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케이션> 디 아이 컨설턴트·에노모토 아츠시·구스모토 다카히 지음, 김지영 옮김, 다산북스 펴냄.

입지(立地)는 가게의 매출에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다. ‘매출의 90%가 입지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자영업자들이 감(感)으로 가게의 위치를 정한다. 전문가라고 해도 막연한 경험에 의존할 따름이다. 가게를 오픈한 후에 상품, 인테리어, 청결, 서비스 등에 문제가 발생하면 그 자리에서 개선하면 된다. 하지만 입지는 한번 정하면 바꾸기 힘들다. 위치를 옮기려면 시설비 권리금 등 금전적 손실이 따른다.

입지 선택에는 ‘과학적 분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흔히 월세가 비싸더라도 통행량이 많은 곳에 가게를 내야만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역세권에서도 망하는 가게가 나오고, 논 한복판에서도 성공하는 가게가 있다.

책에는 일본에서 28년 간 축적된 4만 건의 빅데이터를 근거로 정리한 ‘잘되는 가게’의 입지 공식 10가지가 소개돼 있다. 고객 유도 시설, 인지성, 동선(動線), 건물 구조, 접근성, 시장 규모, 상권의 질(質), 포인트 규모, 자사 경쟁, 타사 경쟁 등이다. 각 요소는 업종과 위치에 따라 각각 다른 비중으로 매출에 영향을 미친다.

◇고객유도시설= 전철역이나 쇼핑몰 등 대규모 상업시설이 대표적이다. 교외에서는 대형 교차로, 중심도로, 고속도로의 인터체인지나 휴게소 등이다. 상업시설 내에선 중앙 출입구, 주차장에서 들어오는 출입구,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등이 고객을 유도한다.

◇인지성= 시계성과 주지성으로 나뉜다. 시계성은 ‘보인다/보이지 않는다’를 평가하는 것이고, 주지성은 ‘알고 있다/모른다’를 평가하는 항목이다. 가게가 2층이나 지하에 있다면 주지성이 떨어진다.

◇동선= 지하철 출입구 옆에 있는 한 음식점은 인근 경기장에서 경기가 열릴 때마다 손님들로 북적였다. 그런데 지하철 출입구가 추가로 신설되자 매출이 급감했다. 경기 관람자들이 새 출입구를 이용하면서 순식간에 전철역과 경기장을 잇는 동선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한 패스트푸드점은 논 한가운데 자리잡았다. 최악의 입지였다. 주변 상권도 없고 유동 인구도 적었다. 주택단지들은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패스트푸드점 앞을 가로지르는 도로는 주택가들을 서로 연결하는 유일한 연결로였다. 인근 주민들은 승용차로 오가면서 패스트푸드점을 이용했다. 입지는 불리했지만, 강력한 동선을 차지함으로써 대박가게가 될 수 있었다.

◇상권의 질= 유동인구가 많은 것도 중요하지만, 유동인구가 가게의 고객층에 부합하는 사람인지 관찰하고 조사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패스트푸드 체인점의 입지를 고를 때는 지역의 슈퍼마켓부터 조사할 필요가 있다. 지역 내에 슈퍼마켓 수가 적다면 집에서 요리하는 가정들이 적다는 얘기다. 그만큼 패스트푸드를 주문할 확률이 높아진다.

◇포인트 규모= 가게 앞에 얼마나 많은 사람과 차량이 오가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사람 수는 ‘통행량’, 자동차는 ‘교통량’이라고 부른다.

책에는 다양한 실제 사례들과 함께 서울 연남동에 스타벅스가 없는 이유, 블루보틀 1호점이 성수동에 자리잡은 이유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