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유통업체와 제조업체, 기술업체 등이 모두 포함된 600개 회사가 연명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가 미국 경제를 해치고, 실직으로 이어지며, 수백만 명의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는 경고를 담은 탄원서를 보냈다.   출처= Walmart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 유통업체와 제조업체, 기술업체 등이 모두 포함된 600개 회사가 연명으로 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에 대한 관세가 미국 경제를 해치고, 실직으로 이어지며, 수백만 명의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는 경고를 담은 탄원서를 보냈다고 CNN이 보도했다.

탄원서에는 월마트, 코스트코, 타깃(Target) 등 유통업체와 의류 제조사 갭(Gap), 리바이스(Levi Strauss), 풋락커(Foot Locker) 등 의류 및 신발 제조사, 그리고 업계 단체들이 총망라됐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우리는 추가 관세가 미국 기업, 농부, 가구 등 미국 경제 전체에 매우 심각한부정적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을 현장에서 직접 느끼고 있다.”며 "무역 전쟁 고조는 국가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으며, 결국은 양쪽 모두 지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달 2000억 달러어치의 중국 상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인상했다. 이번 관세 인상에는 여행용 가방, 매트리스, 핸드백, 자전거, 진공청소기, 에어컨 같은 거의 모든 소비제품이 포함된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위협하고 있는 나머지 3000억 달러에 대한 관세에는 장난감, 옷, 신발, 가전 제품, TV 등 중국에서 수입하는 거의 모든 제품이 다 해당된다.

기업들은 또 탄원서에서 "관세는 중국이 아니라 미국 기업이 내는 세금"이라면서 "관세 인상과 무역 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의 증가는 시장 혼란을 야기해 오히려 미국의 경제 성장을 위협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오는 17일부터 정부의 관세안에 대해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이번 탄원서는 관세에 반대하기 위해 결성된 기업 연합인 ‘관세가 우리 심장부를 해친다’(Tariffs Hurt the Heartland)라는 단체가 공청회를 앞두고 주관했다. 이 단체에는 소매업, 기술업, 제조업, 농업 등 여러 산업들이 소속되어 있다.

그동안 대기업들은 관세의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개발하고 있지만, 소매업체들은 “관세 인상은 생산 비용의 상승을 가져오고 결국 소비자 가격 인상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600개 기업이 연명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탄원서. 탄원서에 참여한 기업 목록이 무려15페이지에 달한다.  출처= CNN 캡처

리처드 갈란티 코스트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애널리스트들에게 "결국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저가상품 유통업체인 달러제너럴(Dollar General) CFO도 "2019년이 가까워지면 저소득층 소비자들은 가격 인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는 지금까지 관세가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과소 평가해 왔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지난달 하원 청문회에서 소비자들에게 ‘큰 비용 부담’이 생길 것이라고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므누신 장관은 관세가 소비재 가격 인상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의 여부를 묻는 민주당 하원의원 신디 액슨(아이오와주)의 질문에 "나는 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백악관에 보낸 탄원서에서 3천억 달러 상당의 중국 상품에 25%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 4인 가족 가구에 평균 2천 달러 이상의 비용이 추가된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물론 관세가 25% 부과된다고 해서 소비자 가격이 25% 상승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부 유통업체들은 관세 비용의 일부를 흡수하거나, 수출업체에게 가격 인하를 요구하거나, 중국 밖으로 생산 기지를 옮길 수 있다.

업계 단체들과 협력하는 컨설팅 회사 트레이드 파트너십(Trade Partnership)은 의류업체들이 중국에서 생산 기지를 옮긴다 해도 미국의 의류 가격은 적어도 5% 이상 오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미국 소매업체들이 중국에서 다른 공급 업체로 납품처를 바꾸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며, 바꾼다 해도 완료하는 데 수년이 걸릴 수 있습니다. 납품처를 바꾼다 해도 새로 부과된 관세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상당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트레이드 파트너십은 신발 가격은 소비자 가격이 8% 오르고, 장난감 가격은 무려 16%나 오를 것으로 추정했다. 두 품목 모두 중국은 가장 큰 수출국이다.

나이키, 아디다스, 언더아머 등 스포츠용품 회사들도 지난달 중국산 수입 신발에 대한 25% 관세는 소비자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트레이드 파트너십은 또 가전제품과 여행용품도 각각 3%와 10% 정도 오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전미 소매업협회(National Retail Federation)의 데이비드 프렌치 수석부회장은 "새로운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 기반을 해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은 미국에서 가장 경제적으로 취약한 곳 중 하나입니다. 그들은 일상 용품에 대해 수백 또는 수천 달러의 추가 비용을 지불할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아야할 것입니다."

한편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중국산 부품과 상품에 대한 25%의 관세 부과를 면제해달라는 테슬라와 우버의 요청을 거부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USTR은 두 경우 모두 '중국제조 2025' 또는 다른 중국의 산업 프로그램과 관련이 있거나 전략적으로 중요한 물품이기 대문에 관세 면제는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보조시스템 '오토파일럿'의 '두뇌'에 해당하는 물품에 관세를 부과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고, 우버는 중국산 전기자전거에 대한 관세 부과 면제를 여청한 바 있다. 우버는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고객들에 전기자전거를 임대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로이터는 지난해 부과한 25% 관세에 해당하는 500억달러 규모 중국 수입품 중에서 현재까지 1000여개의 물품에 대한 관세 면제 요청이 거부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이 첨단산업 발전을 위해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훔치고 미국 기업들에 기술이전을 강제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는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 노력을 저지하기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접근방식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지만, 이번 600개 기업은 소비재 품목에 대한 관세 철회를 요청하고 있는 것이어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