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이자가 유통 중인 자가면역 질환 치료용 바이오의약품 '엔브렐'이 알츠하이머 위험도를 낮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에티코보'와 LG화학의 '유셉트'가 주목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연구원이 연구를 하고 있다. 출처=삼성바이오에피스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화이자는 유통 중인 자가면역 치료용 바이오의약품 ‘엔브렐(성분명 에타너셉트)’이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고도 이를 숨겼다. 항염증제가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대한 위험도를 낮출 수 있는 가능성과 치매 치료제 개발의 어려움,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이 개발한 엔브렐 복제약(바이오시밀러)이 주목된다.

화이자, ‘엔브렐’ 알츠하이머 치료에 도움 가능성 숨겨…제약사로서 한계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7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주요 제약바이오 전문 매체는 엔브렐을 투여받은 환자들은 알츠하이머 병에 걸릴 위험이 64%나 낮았다고 밝혔다. 이는 화이자 연구원들이 2015년부터 수십만 건의 보험 청구서를 분석한 결과로 과학 데이터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코호트 연구를 통해 분석된 것이다.

화이자 염증‧면역학 관련 부서의 과학자들은 경영진에게 엔브렐과 알츠하이머의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임상시험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화이자는 해당 임상의 진행 여부를 검토하는데 3년을 보냈다. 보도에 따르면 2018년 2월 화이자가 한 발표 자료에는 “엔브렐은 잠재적으로 알츠하이머 병을 안전하게 예방하고 치료하며 더디게 진행시킬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화이자 측은 WP에 “3년 동안 검토한 결과, 엔브렐 성분 등이 뇌 조직에 직접 닿기 어려우므로 알츠하이머 치료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임상시험 성공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미국 과학계 일각에서는 “화이자의 해명은 합리적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면서 “해당 자료를 공개해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알츠하이머 전문가 루돌프 E. 탄지 하버드 의과대학 신경과 교수는 “화이자가 공개를 해야 한다. 왜 하지 않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초 치매를 유발한다고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Aβ)’ 이론이 옳지 않다는 지적이 나올 시 알츠하이머와 염증의 관계에 대해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아밀로이드 베타 등이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면서도 해당 문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과 연관한 뇌 신경세포의 죽음은 결국 뇌의 선천적인 면역체계가 신경염증과 반응하는 지점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탄지 교수는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과 신경염증 등과 반응하면 더 많은 세포가 죽어 치매와 알츠하이머병 증세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엔브렐과 같은 강력한 항염증제가 면역체계 전체에 염증 감소효과를 줄 수 있어 알츠하이머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키넌 워커 존스 홉킨스 의대 조교수는 “과학계가 해당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긍정적인 데이터 혹은 부정적인 데이터라는 것은 상관 없다. 더 많은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알츠하이머 치료 가능성 중요한 이유?…글로벌 제약사, 치료제 개발 잇단 실패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65세 이상 인구는 2010년 5억 2000만명(7.6%)에서 2050년 15억 2000만명(16.2%)으로 증가할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알츠하이머는 치매의 약 70~80%를 차지한다. 긴 시간 동안 의료와 요양비용 등이 필요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세계 치매인구는 2013년 4400만명에서 2030년 7600만명, 2050년 1억 35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미국에서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사망하는 환자 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 알츠하이머학회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3년까지 미국에서 뇌졸중, 심장질환, 전립선암으로 사망한 환자 수는 각각 23%, 14%, 11% 감소했지만 알츠하이머병 사망자 수는 71% 증가했다. 업계 전문가는 “알츠하이머 병 사망률 증가는 타 질환에 비해 기초‧임상연구와 신약개발이 미흡함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알츠하이머는 여섯 번재로 높은 사망원인이고 65세 이상 인구에서는 다섯 번째로 높은 사망원인이다. 미국내 알츠하이머병 환자 수는 2015년 5400만명에서 2050년 1억 38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 치매 유형별 분포도. 출처=보건복지부
▲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이 조사한 65세 이상 한국 노인의 치매 유병률과 치매 환자 수 추이. 출처=보건복지부

