신세계그룹에 인수되기 앞서 2006년부터 전신 브랜드 ‘위드미’에서부터 업력을 이어왔다. 신세계의 자본과 영업력을 바탕으로 점포 수를 공격적으로 늘리는 등 급격히 세를 불려왔다. 그룹 미래성장동력으로 편의점 분야가 지목된 후 첫 무인점포인 서울조선호텔점을 상용화하며 사내 유통 혁신의 주춧돌로 자리매김했다.

롯데 계열 세븐일레븐은 2017년 10월 롯데 월드타워 31층에 위치한 첫 스마트 점포 ‘롯데 시그니처’ 1호점을 상용화했다. 앞서 같은 해 5월 운영을 개시했지만 5개월 뒤인 10월에 외부 개방함에 따라 첫 상용화 타이틀을 이마트24에 내줬다.

무인점포보다는 인력 대체 수준이 낮지만 직원 관여도가 축소된 관련 서비스는 유통가에 앞서 도입됐다. 가장 보편적인 서비스 매개체는 ‘무인 계산대’다. 무인 계산대는 각종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오고 있다.

고객이 현금을 삽입하거나 카드를 꽂는 등 방식으로 비용을 지불하면 종업원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 보편화했다. 고객 주문을 접수하는 대로 매장에서 상품이 만들어져 포장되는 패스트푸드점에 주로 도입돼왔다.

▲ 햄버거 브랜드의 무인 계산대 도입 점포 비율. 자료= 각 업체

매장 수 국내 1위 햄버거 브랜드인 롯데리아의 경우 이달 17일 기준 전체 매장 1350곳 가운데 67.9%에 달하는 917곳에 키오스크가 도입된 상태다. 2위 브랜드 맥도날드의 경우 같은 날 기준 점포 420곳 가운데 61.9% 수준인 260곳에 무인 계산대가 운영되고 있다.

방문객이 매대에서 상품을 골라온 뒤 포장지에 인쇄된 바코드를 인식기에 직접 갖다 대고 들고나가는 등 직원이 결제 과정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 유형도 있다. 대형마트들은 십수 년 전부터 점포에 이 같은 무인계산대를 점진적으로 구축해왔다. 대형마트 주요 3사별 무인계산대 도입 매장 수와 전체 매장 대비 비율은 이마트 80곳(55.2%), 롯데마트 46곳(36.8%), 홈플러스 88곳(62.9%)으로 각각 집계됐다.

소비자들이 주로 이용하지만 무인화 서비스가 보편화하지 않은 업태도 있다. 대표적인 산업분야로 커피전문점, 백화점, 숙박업 등이 꼽힌다.

▲ 커피전문점의 무인화 서비스 현황. 자료= 각 업체

커피전문점 브랜드의 국내 대표주자 가운데 하나인 스타벅스는 앱으로 가까운 매장에 미리 메뉴를 주문하고 결제까지 가능한 사이렌오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키오스크는 따로 도입하지 않고 있다. 이디야도 전국 직영점 9곳 가운데 일부 점포에서 현재 키오스크를 시범운영하고 있는 정도다.  

버블티 전문 브랜드인 공차가 음료 프랜차이즈 가운데 키오스크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전국 매장 504곳 가운데 41.9%에 달하는 211개 매장에서 키오스크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이 음료에 들어갈 타피오카 펄 등 재료를 맞춤 요청할 수 있는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어 비대면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식당가에서도 종업원이 고객에게 메뉴에 대해 설명하고 직접 주문받거나 결제를 돕는 면대면 서비스를 기본으로 앞세움에 따라 키오스크 도입률이 현저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18 외식업 경영실태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음식점 1091곳 가운데 키오스크를 도입한 사업장은 2~3곳(0.3%)에 불과했다. 피자·햄버거·샌드위치 및 유사 음식점업은 154곳 중 13~14곳(8.8%)으로 그나마 높았고 카페 등 비알콜 음료점업은 226곳 가운데 7~8곳(3.4%)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 주요 브랜드를 비롯한 백화점에서도 상품 거래 과정에 무인 기술이 활용되지 않는다. 종업원 안내가 필요한 고급 상품이 주로 취급됨에 따라 대면 서비스에 대한 고객 니즈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사업자들도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서비스를 차별화하는데 공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 밖에 독서실, 빨래방, 코인노래방 등 매장에서 고객이 까다로운 절차 없이도 서비스나 상품을 이용할 수 있는 업태에 키오스크가 활발히 도입되고 있다. 소비자의 비대면 서비스 이용 니즈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사업자 입장에서도 각종 비용을 절감하는데 요긴하게 쓰임에 따라 관련 시장 규모도 확대되는 추세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국내 키오스크 시장 규모는 2013년 1800억원에서 2017년 2500억원으로 4년만에 47.1% 급신장했다.

김민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국 산업계는 최저임금 인상, 52시간 근무제 등 정책으로 인건비 부담이 과중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에 따른 변화로 특히 서비스 업종에서의 무인화 트렌드가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