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시행자 지정이 고시된 여의도 광장아파트.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광장아파트의 재건축사업을 맡은 한국자산신탁이 사업시행자 지정고시를 받았지만 여전히 여의도의 재건축 사업은 안개 속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강남권 재건축 보류 의견을 밝히면서 진척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매매시장의 경우 아직 신고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4월 이후 평균 2억원 이상 올랐던 단지들도 점차 하락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중개사는 전한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영등포구 여의도동 광장아파트의 신탁 사업자인 한국자산신탁이 신청한 사업시행자 지정이 서울시에 의해 승인됐다. 사업시행자 지정은 일반 재건축 사업의 조합설립과 유사한 단계를 의미한다. 이를 통해 정비구역 일몰제 대상에서도 제외됐다는 설명이다.

조합 관계자는 “향후 사업이 순탄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서울시 지구단위계획에 앞서 더 안전하고 내실 있는 설계 등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광장아파트는 본래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자리한 1·2동과 3~11동이 통합 재건축에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소송 공방을 이어온 곳이다. 이번에 3~11동이 단독으로 사업시행자 지정고시를 받으면서 사업 진행은 사실상 독자 노선을 걸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 재건축 사업 관계자는 “1·2동과 3~11동은 일단 25m 너비의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어서 도정법상 동일한 단지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대지지분도 차이나고 분담금 합의도 현재로선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해당 관계자는 “1·2동은 안전진단도 아직 못 받았지만 통과과 될 경우 함께 진행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 여의도 주요 단지 거래가 추이. 출처=서울부동산정보광장.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978년 준공된 광장아파트는 지난해 1월 전용면적 117.36㎡이 13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1년이 더 지난 올해 5월 15일 거래된 내용에 따르면 약 3억5000만원 오른 17억3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와 용산 통합개발 ‘마스터플랜’을 언급한 데 따른 여파로 풀이된다.

다만 이 같은 진척과는 달리 여의도의 재건축 사업은 ‘전부 답보’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목화·미성·수정아파트 등 총 3개의 단지가 추진위원회 단계에 머물면서 지구단위계획을 기다리고 있다. 2017년 6월 사업시행자 지정을 받은 시범아파트 역시 2년 째 ‘감감무소식’인 상황이다.

시범아파트의 경우 정비계획 변경안과 새로운 도면 등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두 차례 제출했지만 모두 반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계획은 공급가구수를 현재 1584가구에서 2409가구로 늘리고, 현재의 13층에서 35층으로 높이는 내용이다. 시범아파트 재건축사업 관계자는 “지구단위계획 발표를 기다린다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면서 짧게 답했다.

시범아파트의 오름폭은 여타 단지들에 비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용면적 79.24㎡의 경우 지난해 1월 9억9000만원에서 최대 11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서울 전역의 상승세가 이어진 지난해 3분기의 경우 해당 면적의 시세는 11억5000만~12억8000만원으로 약 1억원 상당이 상승했다. 이마저도 올해 2분기 현재 다시 하락해 4월 27일 11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재건축 사업이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서 기대감이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 여의도에서 가장 오래된 시범아파트는 노후에 따른 안전 문제를 호소 중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광장아파트와 면한 미성아파트는 2009년 사업 추진위원회는 승인됐고 안전진단을 받기 위한 주민 의견이 과반을 넘긴 상태다. 다만 한 미성아파트는 “서울시 기조로 사업이 지연되면서 추진위원회에 대한 기대감도 많이 낮아졌다는 여론이 있다”고 전했다.

수정아파트와 공작아파트의 경우 상업지역에 해당되는 지역으로, 역시 도시계획위원회의 결정이 보류되면서 정비구역 지정에 애를 먹고 있다. 수정아파트는 2002년 안전진단 통과, 2004년 재건축사업추진위원회 설립이 승인됐지만 약 15년이 지나도록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조합원수가 161가구인데 비해 현재 계획된 내용의 공급 가구수는 259가구에 불과해 서울시 기조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서울시는 지난 3월 상업지역의 주거용 용도비율을 종전의 20~30%에서 20% 이상으로 하향하고, 임대주택량을 확대할 경우 주거용 사용부분의 용적률을 400%에서 600%로 상향하는 조례 개정안의 시행에 들어갔다. 다만 3년 한시적 시행으로 수요자들과 재건축 계획을 갖고 있는 단지의 혼란이 더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미성아파트는 안전진단을 위한 주민 동의를 추진 중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대교아파트의 경우 66%의 찬성률로 KB부동산신탁을 사업시행 우선협정대상자로 지정했지만 이에 반대하는 비대위와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특정 동의 동의율이 50% 이하로 나오면서 갈등 봉합이 어려운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양아파트는 재건축사업 추진 동의율 60%는 넘겼지만 서울시와 협의 중인 용적률이 높아 향후 분담금 등 자부담 문제가 불거진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동 D공인중개사는 “광장아파트의 시행자 지정 고시가 났다고 해서 재건축 속도에 영향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매매시장 역시 거래량 자체가 적은 상황이고, 아직 서울시에 신고되지 않은 거래로 보면 여의도 전체의 시세도 다소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H공인중개사는 “서울시가 기조를 바꾼다고 가정할 때, 강남권의 반포나 개포동보다 여의도가 유리하긴 하지만 쉽게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