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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는 ‘연간 23조원’ 일본 애니업계를 어떻게 집어삼키고 있나오리지널 콘텐츠 확보 전략
   
▲ 넷플릭스의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들. 출처= 넷플릭스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미국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로 블록버스터 영화가 있다면, 일본에는 애니메이션이 있다. 애니메이션은 일본을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다. 그런데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는 글로벌 OTT 기업 넷플릭스와의 협업으로 자국 내 산업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일본의 많은 애니메이션 제작업체들은 앞을 다퉈 넷플릭스와 신규 작품 제작 작업을 추진하는가 하면 과거 인기 작품들의 온라인 단독 방영권을 넘기기도 한다. 이에 일본 내부에서는 해외 대자본에 대한 자국 내 애니메이션의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제작위원회’ 시스템 

작품을 불문하고 거의 대부분의 일본 애니메이션 오프닝에는 제작사나 방송사 혹은 협찬업체들과 함께 꼭 소개되는 것이 있다. 바로 ‘제작위원회(製作委員會)’다. 더 정확히는 해당 애니메이션 이름이 앞에 붙은 제작위원회다. 예를 들면 신세기 에반게리온 제작위원회, 진격의 거인 제작위원회 등으로 불린다.   

제작위원회는 일본에서 영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그리고 게임 등을 제작할 때 필요한 재원(財源)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다수의 스폰서들에게 작품의 제작비를 투자받는 형식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일종의 컨소시엄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에 대한 제작위원회 구성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진다. 여기에 참여하는 주체들은 방송사, 콘텐츠 유통업체, 게임·장난감 등 2차 창작물 제조업체, 음반사 그리고 제작사 등이 있다. 이 중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는 주체는 작품의 송출 권한을 가진 방송사와 가장 많은 수익을 발생시키는 게임·장난감 제조업체다. 

   
▲ 제작위원회 시스템 성공사례로 남은 일본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 출처= 넷플릭스

제작위원회는 비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한 시스템이다. 개별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입장에서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기획단계 예산이나 영상 제작비용의 조달을 쉽게 확보할 수 있다. 책임 소지가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작품이 흥행에 실패를 하는 경우에도 큰 손해를 입지 않고 다른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여기에 방송사를 투자사로 끌어들이면 해당 방송사에 내야하는 전파 이용료를 일정부분 아낄 수도 있다. 반대로 스폰서들에게는 여러 애니메이션 작품에 비용을 분산투자해 수익성을 높이는 방법이 된다. 이 시스템으로 가장 성공한 사례가 바로 일본 SF메카닉(로봇) 애니메이션의 신화처럼 여겨지는 <신세기 에반게리온>(1995)다.  

이러한 자금조달 방식은 미국 헐리웃 영화의 대형 스튜디오들의 제작에 응용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어벤져스> 시리즈의 마블 스튜디오가 있다.     

제작사 “남는 게 없다” 

제작위원회 구성을 통한 자금 조달은 분명 효율적인 부분이 있지만, 아주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바로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겪는 수익성의 위기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방영에서 가장 큰 수익은 두 가지 요인에서 발생한다. 첫 번째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인은 작품의 국외상영이나 방송 그리고 IP가 해외에서 활용됨으로 발생하는 '해외수익' 그리고 그 다음이 IP의 상품화다. 사단법인 일본동화협회(一般社団法人日本動画協会)가 발간한 ‘2018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 리포트(アニメ産業レポート)’에 따르면 2017년 2조1527억엔(약 23조5752억원)에 이른 전체 애니메이션 산업 경제규모에서 해외수익(일본 애니메이션의 해외 극장상영, 방송, 해외 판권사용)은 9948억엔, IP 상품화는 5232억엔을 기록했다. 

   
▲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 규모와 수익 구성. 붉은색이 해외수익 부문, 초록색이 2차 창작물 제작 부문. 출처= 2018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 리포트

여기서의 문제는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은 가장 큰 수익 요소들과 크게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제작사가 큰 자본을 이미 보유하고 있어 많은 지분을 제작위원회에 투자하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실제로 일본에서 그런 경우는 아주, 극히 드물다. 결국 애써서 작품을 만들어 봐야 제작사에게는 ‘남는 것’이 없고 흥행 수익으로 버는 많은 돈은 방송사나 게임회사, 장난감 회사가 가져가는 것이다.   

