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처음 인어교주해적단이라는 스타트업을 알았을 때, 단순한 B2C 온라인 플랫폼으로 봤습니다. 고객과 수산물 업체를 온라인으로 연결해 수수료를 받는 O2O 온디맨드 플랫폼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이 참 많습니다.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배달통은 물론 야놀자와 여기어때, 직방 및 다방 등 국내 대표 플랫폼 스타트업들은 모두 이런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온라인에서 플랫폼 조금 굴린다는 업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러한 평범한 상식이 깨지면서 시작됩니다. 인어교주해적단은 다소 독특한 플랫폼 전략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앱을 통한 B2C 플랫폼 수수료 수익이 없습니다. 배달앱으로 보면 건별 수수료가 존재하지 않고, 그냥 무료로 ‘소개’만 해준다고 합니다. 심지어 업체들의 광고도 없습니다. 온디맨드 플랫폼의 일반적인 매출 비즈니스가 존재하지 않으며 쉽게 말해 ‘돈 나올 구석이 없다’는 겁니다.

가장 근원적인 질문을 할 차례입니다. 그럼 어떻게 유지가 되는 걸까. 인어교주해적단은 도매 사업도 합니다. 직접 바다로 나가 수산물을 잡아올리는 수준은 아니지만, 현지로 찾아가 수산물을 받고 이를 업체에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이 매출이 전체 매출의 90%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10%는 어디에서 나올까. 전국 500여개의 제휴 업체가 있는데, 여기서 일부에게 멤버십 수준의 금액을 받는다고 합니다.

B2B에서 매출을 올려 플랫폼을 유지하고 B2C에서는 최대의 수질 관리, 즉 광고도 없고 수수료도 없이 양질의 ‘콘텐츠’만 고객에게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B2C 플랫폼만 보면 정말 꿈같은 일입니다. 수수료가 없으니 공급자인 업체들도 불만이 없고, 광고도 없으니 고객은 양질의 수산물만 찾아갈 수 있습니다. 최근 국내 O2O 온디맨드 플랫폼들이 고민하는 여러 사안들이 인어교주해적단에는 해당사항이 없다는 뜻입니다.

물론 이는 업의 특수성에 기인합니다. 인어교주해적단은 O2O 플랫폼으로 작동하지만 공급자, 즉 업체가 직접 수산물을 생산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이들 역시 경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산물을 가져와 소매로 팔고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인어교주해적단이 일종의 플랫폼 위 플랫폼으로 작동하는 셈입니다. 또 O2O 플랫폼이 수요와 공급을 연결한다고 해도, 인어교주해적단의 B2C 플랫폼은 공급자의 상품이 수요자의 집으로 찾아가는 형식이 아닙니다. 그 반대죠.

▲ 인어교주해적단의 유튜브 채널이 보인다. 출처=갈무리

업의 특수성에 따라 만들어진 인어교주해적단의 플랫폼 전략은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최근 다양한 영역에 온라인 기술력이 스며들며 O2O 온디맨드 플랫폼이 작동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작동되는 구조는 천편일률적입니다. 온디맨드에 방점을 찍어 수요에 맞게 공급자의 상품을 열심히 배달하는 겁니다. 여기서 인어교주해적단의 사례는 재미있는 시사점을 줍니다. 업의 특성을 이용해 지금까지 가동되던 온라인 플랫폼 전략을 바꾼다면? 플랫폼 인사이트가 업의 특성에 따라 유연하게 변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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