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밀키트 제품. 출처= 각 사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1인 가구·노인 인구의 증가는 한 끼 식사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 절약의 필요성이 강조되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떠오른 것이 ‘가정간편식(HMR)’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HMR로 한 끼를 먹더라도 맛있고 영양이 고루 갖춰진 제품을 원하는 수요가 생겨났고 모형 장난감을 만들듯 설명서를 보면서 미리 손질된 식재료를 조리해 먹는 ‘밀키트(Meal Kit)’가 새로운 대세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이전까지 HMR 제품으로 경쟁하던 국내 대형마트들도 밀키트로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다.    

밀키트, 글로벌 트렌드 

미국이나 일본 등 세계 소비문화를 선도하는 국가의 시장에서 이미 밀키트는 ‘진화된 HMR’로 평가되며 식음료 시장의 대세로 떠올라 있다. 미국의 경우는 월마트·아마존 등 대형 유통업체를 포함해 약 150개 유통·식음료 제조업체가 각자의 브랜드를 건 밀키트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고 있다. 2017년을 기준으로 미국 밀키트 시장의 규모는 30억달러(약 3조5000억원)로 추산되고 있으며 이는 2013년 대비 약 20배 이상 커진 수치다. 같은 기간 일본의 밀키트 시장도 1200억원대에서 8800억원대로 약 7배 이상 커졌다. 

식품업계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밀키트 시장규모는 약 200억원으로 추산됐다. 업계에서는 그간의 성장 추이를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밀키트 시장은 올해 약 400억원 그리고 2024년에는 7000억원대까지 규모가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HMR 확산 주역 이마트 나서다 

식품과 유통업계를 통틀어서 국내 HMR의 폭발적 성장을 이끈 곳은 이마트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간편식은 맛과 영양이 떨어진다’는 편견을 깬 이마트의 HMR 브랜드 피코크를 선보였다. 피코크의 성공은 곧 경쟁 대형마트들을 넘어 식품기업들까지 모두 각자의 HMR 제품으로 시장에 뛰어들도록 만들었다. 그렇게 HMR 열풍을 주도한 이마트는 지난 10일 피코크 밀키트 신제품 6종을 새롭게 선보이고 전국 이마트 및 신세계 계열 유통채널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현재 롯데마트는 자사의 PB HMR·밀키트 통합 브랜드인 ‘요리하다’를, 그리고 홈플러스는 자사 PB가 아닌 식품회사 ‘프레시지(fresheasy)’의 밀키트와 해외수입 브랜드들의 밀키트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가 밀키트 제품을 출시하고 브랜드 확장을 공표함에 따라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경쟁 유통업체들의 밀키트 제품군 확대과 판매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몇 년 전 이마트가 주도한 HMR의 확산과 현재가 다른 것은 식품업체와 마트들뿐만 아니라 백화점에서도 자사 브랜드 밀키트를 이미 판매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각각 지난해 4월과 6월 밀키트 브랜드 ‘셰프박스’와 ‘마이셰프’를 판매하고 있다. HMR 확산 때보다 시장의 경쟁은 훨씬 더 치열해졌다. 시점으로만 보면 이마트의 밀키트 제품 출시는 다소 늦은 감이 있다. 

▲ 밀키트는 제품에 동봉된 손질된 식재료를 조합해 직접 조리해서 먹는 반조리 HMR이다. HMR보다 식재료의 가공이 덜 됐다는 점에서 맛이나 영영 측면에서 HMR보다 한 단계 진화된 개념으로 보기도 한다. 출처= 픽사베이 

그럼에도 밀키트는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오프라인 대형마트가 절대 그 수요를 간과할 수 없는 품목이다. 그렇기에 앞으로 밀키트에는 더 많은 유통채널들의 관심이 모여 더 많은 신제품들이 계속 나올 것이라는 게 식음료와 유통업계의 중론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유통업계 변화의 흐름은 미국이나 일본 등 큰 시장의 변화와 궤를 함께하고 있다”면서 “특히 해외에서 밀키트는 식품업계에 한정된 상품이 아닌 유통업계까지 그 관심이 확장된 제품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에 일련의 변화도 우리나라 유통업계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