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직원 복지제도가 비교적 잘 구축돼 있어 취업준비자들이 선망하는 코스트코코리아(대표 조민수)가 직장어린이집 미설치 문제로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소비자들이나 직장인들에게서 호응을 얻는 글로벌 기업 입지에 비하면 직장어린이집 설치 건에 대해 부실한 대처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31일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 ‘2018년 직장어린이집 설치의무 실태조사’에 따르면 코스트코의 광명점, 양재점 등 2곳이 설치의무 미이행 사업장 명단에 이름이 올라간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정부는 직장인 부모들이 선호하는 육아지원책인 직장어린이집의 수를 확대하기 위해 2013년부터 기업 등 사업장에 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전체 근로자가 500명 이상이거나 여성근로자가 300명 이상 근무하는 곳은 영유아보육법상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사업장 소재지의 지방자치단체가 사업장 실태 조사에 나서고 일종의 과징금인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

코스트코 매장  두 곳은 설치 의무가 있음에도 작년까지 5년 연속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가 시작된 지 8년째 된 점을 감안하면 적잖은 기간 불명예를 이어왔다. 보건부와 복지부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양재점의 전체 근로자수, 여성 근로자 수는 각각 531명, 213명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광명점은 651명, 300명으로 집계됐다.

의무 미이행 사업장에 대한 행정처분이 경미한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어 코스트코가 기업 윤리의식을 실천으로 옮기지 않는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부에서 의무 미이행 사업장 명단을 공개할 경우 반기 1회씩 연 2회 지자체 실태조사가 이뤄진다. 이에 따라 이행강제금도 연 2회까지 부과될 수 있다. 이행강제금은 사업장 근로자의 자녀 수와 연령별 보육료 지원단가 평균치 등을 토대로 최대 1억원까지 산출된다.

두 매장이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음으로써 낼 수 있는 이행강제금은 많아봤자 2억원이다. 코스트코코리아의 2018 회계연도(2017년 9월 1일~2018년 8월 31일) 매출액 3조9227억원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사업장 내 어린이집을 구축하거나 외부 시설에 위탁교육을 맡기기 위해 드는 비용보다 적다. 이에 더해 2016년이 돼서야 이행강제금 납부가 의무화함에 따라 각 사업장이 납부했을 이행강제금 규모는 수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코노믹리뷰>가 코스트코에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상황에 관한 입장을 묻고자 접촉을 시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다만 코스트코가 의무를 지키지 않는 점을 두고 정부에 소명한 내용은 받아들여지지 않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부와 고용부가 최근 5년간 발표한 실태조사 자료에는 코스트코가 그동안 정부에 소명한 미이행 사유로 ‘사업장 특성상 이행 어려움’, ‘수요 부족’ 등이 적시됐다. 다만 정부가 이같은 소명 내용을 공개했다는 점은 코스트코 주장이 설득력 없음을 방증한다. 당국은 직장 어린이집 설치 의무가 있는 사업장의 소명자료를 검토한 뒤 미이행 사유가 인정되면 해당 사업장을 명단에서 제외하기 때문이다.

코스트코를 비롯한 일부 사업장이 의무 미이행 명단에 꾸준히 오르면서도 조치를 취하지 않자 해당 사업장에 대한 처분 수위를 강화하는 시행령 개정안이 국회 통과되기도 했다.

지난달 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영유아보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 골자는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업장에 부과하는 이행강제금을 기존 액수의 최대 50%까지 가중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개정안은 올해 하반기 발효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코스트코가 타사 대비 매력적인 직원 복리후생 제도로 호평받고 있어 비교적 직장어린이집 미설치 이슈가 묵인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스트코는 매장직원을 정규직 채용하고 타사 대비 높은 최저시급을 설정하는 등 각종 직원복지 제도 덕에 취업하고 싶은 기업 상위권에 오르내리고 있다.

코스트코코리아가 해외기업 지사로서 각국 정책에 따르기 위해 독자적인 사업적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점도 이번 사례를 유발한 요인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직장어린이집 설치는 본사 방침에 따라 이뤄져야할 사안으로 분류되는데다 우리나라에서만 복지가 확대될 경우 다른 국가 사업장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스트코가 법적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어도 소비자나 관계자들의 반발이 없기 때문에 구설수가 확대 재생산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지사가 정부 시책에 따르고 싶어도 본사 결단 없이 움직일 수 없는 점도 이번 낙인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