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지난해 말 본격 논의가 시작된 주류세 개편안에 대해 정부는 안건에 대한 초기 의견을 반영해 맥주와 막걸리의 우선 종량세 적용과 그 외 주류는 현행을 유지하거나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는 업계에서 세금으로 생산하는 주종에 따라 달라지는 각 업체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절충안으로 평가됐고 특히 종량세 전환을 지속 강조하던 수제맥주업계는 이를 격하게 환영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머리가 아프다.     

맥주, 탁주 우선 종량세 적용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3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주류 과세 체계의 개편에 관한 공청회’에서 “맥주와 탁주의 우선 종량세 전환과 그 외 주종은 현행을 유지하되 장기 관점에서 세제의 개정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의뢰한 파급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와 공청회에 참석한 주류업체들의 의견들을 반영해 곧 주류세 개정안의 세부 내용을 곧 확정지을 예정이다.  

맥주에 우선 적용될 종량세의 산정 기준은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이 제안한 1리터당 835원에서 조세재정연구원의 연구가 제안한 적정 수준인 약 840.62원 사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세청의 조사에 따르면 리터당 835원 세금적용 기준 종량세를 가정하면 시판 국산 맥주(500㎖) 한 캔의 가격은 약 363원 내려가고 같은 용량의 수입 맥주 가격은 약 89원 오른다. 현실적으로 종량세 적용은 막걸리(탁주)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모든 주종들 중에서 현재 가장 낮은 수준인 5%(종가세 기준)의 세율을 적용받고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청회에서 청취한 업계의 의견 그리고 조세재정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반영해 충분한 검토를 거쳐 업계의 피해와 소비자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주류세 개정안의 내용을 곧 확정지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까지 생각하면 그간 세금으로 ‘역차별’을 받던 국산 맥주업계와 수제맥주업계의 불만을 잠재우고 그 외 주종을 생산하는 업체들의 불만도 적은 가장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정부 입장을 생각해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정해져 있는' 세수 감소 시나리오 

종량세를 적용하면 주류에 적용되는 세금으로 거두어들일 수 있는 세수의 감소가 예상되기 떄문이다. 현행 종가세는 기업의 제품 출고가에 비례해 세율을 산정한다. 국내에서 수요가 가장 많은 주류인 맥주와 소주를 예로 들면 제조원가와 제조사 마진을 더한 금액의 72%를 적용하는 주세, 주세의 30%를 적용하는 교육세 그리고 제조원가와 제조사 마진에 주세와 교육세를 더한 값의 10%가 적용된다. 그래서 제품 1병의 제조원가와 마진의 합이 1000원인 맥주가 있다면 여기에 붙는 세금은 1129.6원이다. 최종적으로 제품은 시중에서 약 2300원~2500원으로 판매된다.

그간 정부는 각 주류 기업들이 생산비 가중으로 주류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면 정해진 세율에 따라 추가 세수를 거둘 수 있었다. 그래서 종가세 기준으로는 주류 가격 인상에 대한 비난은 모두 제조업체들이 감당하고 정부는 자동적으로 계산되는 세수를 거둬들이기만 하면 됐다.  

종량세가 적용되면 그 어떤 기준으로도 생산비용에 적용하는 세수만큼 세금을 거둬들일 수 없다. 생산비용은 시간이 지날수록 ‘무조건’ 오를 수밖에 없는 반면 생산량이나 판매량 혹은 알코올 도수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종량세로 주류 판매에 대한 세수 증가를 바란다면 시중 판매량이 늘어나거나 일정 단위당 알코올 도수에 대한 세금을 올려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모든 소비재가 처한 공통의 고민인 절대 소비인구 감소 그리고 주종을 불문하고 계속 낮아지고 있는 알코올 도수를 감안하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래서 양이나 도수에 대한 세율을 조정하면 오히려 세율 개정 이전보다 업계와 소비자에게 혼란과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주류 판매량이 증가하는 것을 바라거나 이를 유도하는 것은 정부가 그렇게 부르짖는 ‘국민건강 증진’의 관점과 어긋난다”면서 “최근 담배에 대한 규제를 계속 강화하고 있는 정부의 최근 행보들을 보면 주류에 대한 관점도 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어떤 면에서 주류 종량세 전환은 충분한 조세 수입을 기반으로 한 정부의 복지확대 기조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주류로 채우지 못하는 세수를 다른 재화 혹은 소비로 전환하면 가뜩이나 위축된 소비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며 또 다른 의미의 조세저항으로 정부는 고민거리는 또 늘어난다.

과연 정부는 주류세 개정으로 예상되는 세수 감소의 시나리오를 예상했을까. 개정안 시행으로 이 상황이 현실화되면 정부는 과연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