한국에서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치매 환자 비중은 2012년 1.1%에서 2050년 5.6%로 증가할 전망이다. 노인 치매환자는 2014년을 기준으로 노인인구(65세 이상)의 9.6%인 61만명에서 2050년 15.1% 수준인 271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노인인구와 치매환자 증가에 따라 알츠하이머 질환 시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 기업 데이터모니터는 해당 시장은 2015년 31억 1000만달러(약 3조 6635억원)에서 2024년까지 126억 1000만달러(약 14조 8545억원)로 연평균 17%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전세계에서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허가 받은 약은 4개 뿐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치료제’라기 보다 ‘증상 억제제’로 보고 있다. 치매 치료제 시장은 아직까지 점령되지 않은 셈이다. 화이자의 ‘포네주맙(Ponenzumab)’, 화이자와 존슨앤드존슨(J&J)이 공동 개발했던 ‘바피네주맙(Bapineuzumab)’, 일라이 릴리의 ‘솔라네주맙(Solanezumab)’, 로슈의 ‘크레네주맙(Crenezumab)’, 바이오젠과 에자이의 ‘아두마누맙(Aducanumab) 등 유수한 글로벌 제약사도 치매 치료제 개발에 실패하고 있다.

시장성이 높음에도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이유로는 과학적인 문제에 더해 막대한 임상 비용과 신약독점 기간이 짧다는 점 등이 꼽힌다. 엔브렐이 치매 치료에 도움이 될수도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화이자 측은 “해당 임상을 위해선 8000만달러(약 942억원)의 임상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면서 “또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외부 과학자들을 잘못된 길로 인도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오리지널 의약품의 독점 기간도 지적된다. 미국 제약사들은 대개 약 20년의 특허 독점 기간을 보유하지만 후보물질 발굴에서 상용화에 이르는 신약개발이 약 10년 소요되므로 실제 독점 기간은 더 짧다. 엔브렐은 이미 특허가 끝나 경쟁 약물인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됐다.

제약사들은 신약 특허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의약품 구성 분자에 사소한 변화를 주거나 납품 방식 등을 바꾼다. 이는 비겁한 방식이라고 지적 받기도 했지만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들인 제약사 입장에서는 피할 수 없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로버트 I. 필드 드렉셀 대학 법률 및 의료 관리학 교수는 “완전히 다른 질병에 대해 새로운 허가를 얻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면서 “미국 특허법은 이에 대해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출시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 어디?

화이자의 엔브렐이 알츠하이머성 치매 개선에 도움을 준다는 코호트 연구와 관련, 유사한 성분으로 만든 바이오시밀러가 주목된다. 이 같은 의약품은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 의약품이다.

화학합성의약품과 달리 바이오시밀러는 세포 배양 조건과 정제 방법 등에 따라 최종 산물의 특성이 달라 오리지널 의약품과 완전히 동일하게 제조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유사하다(Similar)’라는 명칭이 붙었다.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또한 알츠하이머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는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풀이된다.

엔브렐 바이오시밀러와 관련, 선두를 이끌고 있는 기업은 삼성바이오에피스다. 이 기업은 ‘에티코보(성분명 에타너셉트)’로 미국 식품의약품청(FDA)로부터 올해 4월 25일(현지시간) 판매 허가를 획득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의약품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미국에서 ‘엔플렉시스(성분명 인플릭시맙)’과 ‘온트루잔트(성분명 트라스투주맙)’에 이어 에티코보로 세 번째 허가를 받았다.

에티코보는 2016년부터 유럽에서 ‘베네팔리’라는 제품명으로 출시돼 바이오젠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의약품 시장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베네팔리는 지난 2월말 유통물량을 기준으로 유럽 전체 에타너셉트 시장에서 점유율 40%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에서 약가가 가장 높은 독일에서는 지난해 4분기부터 엔브렐보다 시장 점유율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 LG화학은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유셉트'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확인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LG화학 연구원들이 연구를 하고 있다. 출처=LG화

생명과학 분야에서 강자로 꼽히는 LG화학은 첫 바이오시밀러로 ‘유셉트(성분명 에타너셉트)’를 개발해 지난해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LG화학은 한국과 일본에서 약 370명 규모의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52주 장기 임상을 진행했다. 한국 임상에만 186명이 참여, 한국인을 대상으로 유효성 및 안전성 검증 데이터를 확보했다. 임상결과 경쟁약인 엔브렐과 동등한 효능이 확인됐다.

유셉트는 주사 부위에 이상반응률 등도 현저히 낮아 우수한 안전성 결과도 입증했다. 이는 또 환자가 스스로 주사할 수 있는 ‘자동 주사기(오토인젝터)’ 타입으로도 출시돼 환자 편의성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LG화학은 유셉트로 2020년 9월까지 바이오시밀러 등 복제약 사용 비율을 80%로 확대하는 ‘제네릭 시프트’ 정책을 벌이고 있는 일본에도 진출했다.

바이오시밀러 기술이 강하다고 분류되는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의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역시 알츠하이머 위험성을 낮출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