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중 무역전쟁이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가운데 국내 기업의 행보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 ‘유연한 대응’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이어지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반사이익은 커질 수 있다. 구글 최신 안드로이드 접근이 차단되고 인텔 및 퀄컴의 부품 공급이 중단되는 한편 영국 암과의 협력도 불가능하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 점유율이 크게 하락하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지난달 24일 “트럼프 행정부의 화웨이 압박은 삼성전자에게 큰 호재”라면서 “소비자들은 화웨이 독자 운영체제 훙멍에 믿음을 가지기 어렵다”고 봤다. 나아가 “삼성전자는 최근 폴더블 스마트폰 품질 논란으로 출시를 연기하는 악재를 만났으나, 전반적인 스마트폰 경쟁력은 여전히 강하다”면서 “삼성전자가 트럼프 행정부의 ‘화웨이 때리기’ 정국에서 최대승자”라고 말했다. 신용평가기업 피치(Fitch)도 지난달 26일 “화웨이 고사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반사이익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지티애널리틱스(SA)는 미국의 화웨이 압박이 이어질 경우 삼성전자 스마트폰 출하량이 3억대를 회복할 것이라고 봤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 당장 화웨이 쇼크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외부의 점유율이 떨어지며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SA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이어질 경우 삼성전자가 올해 3억 1510만대를 출시해 3억대 출하량을 회복하고 23%의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안드로이드 이용자는 스마트폰 단말기를 교체할 때 당장 iOS보다 동일한 안드로이드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고, 이러한 현상이 삼성전자 스마트폰 점유율 확대로 이어진다는 해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처음으로 3억대 출하량이 무너지며 2억 9130만대의 출하량을 기록한 바 있다.

화웨이 입장에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집계한 결과 화웨이가 5843만 6200대를 판매해 2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점유율은 지난해 1분기 10.5%에서 올해 1분기 15.7%로 크게 올랐다. 1위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1분기 7162만 1100대를 판매해 19.2%의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이는 지난해 1분기 20.5%에 비해 다소 줄어들었다. 그러나 미국의 제재가 이어지면 화웨이의 성장세는 크게 꺾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장비 및 반도체 시장에 있다. 화웨이에 대한 압박이 커질수록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으며, 이에 비례해 삼성전자의 타격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냉정한 상황판단이 주문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망 사업에서 화웨이가 배제되고 있으나 당장 LG유플러스가 5G 장비 정국에서 화웨이 손을 잡은 것을 놓을 수 없으며, 삼성전자도 스마트폰에서 반사이익을 얻어도 부품 공급 등에서는 미국과의 협력과 매출 감소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면서 “명확하게 하나의 방침만 따라가는 기계적인 대응은 오히려 피해가 커지는 지름길이다. 각 영역에 맡게 정무적 판단까지 동원하며 유연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출처=이코노믹리뷰DB

양자택일 강요당한다

미중 무역전쟁이 벌어지며 한국이 양자택일을 강요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지난 5일 컨퍼런스 현장에서 한국의 반화웨이 전선 참여를 노골적으로 독려하는 등 압박에 나서고 있다. 이에 청와대는 “우리나라는 5G 네트워크 사용 비율이 10% 미만”이라면서 “군사안보통신망과는 확실하게 분리되어 있다”는 이례적인 입장도 발표했다.

중국도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올리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9일 중국 당국이 지난 4일과 5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포함된 글로벌 기업들을 불러 미국의 중국 제재 방침에 협조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만약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의 중국 기업 제재 방침에 동참할 경우 ‘심각한 결과’를 야기할 수 있으며 중국 내 기업이 외부로 나갈 경우 ‘응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설명이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사실상 중국 당국이 화웨이 구하기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말이 나온다.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필요한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미중 무역전쟁이 길어지면 수출 주도형 경제 모델을 가진 한국의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면서 “최대한 양 국가를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이득만 취하는 전략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