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중 무역전쟁을 시작한 미국의 명분은 크게 중국의 과도한 이득에 따른 미국의 손해, 나아가 미국의 국가 안보 침해에 대한 대응이다. 그러나 모든 것은 중국의 기술굴기를 꺾는 것에서 시작되었고, 그 끝은 글로벌 패권으로 이어진다.

화웨이 잔혹사

중국은 양회를 통해 스마트제조 2025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샤오캉 시대를 가능하게 만드는 핵심은 기술육성에 있으며, 이를 통해 글로벌 기술패권을 가지겠다는 야망이다. 스마트제조 2025는 총 3단계로 이어진 중국 제조업 발전 계획이자 국가 혁신 계획이다. 1단계는 2015년부터 2025년까지 양적인 제조강국에서 벗어나 질적인 스마트 제조 플랫폼을 가진 국가로 거듭나는 것이다. 2단계는 2026년부터 2035년까지 글로벌 스마트 제조 시장에서 최소한 중간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3단계는 2036년부터 2045년까지 글로벌 무대를 석권하는 것이다.

그 선봉에 선 것이 글로벌 통신장비 업계의 강자이자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는 화웨이다. 미국이 집요할 정도로 화웨이를 노린 이유다. 미국 하원은 2012년 10월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 ZTE 관련 국가안보 문제 조사 보고서’를 통해 이들 기업을 강력하게 규제하는 한편 미국에서 사업을 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지난해부터 동맹국들을 대상으로 반 화웨이 행렬에 참여하라는 압박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는 화웨이가 중국 정부와 유착되어 있으며 소위 백도어를 운용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화웨이는 소위 백도어 논란은 실체가 없다고 주장하며, 미중 무역전쟁 초반 중재자가 되려고 노력했다. 실제로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은 지난해 11월 직원들에게 보내는 서신을 통해 “추가 미중 무역전쟁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화웨이는 퀄컴으로부터 5000만개의 반도체를 구입했다”면서 “(미국과 중국은) 적이 아닌 친구다”고 말하기도 했다.

화웨이라는 희생물을 바탕으로 불을 뿜던 미중 무역전쟁은 지난해 12월 1월 극적인 타협점을 찾았다. 미국과 중국이 G20 정상회담에서 만나 90일의 휴전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G20 회의가 열렸던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성명을 발표해 “미국과 중국은 90일 동안 지식재산권 보호와 비관세장벽, 사이버 침입, 절도 등 문제에 대한 구조적인 변화를 위한 협상에 나설 것”이라면서 지난해 9월 24일부터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고 있던 관세율 10%를 내년 1월 1일 25%로 인상하려던 계획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주의 딸인 멍완저우 부회장이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캐나다에서 전격 체포됐기 때문이다. 캐나다 주재 중국 대사관은 “캐나다 경찰 당국은 미국 측의 요구에 따라 미국과 캐나다 법을 전혀 위반하지 않는 중국 공민을 체포했다”면서 “심각한 인권 유린”이라고 비판했다. 이후 중국에서는 캐나다와 미국을 규탄했고, 미국은 “당연한 조치”라며 멍 부회장 체포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이후는 지루한 공방전이다. 런 창업주는 전면에 나서 “우리는 30년동안 170여 개국과 30억명의 인구에게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했고, 그동안 사이버 보안 문제가 일어난 일은 없었다”면서  “사이버보안 및 개인 정보와 관련해 애플의 사례를 본받고 있다. 고객들의 이익에 해를 끼치는 행위를 하기보다는 차라리 회사 문을 닫는게 낫다”고 주장하는 등 호소에 나섰다. 이어 미중 무역전쟁의 변곡점마다 때로는 트럼프 행정부까지 겨냥한 폭탄발언으로 강대강 대치를 이어갔다.

최근에는 미국 기업과의 거래가 차단되는 핵폭탄 주먹도 맞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행정명령을 통해 자국 기업과 화웨이의 거래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180일의 제재 유예 방침을 내리며 속도조절에 나서고는 있으나 사실상 화웨이 말살에 가까운 가혹한 조치들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 출처=이코노믹리뷰DB

시작은 구글이다. 구글이 최신 안드로이드에 대한 화웨이의 접근을 차단한다고 밝힌 가운데, 화웨이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전략은 크게 삐걱거릴 전망이다. 화웨이는 즉각 자체 운영체제 훙멍을 공개하며 ‘문제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크게 하락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인텔과 퀄컴 등이 화웨이에 칩과 부품을 중단하는 사례도 나왔다. 이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체를 출렁이게 만드는 대형 이슈며, 화웨이는 TSMC와의 협력으로 위기를 벗어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현재로는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

