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손해보험업계가 장기 인보험 시장경쟁이 과열되면서 사업비가 매년 수직 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업비용에서 사업비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14일 금융 빅데이터 전문 딥서치(DeepSearch)에 따르면 국내 빅5 손보사인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의 사업비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평균 30% 수준으로 증가했다. 특히 메리츠화재의 사업비 증가율은 5년간 60%로 업계서 가장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금융빅데이터 딥서치

최근 손보업계는 보장성 장기 인보험 시장경쟁이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다. 손해율이 높은 자동차보험은 온라인(다이렉트)중심으로 판매를 유인해 사업비를 최대한 줄이고 있지만 장기보험은 신계약을 높이기 위해 법인보험대리점(GA) 시책을 확대해 사업비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화재의 사업비는 2조4859억원으로 2014년 2조965억원 대비 18.6% 증가했고 업계 2위 경쟁이 치열한 DB손보와 현대해상은 지난 5년간 사업비가 각각 29.8%, 23.3% 확대됐다. DB손보와 현대해상의 연간 사업비는 1조4000억원대이며 사업비율은 약 20% 수준이다.

KB손해보험도 2017년부터 사업비가 1조원을 웃돌면서 5년간 사업비가 18% 이상 상승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은 손해율 관리가 어려워 수익이 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자동차보험 계약에서 생긴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장기보험 판매로 이어지도록 연계하고 있다”며 “최근 손보사는 수익성이 좋은 보장성으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국내 손보사는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크게 오르면서 자동차 보험영업이익 연간 목표를 마이너스로 설정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보험 포트폴리오로 수익성을 높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따라 손보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치아보험, 치매보험, 어린이보험 등 보장성 판매를 대폭 강화하고 있고 암보험, 입원·간병비 보장 통합 건강보험 상품도 잇달아 출시하는 중이다.

특히 지난해는 치아보험 판매 경쟁이 가열돼 GA시책이 높아졌고 이로 인해 일부 보험회사는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장기보험의 경우 사업비의 대부분이 대리점 수수료이기 때문에 시책비가 높아질수록 사업비가 크게 증가하게 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손보사들의 높은 GA판매 의존도로 인해 시장 출혈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이러한 추세를 감안한다면 올해도 시책비 지출에 따라 영업실적 차이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사업비 증가율 만큼 장기보험 원수보험료가 상승하고 있다면 긍정적인 신호이지만 국내 손보사는 사업비 증가율에 비해 원수보험료 증가율이 낮은 수준이어서 채산성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출처=금융빅데이터 딥서치

딥서치(DeepSearch)에 따르면 삼성화재의 지난해 장기보험 원수보험료는 10조2339억원으로 2014년 9조9094억원 대비 3.17% 증가했고, DB손해보험은 7조7921억원으로 2014년 6조9886억원 대비 11.5% 확대됐다. 같은 기간 현대해상과 KB손보는 각각 8.78%(6401억원), 14.08%(8034억원) 증가했다. 메리츠화재는 5년간 장기보험 원수보험료가 41.51%(1조6721만원)으로 손보업계에서 가장 큰 폭으로 장기보험 계약이 늘었지만 5년간 사업비 지출 증가율(58.9%)보다 낮았다.

비용 투입(사업비 증가율)만큼 신계약이 확대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손보사들은 올해도 신계약가치를 높이기 위해 장기보험 판매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삼성화재 최영무 대표는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장기보험은 판매 채널과 상품구조 전략으로 시장경쟁력을 강화하고 자동차보험은 악화된 사업여건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적정원가 확보와 함께 보상효율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년간 장기 인보험 신계약 매출이 58% 증가해 삼성화재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는 메리츠화재도 보장성상품 차별화 전략을 목표로 설정했다. 특히 사업비의 경우 성장을 위한 투자 외에는 극한까지 절감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손보업계가 자동차보험에서 계속보험료를 안정적으로 유입하는 것을 전제로 수익이 되는 장기보험에 사활을 걸고 있어 수수료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