넷플릭스의 전략적 접근 

넷플릭스는 오는 11월 출시될 디즈니의 OTT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와의 차별화를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 디즈니는 현재 넷플릭스에서 송출되고 있는 디즈니 오리지널 콘텐츠 그리고 마블 스튜디오의 MCU 관련 콘텐츠들을 점진적으로 철수시켜 자사의 플랫폼으로 가져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맞서 넷플릭스는 자사 플랫폼에서만 송출될 수 있는 단독(오리지널) 콘텐츠들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세계 각 국가의 유명 제작자들에게 엄청난 금액을 제시하고 오리지널 콘텐츠들을 만들고 있다. 그 일환으로 넷플릭스는 전 세계에 어마어마한 팬덤을 확보하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에 주목했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일본 애니메이션 <격투맨 바키>. 출처= 넷플릭스

넷플릭스의 접근은 수익성의 고민에 시달리던 일본의 애니메니션 제작사들에게 그야말로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접근법은 간단하다. 작품 제작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비용을 제작사에 직접 전달한다. 여기에 일본의 제작위원회처럼 작품의 전개 방향이나 스토리, 결말에 대해 간섭하지도 않고 제작사에게 2차 창작물 활용 권한도 준다. 넷플릭스는 작품의 단독 방영권만을 가져가거나 혹은 2차 창작물 활용 권한을 공유한다.

이렇게 해서 넷플릭스는 2018년부터 2019년 현재까지 총 10편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일본 애니메이션을 공개했고 앞으로 10편을 추가로 공개할 계획이다. 그 외로 넷플릭스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포함한 총 25편의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 독점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같은 파격적인 조건에 그간 제작위원회 시스템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은 일본의 중소규모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은 앞을 다투어 넷플릭스와 관계를 맺으려고 하고 있다. 

   
▲ 오는 11월 공개될 디즈니의 OTT 디즈니 플러스. 출처= 디즈니 홈페이지

넷플릭스는 글로벌 팬덤이 두터운 일본 애니메이션들을 확보함으로 디즈니와 차별되는 콘텐츠 경쟁력을 가진다. 일본 애니메이션 업체들은 제작위원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이에 대해 일본의 애니메이션 업계에서는 “업계가 미국 대자본에 종속되고 있다”는 등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기존의 제작위원회 방식도 조금씩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와 한국

각 나라의 대표적 콘텐츠들을 확보하려고 노력 중인 넷플릭스는 우리나라의 영화와 드라마와 예능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17년 넷플릭스와 봉준호 감독이 함께 제작한 영화 <옥자>는 넷플릭스와 한국 콘텐츠 시장의 본격적인 첫 만남이었다. 

여기에 넷플릭스는 지난해 <미스터 션샤인>을 비롯해 최근 방영을 시작한 <아스달 연대기> 등 CJ ENM 계열 대작 드라마들의 방영권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킹덤> 등 오리지널 드라마와 <범인은 바로 너> 등 오리지널 예능 콘텐츠들의 제작을 하는 등으로 넷플릭스는 우리나라 콘텐츠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콘텐츠 확보에 대한 넷플릭스의 노력은 콘텐츠 업계에서는 철저하게 디즈니를 염두해 둔 행보로 해석되고 있다. 물론, 여기에 투입되는 천문학적 비용은 넷플릭스 경영의 위험요소로 지적되고는 있지만 디즈니의 마블 스튜디오가 단독 콘텐츠에 쏟아 부은 막대한 규모의 투자가 기록한 성과를 보면 분명 콘텐츠의 확보는 큰 경쟁력이 된다는 것을 넷플릭스는 알고 있다. 

국내 영상제작 스튜디오의 한 대표이사는 “넷플릭스는 단독 콘텐츠의 확보에 있어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그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면서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과 투자 그리고 한국 콘텐츠에 보이고 있는 넷플릭스의 관심으로 각 제작사들에게 넷플릭스는 가장 반가운 거래 상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  pjh5701@econovill.com  |  승인 2019.06.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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