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화장품 회사 로레알(L'Oreal)은 매년 약 1만 5000명의 신입직원을 뽑기 위해 약 100만 명의 지원자들을 심사해야 하는 복잡한 채용 업무에 AI를 이용한다.  출처= Marketing Week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인터넷이 지난 30년 동안 우리 일터에 혁명을 일으켜 온 것처럼 이제 인공지능도 그럴 태세다. 이에 따라 그런 하이 테크를 활용하지 않는 기업들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아마존 같은 세계적인 기술 대기업들이 알고리즘으로 소비자 맞춤형 쇼핑 권고와 개인 스타일리스트 역할까지 하며 그런 흐름을 주도해 왔지만, 오늘날에는 기술 기업이 아니더라도 모든 기업들이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직원을 채용하고 관리하는 데에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이른 바 스마트 채용

글로벌 화장품 회사 로레알(L'Oreal)도 그 중 하나다. 매년 약 1만 5000명의 신입직원을 뽑기 위해 약 100만 명의 지원자들을 심사해야 하는 이 화장품 회사는 AI를 이용해 복잡한 채용 업무를 말끔히 해결했다.

로레알의 에바 아줄레이 글로벌 인사담당 부사장은 "우리는 시간을 절약하고 지원자의 자질, 다양성, 경험을 심사하는데 더 집중하고 싶었다. AI 솔루션은 그러한 도전 과제를 보다 빨리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고 설명했다.

로레알에서 AI 프로그램은 채용의 가장 첫 단계와 두 번째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우선 챗봇 마야(Mya)가 먼저 나서 1단계 과정에서 채용자의 시간을 절약해 준다. 마야가 후보자들의 일상적 질문을 처리하고, 후보자에 대한 채용 가능성과 비자 요건 같은 세부사항을 먼저 점검하는 것이다.

후보자들이 마야와의 면접을 통과하고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면, 그들은 개방형 면접 방식으로 지원자들을 채점하는 또 다른 AI 소프트웨어인 씨드링크(SeedLink)를 만나게 된다.

지원자는 3개의 개방형 인터뷰 질문에 대답을 하고, 로레알의 주요 기업 가치와 역량을 알고리즘으로 학습한 씨드링크가 이를 평가한다. 씨드링크는 "프로젝트에 실패한 경험에 대해 말해주세요. 그 프로젝트를 통해 무엇을 배웠나요?"나 "당신이 확신을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에 상사가 반대한 경험이 있나요? 어떻게 설득했는지 이야기해주세요" 등으로 지원자가 로레알 문화에 잘 어울리는 사람인지를 확인한다. AI는 지원자의 답을 로레알 직원의 답변과 비교해 회사 문화와 얼마나 어울리는지 점수를 매긴다.

아줄레이 부사장은 "씨드링크의 점수가 인간의 판단력을 대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씨드링크가 명백하게 합격 대상자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지원자들을 가려낸다”고 말했다.

"이력서 상으로만 보면 채용하지 않았을 프로필이나 재능들을 뽑을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마케팅직에서 기술 프로필이나 영업직에서 재무 프로필 같은 것이지요. 씨드링크는 그런 프로필들을 간과하지 않습니다.”

AI를 사용한 초기의 결과는 매우 좋았다. 80명의 직원을 뽑는데 약 1만 2000명이 지원했던 인턴십 프로그램에서 인공지능을 도입한 결과, 채용자들은 200시간을 절약하면서도 다양한 인재를 채용할 수 있었다.

▲ AI는 아직 완전한 잠재력에 도달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고, 그 기술의 과신에는 위험이 따른다.    출처= TheINQUIRER

직원 활동 모니터링까지

다른 기업들도 채용뿐 아니라 다양한 범위에서 AI를 활용해 직원 관리를 돕고 있다.

영국의 몇몇 회사들은, 직원들이 온라인에서 얼마나 시간을 보내는 지, 또 그들이 이메일을 몇 통이나 받는지를 추적하기 위해, 런던의 인공지능 회사 스테이터스투데이(StatusToday)가 설계한 AI 시스템 이삭(Isaak)을 사용하고 있다.

런던의 부동산 중개회사 제이비 브라운(JBrown)은, 회사가 직원들의 습관을 이해하고 그들이 과로하지 못하도록 예방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지난 3월부터 알고리즘 기반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이 회사의 제임스 브라운 최고경영자(CEO)는 "이 알고리즘이 업무상의 애로를 치유하고 업무량이 지나치게 많은 직원의 부담을 덜어준다.”고 설명했다.

AI 과신의 위험성

그러나 AI는 아직 완전한 잠재력에 도달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고, 그 기술의 과신에는 위험이 따른다.

알고리즘은 입력한 데이터에 따라 불공평한 편견을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채용에 사용되는 알고리즘이 남성만을 고용해 온 회사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되었다면, 여성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유럽위원회(EC)가 투명성과 데이터 보호, 공정성을 독려하는 내용의 AI 윤리 지침을 공개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회사에 입사한 후에도 긴장을 늦출 순 없다. 직원의 업무 환경 및 실적 관리 역시 AI가 맡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으며 심지어 직원 해고까지 직접 처리한다. 

아마존은 2017년 8월부터 작년 9월까지 300여명의 물류센터 직원을 AI가 내린 '생산성 미달' 판단을 근거로 해고했다. 인공지능은 직원의 휴식 시간을 추적해 지나치게 오래 자리를 비우는 등 업무 이탈 시간을 측정했고 자동으로 경고를 보냈다. 이러한 경고가 누적될수록 직원의 해고 가능성은 커졌다.

AI의 또 다른 위험은 그것이 자동화를 통해 일자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맥킨지는 2030년까지 AI가 세계 경제에 13조 달러를 더하는 효과를 내고, AI를 일찌감치 도입한 기업들은 이 기간 동안 현금 흐름이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반복적인 업무의 일자리나 디지털 기술이 필요 없는 일자리에 대한 수요는 약 10%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