영국의 암도 돌아섰다. 암은 반도체 설계 업체며 시장의 절대적인 점유율을 가진 최강자다. 퀄컴 스냅드래곤과 삼성전자 엑시노스 등 대부분의 스마트폰 모바일 AP들이 암의 설계 기반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으며 화웨이도 마찬가지다. 이 외에도 많은 기업들이 반 화웨이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화웨이가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만의 TSMC가 여전히 화웨이와의 거래를 이어가고 있으며 일본의 파나소닉, 도시바도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와이파이협회 및 블루투스협회도 화웨이 보이콧을 철회했다. 화웨이는 글로벌 표준단체들이 화웨이 보이콧을 철회한 것을 두고 “화웨이 스마트폰에서 SD 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영향을 받지 않을 것” 이라고 밝히며 “소비자들은 이러한 제품을 계속 구매하고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대 국제 학술단체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도 화웨이 정회원 배제를 철회했다. IEEE는 성명을 통해 “미국 상무부는 지난 5월 16일 목요일 화웨이와 계열사 68개사에 수출 통제 제한을 적용했다”면서 “수출 통제 제한이 우리의 출판 활동에도 제한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미국 상무부로부터 확인을 받았으며 (이에 따라) 화웨이 및 화웨이의 자회사 직원들은 IEEE의 출판 활동에 있어서 동료 평가자 및 편집인으로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웨이와 일찌감치 동맹전선을 구축한 영국의 분위기도 여전히 ‘친 화웨이’다. 테레사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에 대한 혼선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가운데 유력한 총리 후보인 맷 핸콕 보건부 장관은 연설을 통해 “화웨이가 최선은 아니다”면서도 “화웨이를 금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화웨이와의 거래 차단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대목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지난 8일 “구글이 미국 정부를 대상으로 화웨이와의 거래를 허용해달라고 로비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화웨이와 자국 기업의 거래를 제한하는 방침을 정하자 즉각 화웨이와 거래 중단에 나선 것과는 온도차이가 난다. 업계에서는 구글이 훙멍의 등장으로 야기될 수 있는 국가 안보 위협을 거론했으나, 내심 화웨이 자체 운영체제를 경계하는 분위기를 연출한다고 보고 있다. 화웨이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2위 점유율을 가지고 있으며, 삼성전자의 바다나 타이젠처럼 하드웨어 제조사들의 운영체제가 성공한 사례는 없지만 ‘의외의 한 방’을 경계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 화웨이는 러시아와 협력해 운영체제 가능성 타진에 나서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최근에는 미 당국 내부에서도 엇박자가 나온다. ‘로이터’를 비롯한 주요 외신은 지난 9일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와 자국 기업의 거래 금지를 2년 늦추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발동한 화웨이 거래 중지 행정명령과는 별개며, 미 국방부의 예산관련 법안인 2020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과 관련된 일이다.

미국 내부에서 화웨이 제재 유예 이야기가 나온 배경으로는 조달 어려움이 꼽힌다. 다만 이러한 소동이 미 정부의 화웨이 제재에 대한 엇박자가 아니라, 조달난을 걱정한 플랜B일뿐이라는 말이 나온다.

화웨이가 미국의 강도 높은 압박에 시달리는 가운데, 미국 스스로가 중국의 기술굴기를 확실하게 굴복시켰다는 확신이 없을 경우 최고수준의 제재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화웨이어 이어 CCTV 업체인 하이크비전, 드론의 DJI를 연쇄적으로 압박하는 것을 두고 중국 기술굴기의 대표주자들을 누르겠다는 의지로 해석하는 이유다. 그 연장선에서 중국의 푸젠진화는 반도체 굴기의 꿈을 접는 등 연쇄적인 파급효과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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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방위적 흔들기… 확장되는 전선

미중 무역전쟁의 폭풍속에서 화웨이가 창립 이래 초유의 위기와 직면한 가운데, 전선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특히 일대일로를 중심으로 특유의 팽창정책에 속도를 내고있는 중국을 대상으로 미국의 정치, 외교적 파상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최근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든 것이 단적인 사례다. 남중국해의 분쟁도 점입가경으로 흐르는 가운데 미국은 미중 무역전쟁을 글로벌 패권경쟁의 퍼즐 조각으로 활용하며 일종의 전격전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미중 무역전쟁 협상에서 화웨이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언급한 대목도 시선을 끈다. 화웨이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결국 경제전쟁도 패권경쟁의 일부라는 평가에 힘이 실린다.

