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제프 베조스가 이끌고 있는 아마존을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 측면에서만 보면 의외의 약점이 많다. 인도에서는 월마트의 지원을 받는 플립카드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만 남기는 선에서 최근 철수 방침을 정했다. 후자의 경우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드는 정치적 격변기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큰 틀에서 아마존의 약점은 아니지만, 아마존 불패신화가 무조건 통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증명됐다.

이커머스의 아마존은 약점이 있으나 ‘모든 것의 플랫폼 아마존’으로 시야를 확장하면 어떨까? 역시 곳곳에 약점과 허점이 있으나 아마존은 이 단계에서 강력한 플랫폼 생태계 구축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완전무결함을 가질 수 있다. 주력인 이커머스를 비롯해 다양한 영역으로 뻗어가며 각 구역의 미진한 대목을 자연스럽게 덮고, 그 이상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전략이다. 우리는 이를 아마존 제국이라고 부른다.

▲ 제프 베조스의 아마존 행보가 눈길을 끈다. 출처=갈무리

데스 바이 아마존(Death by Amazon)

아마존 제국의 전제조건은 문어발 전략이다. 모든 영역의 100% 자원을 가져올 수 없다면, 다양한 영역의 50.1%를 확보하며 서로 연동해 가두리 생태계 양식장 전략을 추구하는 로드맵이다.

여기서 외부로 시선을 돌려보면 ‘아마존 포비아’가 성립된다. 아마존이라는 핵심 플랫폼 위에서 다양한 국소 생태계들이 연속적으로 창출되면 기존 산업 생태계들은 핵심적인 타격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이커머스의 아마존이 클라우드와 연결되어 미디어 콘텐츠 시장에 진출한다면, 아마존의 고객은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물품을 구입하며 쾌적한 AWS를 통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로 영화를 시청하는 것이 익숙해진다. 이 과정에서 아마존이 타깃으로 삼은 다른 이커머스, 클라우드, 콘텐츠 플랫폼은 종합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아마존에 공포감을 갖게된다는 논리다.

미 증권가에서 데스 바이 아마존, 즉 아마존의 습격으로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은 54개의 상장기업 주가지수에 집중하는 이유다. 동명의 책을 쓴 노무라종합연구소의 시로타 마코토는 “아마존은 1994년 온라인 서점부터 시작해 패션, 가구,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진출하는 사업마다 승승장구하며 기존의 산업 생태계를 파괴했다”면서 “아마존 공포가 세계를 사로잡고 있다”고 평했다.

아마존의 파상공세는 이커머스를 넘어 인공지능 스피커, 클라우드, 드론, 헬스케어를 비롯해 이제는 우주, 통신사 등의 영역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프로젝트 카이퍼를 통해 아마존 위성 제국을 건설하려는 야망을 불태우는 한편 최근에는 미국 통신사 티모바일의 자회사인 부스트 모바일 인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는 지난달 30일 “아마존이 무선 인터넷 망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에코 커넥트를 통해 연결의 노하우를 확보한 아마존이 티모바일 자회사인 부스트 모바일을 인수하면 그 파급력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 아마존의 카이퍼 프로젝트가 눈길을 끈다. 출처=갈무리

아마존의 전략, 남은 자들의 전략

이커머스에서 시작한 아마존이 다양한 영역으로 발을 뻗는 이유는 다소 명쾌한 편이다. 바로 고객이다. 다만 고객의 편의를 보살피는 수준이 아니라, 이를 회사의 이익과 일치시키는 정교한 방법론이 눈길을 끈다.

<아마존 미래전략 2022>의 저자인 다나카 미치하키는 아마존의 성장에 주목하며 고객 편의와 회사의 이익이 만나는 점을 거론했다. 그는 아마존의 모든 인프라가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에 수렴되면서도 회사의 이익이 고객에게 돌아가는 장면을 중요하다고 봤다. 이는 궁극적인 회사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즉, 고객 편의를 지향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회사의 이윤을 재투자 등의 방식으로 풀어낸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고객은 자연스럽게 아마존의 충성파가 되며, 다시 아마존의 플랫폼이 늘어나는 패턴이 이어지는 셈이다.

아마존의 문어발 전략도 그 연장선에 있다는 평가다. 아마존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접점을 통해 고객과 만나기를 원하며, 이러한 방향성이 ‘아마존의 업종 무한대’로 수렴된다는 분석이다. 즉 특정 업종이나 정체성을 분류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객이 있는 모든 곳에서 좌판을 여는 전략이다. 고객은 특정 영역에서 좌판을 연 아마존을 만나고, 아마존은 자연스럽게 다른 좌판으로 고객을 유인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아마존은 학습하고, 재투자하며 고객이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을 막아버리는 셈이다. 스콧 갤러웨이 뉴욕대학교 스턴 경영대학원 교수가 저서 <플랫폼 제국의 미래>에서  "제프 베조스의 미친 발상은 어리석은 것이 아니라 대담하다"고 평한 행간이다.

아마존이라는 단독 플랫폼에서 다양하게 확장된 군소 플랫폼이 붙어있다면, 이와 싸워야 하는 데스 바이 아마존은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시로타 마코토에 따르면 5년 내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통합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에서, 각 업종의 소규모 전투로 아마존을 끌어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아마존과 같은 공룡이 되기 어렵다면, 각자가 서있는 전장으로 업의 본질을 살린 상태에서 아마존과 싸우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뜻이다.

TJ맥스의 사례가 회자된다. 소규모 상설매장을 표방하는 TJ맥스는 중저가 상품을 판매하는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아마존이라는 파도에 맞서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거점을 가진 식품유통회사인 굿 에그스도 좋은 사례다. 이들은 오프라인 점포를 최대한 줄이는 선택과 집중을 노리면서 오프라인 매장 특유의 감칠맛, 즉 기다리는 시간도 서비스의 일환으로 포함시키는 것에 성공했다. 나아가 품목을 크게 넓히면서 지역 특성을 고려한 판매 전략으로 일종의 틈새시장을 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