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요 의약품 규제기관으로 미국 식품의약품청(FDA), 유럽의약품청(EMA),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 등을 꼽을 수 있다. 출처=EMA

[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안전한 의약품 사용을 위한 정부의 역할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불거진 '인보사 사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인허가 시스템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낸 사례로 꼽힌다. 국내 제약 시장의 컨트롤 타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을 때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에 전문가들은 제2의 인보사 사태를 막기 위해 식약처와 같은 규제기관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인구가 고령화되고 질병 양상이 변화됨에 따라 정부도 이에 걸맞은 대책과 전략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상대적으로 제약 선진국으로 평가받는 국가들은 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필요할 경우 기존 정책이나 시스템을 완전히 뜯어고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선진국의 의약품 규제기관들은 어떤 정책으로 국민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지 살펴봤다.

체질 개선에 나선 FDA

미국 식품의약청(FDA)는 우리나라의 보건복지부에 해당하는 미국 보건후생부의 산하 기관이다.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식품, 의약품, 화장품뿐만 아니라 수입품과 일부 수출품의 효능과 안전성을 주로 관리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의약품은 동물 실험을 거친 뒤 FDA의 인증을 받아야만 미국에서 출시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지난 14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FDA는 최근 급변하는 의약품 개발 및 안전 생태계에 발맞춰 기존 정책이나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손보고 있다.

먼저 FDA는 기존 약물감시 시스템인 '센티넬 이니셔티브'의 로드맵을 새롭게 수립했다. 센티넬 시스템은 지난 2007년 약물감시체계를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FDA 개정법 통과 이후 약물 안전성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처음 도입됐다. 지속적으로 수정을 거친 센티넬 시스템은 현재 의료 제품의 안전성을 사전에 모니터링하고, 실제 근거 과학을 발전시키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FDA 센티넬 시스템 네트워크 구조. 출처=FDA, 식품의약품안전처

FDA는 향후 5년간 센티넬 시스템을 발전시키기 위해 자연언어 처리와 기계학습 등 새로운 데이터 혁신에 적극 투자하고, 전자건강기록(EHR) 접근 및 사용 확대 방안도 모색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FDA는 2023년까지 ▲데이터, 인프라, 운영, 기술을 포함한 센티넬 시스템 기반 강화 ▲데이터 과학과 신호 탐지 기술 진보를 바탕으로 센티넬의 안전성 분석 능력 향상 ▲실제 임상근거에 대한 실제 임상자료(리얼 월드 데이터) 사용 가속화 및 접근성 확대 ▲이해관계자의 생태계 확대 ▲혁신을 장려하고 지식 보급 및 규제과학 발전 등 5가지 전략적 목표를 세웠다.

더불어 FDA는 기존에 발표했던 '생물의약품 분야의 규제과학 및 연구에 대한 전략(2012-2016)'에서 3개년 확대한 임시 전략계획도 수립했다. 기존 6가지 주요목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규제 입법과 세계보건 환경 변화를 고려해 전략을 일부 개정했다.

EMA '규제과학전략 2025' 수립

유럽의약품청(EMA)은 유럽에서 의약품의 과학적 평가, 감독 및 안전성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특히 유럽위원회(EC), 유럽연합(EU), 유럽경제지역(EEA)의 약 40개 의약품 규제 기관 전문가들로 구성된 네트워크를 활용해 의약품 규제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사람 또는 동물에 사용하는 의약품의 평가와 감독을 통해 국민과 동물의 건강 보호 및 증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EMA는 사람 및 동물용 의약품 판매 허용 승인 과정 내 판매허용 신청서를 평가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미 시판되고 있는 제품과 관련된 과학적 평가를 수행하고 있다.

EMA는 지난해 12월 공개협의를 위해 ‘규제과학전략 2025년’ 초안을 발표한 바 있다. 출처=EMA

지난해 12월 EMA는 6개월간의 공개협의를 위해 ‘규제과학전략 2025년’ 초안을 발표했다. ‘규제과학전략 2025’는 향후 5~10년 동안 사람과 동물 의약품 관련 규제과학에 기관의 참여를 증진시키기 위해 제안된 계획이다. 인체의약품 및 동물용 의약품 분야의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보다 적합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해당 전략에 따르면 핵심 목표는 ▲의학 발전에서의 과학과 기술의 통합 촉진 ▲협업을 통한 증거 생성 추진과 평가의 과학적 품질 개선 ▲의료시스템과의 파트너십 통한 환자 중심의 의약품 접근성 향상 ▲새로운 건강 위협 해결 ▲규제과학에서의 연구 및 혁신 가능 등이다.

규제과학은 의약품의 품질, 안전성, 유효성 평가에 적용되는 의약품 수명주기 전반에 걸친 규제 결정에 도움을 주는 분야다. 이는 기초과학과 응용생물의학, 사회과학을 포함하고 규제 기준 및 도구의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PMDA, 신약개발 증진 추진

이웃나라 일본의 대표적인 의약품 규제기관은 후생노동성이다. 의약품에 대한 관리·감독뿐만 아니라 의료, 건강, 복지, 연금, 노동, 고용 등 여러 분야를 총괄적으로 담당한다. 한국의 보건복지부처럼 맡고 있는 일이 많다보니 산하에 여러 조직을 두고 있다.

특히 2004년 4월 설립된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가 후생노동성과 연계해 의약품 및 의료기기에 대한 등록 및 관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PMDA는 국립보건과학원의 의약품의료기기 평가센터와 의약품 안전성 및 조사기관 및 재단법인 의료기기센터의 일부 업무를 통합해 출범했다.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 조직도. 출처=PMDA

PMDA의 업무는 크게 ▲감염 또는 약물 부작용에 따른 건강 피해를 겪는 사람들을 신속하게 구제하는 '약물 부작용 경감업무' ▲임상 연구에서 전체 과정에 대한 지침을 제공하고 의약품과 의료기기의 품질, 유효성, 안전성을 심사하기 위한 통합 시스템을 운영하는 '심사업무' ▲시판 후 안전성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안전성 조사' 등으로 구분된다.

또한 PMDA는 후생노동성과 함께 의약품, 재생의료 등 제품의 안전관리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안전대책에 대한 업무 체계도를 살펴보면, 기업은 의약품의 품질과 유효성, 안전성 등의 정보를 수집·분석한 뒤 안전관리에 대한 검토사항을 PMDA에 보고한다. PDMA는 해당 보고를 토대로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해 의약품을 관리한다.

PMDA는 최근 시장 흐름에 발맞춰 신약개발 증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승인심사 기간을 단축하고 의약품의 실용화를 촉진하는 등 제약 분야의 컨트롤 타워로서 국민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