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권 오피스 공실률 추이. 출처=에비슨영코리아

[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공실로 넘쳐나던 강남 오피스 임대차 시장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공유오피스에 강남 오피스가 점령 당하고 있다. 무서운 속도로 확장세를 넓히면서 기존 임대업체들의 자리마저 위협하고 있다.

31일 에비슨영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강남권역 오피스 공실률은 전분기 대비 0.5%포인트 하락한 5.6%를 기록했다. 신축빌딩을 제외한 공실률 역시 전분기 대비 0.5%포인트 떨어진 4.1%에 그쳤다. 서울 광화문 등 도심권의 오피스 공실률은 11.0%, 여의도 8.1%, 기타지역 9.5%인 것과 비교하면 강남권역 오피스 공실률은 거의 절반 수준이다. 평당 월임대료 역시 올해 1분기 기준 강남권역은 3.3㎡당 7만6541원으로 전월대비 0.5% 상승하며 임대료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강남 오피스 시장은 불과 3년 전에만 해도 강남역 사거리와 테헤란로 일대에 ‘임대’ 현수막을 걸어놓은 건물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수개월씩 건물이 비어 있지만 임차인을 잡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5년 입주 시 3~4개월의 렌트프리 조건을 내걸어도 임차인 모집은 쉽사리 되지가 않았다. 당시 판교 테크노밸리 조성으로 강남 테헤란로변에 있던 IT기업들이 저렴한 임대료를 찾아 대거 이동하면서 공실률이 급격히 증가했다.

이 같은 시장 변화에 사세를 확장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공유오피스이다. 공유오피스는 기존 오피스와 달리 책상 단위부터 중대형 면적 단위까지 임대 규모와 기간을 자유롭게 조절하면서 개인업무를 위한 전용공간과 함께 회의실, 라운지 등 활용도가 낮은 공용공간을 타 임차인과 공유하는 오피스를 말한다. 공유오피스는 비어있는 건물의 임차인으로 들어간 뒤 재임차를 하는 전대차 구조를 활용, 강남에 있는 대형 오피스를 하나씩 점령하기 시작했다.

KB경영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공유오피스 시장이 형성된 지난 2015년 이후 2018년 기준 공유오피스 업체는 총 192개, 총 11만9000평이 공유오피스로 신규 공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공유오피스가 집중된 곳은 강남권역으로 CBRE보고서에 따르면 A급 오피스의 경우 공유오피스가 차지하는 비율은 강남권역이 3.3%로 가장 높다. B급 오피스 내 공유오피스의 성장세도 이어지고 있다. B급 오피스 임차면적의 0.7% 수준을 차지하던 공유오피스는 지난해 말 기준 전년 대비 0.8%포인트 증가한 1.5% 점유율을 보였다.

최수혜 CBRE 코리아 리서치 팀장은 “강남권역 B급 오피스 내 공유오피스 점유율이 2017년 1.6%에서 2018년 3.7%로 두배 이상 성장하면서 A급 오피스 시장 대비 B급 오피스 시장의 확장세가 두드러졌다”라고 말했다.

이지스 자산운용 보고서에 따르면 “신규 국내 공유오피스 브랜드는 강남권역을 중심으로 출점에 가세하고 있다”라면서 “굳건한 수요층이 있는 강남권역의 경우 출점 경쟁이 가장 치열한 지역으로 강남대로와 테헤란로 일대 뿐만 아니라 논현, 신사, 청담까지 확장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 위워크 신논현점. 출처=위워크

공유오피스의 대명사로 불리는 위워크의 경우 이달 기준 위워크가 임대한 총 연면적은 약 16만5000㎡로 이중 강남권역의 총 연면적은 8만5800여㎡에 달한다. 절반 이상이 강남에 집중된 모습이다. 위워크는 올 9월 선릉과 신사에 2곳을추가로 개점하며 2020년에는 신논현에도 문을 열 예정이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자료에 따르면 건축 연면적 기준 강남권역 A등급 오피스의 면적은 총251만4435㎡으로 이중 공유오피스가 차지하고 있는 면적은 4만8025㎡를 차지하고 있다. A등급 오피스 중 위워크 지점은 총 아크플레이스와 섬유센터가 포함된다.

이렇듯 급속도로 몸집을 키운 공유오피스들은 오히려 임대업체의 경쟁상대로 대두되기까지 하고 있다. 규모가 작은 임차인부터 큰 임차인까지 일반 빌딩에 임차를 하는 것이 아닌 공유오피스에 임차를 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계 부동산컨설팅 관계자는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규모가 작은 임차인을 공유오피스에 임차인으로 뺏기는 경우도 일어나고 있다”라면서 “공유오피스 중에서는 한 개층을 모두 한 임차인이 임대해 쓰는 사례가 있는데 이 경우 공유오피스가 임차한 빌딩이 아닌 다른 B급 빌딩에서도 그 임차인이 충분히 필요함에도 일반 오피스를 선택하는 게 아닌 공유오피스를 선택하다보니 결과적으론 임차인을 뺏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수의 브랜드들이 공유오피스에 입점을 하면서 브랜드 효과 역시 빌딩이 아닌 공유오피스가 가져가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대표적으로 위워크 3호점인 아크플레이스 빌딩에는 현재 우버가 임차를 하고 있다. 만약 위워크를 통해서 임차를 하지 않은 채 아크플레이스라는 빌딩에 바로 임차를 했다면 브랜드 효과를 빌딩 자체가 볼 수 있지만 고스란히 위워크의 몫으로 가져갔다.

외국계 오피스마케팅 관계자는 “우버가 어느 빌딩에 임차한 지 보다는 위워크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만이 업계에서 인지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우버와 같은 브랜드 효과가 있는 임차인을 데리고 있는 빌딩이라면 그 효과를 빌딩 자체가 누릴 수 있지만 그렇지가 않다보니 자산운용사나 임대마케팅 쪽에서는 아쉬울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