미국과 멕시코의 분쟁과 그 해결과정에도 힌트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멕시코와 불법 이민자 문제와 관련된 협상을 타결했다고 밝히는 한편, 10일로 예정했던 멕시코 상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무기한 연기했다. 취임 당시부터 불법 이민자 근절에 집중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를 대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경우 10일부터 멕시코 상품 전체에 5%, 10월에는 25%까지 관세를 매기겠다고 압박했고, 멕시코가 이를 받아들이며 ‘거래’는 성공을 거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행정명령 발동을 통해 불법 이민자 문제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고, 이 과정에서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이민자들이 많은 실리콘밸리 기업들과 충돌하기도 했다. 보수적인 백인 블루컬러의 지지를 통해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며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전략이 필요했다는 말도 나온다. 멕시코 의회가 미국의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모든 합의가 폐기될 가능성은 있으나, 현 상황에서 이번 합의는 성공적으로 이행되는 분위기다.

그 연장선에서 이번 멕시코와의 타결은 전장의 확장에 따른 정치적 압박이 병행되며 시너지를 냈다는 평가다. 불법 이민자 문제는 정치 외교적 측면에서 풀어가야할 문제며,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는 순수한 경제의 영역이다. 이 지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 근절을 요구하며 멕시코에 관세폭탄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했고, 결국 멕시코 정부가 백기투항하며 불법 이민자 문제 논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나의 영역에서 전쟁을 치르는 것이 아니라 정치와 경제, 외교 등 다양한 영역에서 ‘미국의 이익’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셈이다.

▲ 출처=이코노믹리뷰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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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그리치의 쓴소리… 각성한 미국·총반격 중국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시절 미 하원의장을 지낸 뉴트 강그리치 전 공화당 의원은 지난 5월 ‘뉴스위크‘를 통해 미국과 중국의 충돌을 두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미국은 중국을 두고 일방적인 희망만 가지고 있었으며, 중국은 특유의 기만전략으로 미국을 속였다”고 지적했다. 이는 중국이 일대일로를 추진하며 팽창정책을 거듭하고, 이 과정에서 자본주의의 가면에 숨어 레닌주의 사회를 은밀하게 추구하고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미국이 극단적인 미중 무역전쟁을 벌이며 강력한 공격을 멈추지 않는 배경이자,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후회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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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초강경 태세로 미중 무역전쟁을 끌어가며 글로벌 패권을 지키기 위한 행보에 나설 전망이다.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지난 5일 컨퍼런스 현장에서 한국의 반화웨이 전선 동참을 요청하는 등 동맹국들을 대상으로 하는 적극적인 진영 불리기에 나서는 한편, 사실상 전면전에 가까운 관세폭탄을 던지며 중국을 압박할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프랑스를 방문해 “3520억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는 G20 정상회담 직후 2주 안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끝에는 패권경쟁의 주도권이 있다.

중국도 물러설 수 없다. 미중 무역전쟁 백서까지 만들어 이번 파국의 원인을 미국으로 돌리는 한편, 역시 세 불리기를 통해 미국에 맞선다는 방침이다. 최근에는 항미원조전쟁, 즉 한국전쟁을 다룬 영화를 대대적으로 방영하며 불사항전 의지까지 다지고 있다.

▲ 출처=이코노믹리뷰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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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 희토류 전략 무기화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반도체와 태양광 등에 사용되는 희토류는 중국이 절대적인 생산 점유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기준 중국은 10만 5000톤의 희토류를 생산해 수출했으며 현재는 15만톤이 넘는 수출량을 자랑,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95% 이상이다. 다양한 ICT 기술의 재료인 희토류는 ‘첨단 기술의 비타민’으로 불릴 정도로 중요한 인프라며 중국은 2010년 일본과의 영토 분쟁 당시 희토류 수출 금지를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바 있다. 다만 중국이 희토류 전략 무기화 카드를 꺼내들 기세를 보이자 미국은 아프리카 및 호주 등 대안을 모색하는 등 빠르게 대응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실효성 없는 카드’라는 말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패권의 측면에서 중국이 미국의 조건을 일부 수용하거나 최소한의 합의 가능성이 감지되면 내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적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미중 무역전쟁도 이러한 글로벌 패권 경쟁의 일부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해결되면 신속하게 접점을 찾을 수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시 주석을 “매우 강하고 스마트한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그와의 회동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화웨이에 대해서는 “위험한 기업”이라는 표현을 썼으나 “화웨이 문제도 미중 무역협상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말한 지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글로벌 패권이라는 거대한 전투의 일부라는 점을 재차 확인하며 전격적 타결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